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웠지만 건넜던 그 어느 날
얼마간의 세월이 지났는지 다리 난간에 걸려있었던 깃발들은 곳곳이 찢기거나 빛이 바래져 있었다.
그나마 바람이 세차지 않아서
다리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 같지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생전 처음 보는 높이에다가 듬성듬성 나무가 이어진 너무 허름해 보이는 출렁다리
세차게 흘러가는 계곡물은 쳐다보기가 너무 무서웠었다.
'저기를 저 다리를 건너야만 한다고?'
'빠지면 어떻게, 빠지지 않겠지, 너무 높은데, 수영도 못하는데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정말 후들후들 떨리는 것 같은 기분으로 조심조심 건너갔다.
그나마 가로의 나무판 위에 세로판의 나무가 대어져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래도 흔들리는 것은 막을 수는 없었다. 옆에 난간을 잡기조차 무서웠던 커다란 다리를 건너다니.
운이 좋아 3일 동안 우리를 가이드해 준 현지 티베트인 장족인 청년은 아무렇지 않게 길을 건넜다.
아스팔트 위를 걷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근데 어쩜 이렇게 허술해 보일 수 있을까, 물론 튼튼하게 만들었겠지만.
중국의 장족들이 사는 시골마을로 가면 갈수록
높은 지대에 사는 사람들도 많고, '어떻게 저렇게 높은 곳에 살지?'라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었다.
높은 산들의 길을 갈 때는 바로 옆이 낭떠러지 같아 보이는 길들도 어찌 현지인들은
운전을 잘해서 가는지. 정말 신기했다.
이방인인 우리만 무서워할 뿐. 그들은 아무렇지 않아 했었다.
다시 가보고 싶긴 하지만, 또 저 다리를 건널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사히 건너서 안심하며 찍은 사진.
걱정은 어쩌면 해보지 않은 일,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그런 경우가 많은 듯싶다.
그 해보지 않은 일들이기에 오히려 기대감을 가지고 설레는 마음으로 바꿔먹는다면
세상은 얼마나 즐거울까? 아니 즐거울까?
걱정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겨울이면 유난히 생각나는 쓰촨 성의 신두치아오, 그리고 단바.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