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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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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산책 Jan 02. 2025

그 순간 나는 뒤돌아섰다.

아직은 만나고 싶지 않았다.

친구와 만난 어느 날, 점심시간이 되었기에 백화점의 푸드코트로 식사를 하러 갔다.

저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마주 앉은 사람의 뒷모습, 그 사람의 실루엣.

그 순간 나는 뒤돌아섰다.


가슴이 콩닥콩닥 거리다 못해 쿵쾅쿵쾅 점점 귓가에 크게 맴돌았다.

그 사람이 보이지 않는 기둥 뒤로 돌아서서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뒷모습을 보니 정말 그 사람 같다는 확신과 함께 다급히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 있어? 안 보여서"

"아까 거기 앞쪽으로 와바"


다른 음식을 사가지고 온 사이 친구도 음식을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 순간, 어? 

그 뒷모습의 실루엣이 보였던 그 사람의 앞모습을 마주하는 순간.

나를 보지는 않았지만 사정거리 안에 있었으므로 나를 보았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먼저 눈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눈이 마주쳤으면 인사를 하려고 하긴 했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일단 친구와 자리에 앉았다. 그러곤 아주 잠시 망설였지만, 곧바로 인사를 하러 갔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식사하러 오셨나 봐요, 저도 친구랑 밥 먹으러 왔어요. 맛있게 드시고 가세요" 

하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먼저 씩씩하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들어와서 앉았다.


그리곤 친구와 밥을 먹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친구에게 물었다.

"혹시 내 뒤에 사선으로 앉아있던 여자 두 사람 갔어?"

"응" 


그리곤 내가 왜 그런 반응을 보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나에 대해서 온라인상에 비난처럼 글을 올렸던 사람,

몇몇 사람과 나의 이야기를 부정적으로 동조하며 이야기했던 사람,

나는 그 사람과 관계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돌아 돌아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뭐라 말할 수 없는 배신감과 속상함을 넘은 슬픔이 밀려와서 참 힘들었었다.

그리고는 2년이 지났다.

괜찮아졌다고, 괜찮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주하니 여전히 가슴이 벌렁거린다.


'아, 아직 아니구나'

그럼에도 한편에는 '미안했다고 말한다면 나는 용서할 생각이 있는데' 그런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 마음조차도 나를 여전히 그 사건에 옭아매는 것이라는 생각에

놓으려고 한다.


내 마음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자꾸 기다리지 못하고 딱지를 떼는 것 같아서.

상처가 있었는지도 모르게 잊어버려야겠다.

그래서 언제 그랬는지 딱지가 툭 떨어지고 새살이 돋아

그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 더 이상의 두근거림 초자 무던해질 그때가 오기를,

아니 오지 않아도 이제는 괜찮은 마음이 되기를 소망하며.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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