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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어떤 날

엄마, 아빠랑 왜 존댓말 써요?

연애시절의 로망.

by 푸른산책

둘째 아이가 아빠와 통화하는 것을 보더니만, 묻는다.

"엄마, 왜 아빠한테 존댓말 써요?"

"응, 결혼 전부터 존댓말 쓰기로 약속을 했었고, 싸울 때 막말할까 봐!"


정말 그랬다. 나이는 동갑, 굳이 따지자면 남편이 학교를 일찍 들어가서 지금에서야 자기가 한 살 어리다고

엄마가 누나라고 아이들한테 말하지만,

그러면 나는 "괜찮아, 액면가는 엄마가 어려 보여!"라고 반박한다.

지금에서야 남편이 동안이 되었지만, 연애시절 때부터 약간 나이가 본인 나이보다 많아 보였으므로.

지금 동안이 된 것 같다.


연애초기.

우리가 무슨 사이라고 하는 말에, 딱 뭐라고 이야기해야 하는 건가요?라고 돌려 말했는데

그날이었다. 그다음 만났을 때였나 갑자기 손을 잡으면서 그랬다. "이 손 이제 놓지 않을 거라고"(이때 참 두근두근 거렸었네) 그러면서 우리는 그렇게 연애를 시작했고, 1년 만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모르던 사람이 만나니까 동갑이기도 했기에 존댓말을 계속 쓰기를 원하느냐, 어떻게 하냐고 묻길래

나는 계속 존댓말을 쓰고 싶다고 그냥 그게 어렸을 때부터 로망이었다고 하니 그러자고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우린 존댓말을 쓴다.

나보다는 남편이 더 잘 쓰는 편이기도 하고, 나는 중간중간에 말을 놓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명절시즌이 되면 통화량이 늘어나니까. 약간 사장과 직원 같은 느낌의 존댓말을 더 하게 되는 것 같다. 격식 차려서? 아마 아까도 그런 통화여서 물어봤지 않나 싶다.

그런데 가끔 그 말투가 진짜 가끔은 직원에게 하는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뭐랄까, 느낌이.

본인은 또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명절 때는 예민해지니까.

혹여나 택배가 실수가 날까 봐, 혹여나 예약을 잘 못 적어두거나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려니 하자 싶지만

가끔인 그런 말투들이 가슴에 남는 때가 있다.


명절 지나고 나서는 이야기해봐야지.


그래도. 존댓말 쓰는 건 잘했다고 생각한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존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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