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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어떤 날

니가 웃으면 나도 좋아

이럴때가 있었지!

by 푸른산책

맛있는 걸 먹을 때, 좋은 곳을 갈 때, 예전에는 늘 네 생각이 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존재만으로도 기뻤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왜 이렇게 자꾸만 조건을 붙이려 드는지 모르겠다.


건강하고, 밥 잘 먹고, 화도 내고, 화해도 하고, 이 모든 게 건강하니까 가능한 일인데,
이렇게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은연중에 당연하게 여기며
감사함을 잊고 지내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밥을 잘 안 먹거나 아플 때는 건강에 감사하지만,
막상 건강할 때는 그 감사를 고백하지 못한다.
잃어봐야 소중함을 안다는 말을 듣지만,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서
의도적으로 감사기도를 시작했다.


아침마다 아이들을 태우고 학교로 가는 길에,
오늘 하루도 시작하게 해주심에 감사하고,
집이 있어 감사하고,
건강하게 눈을 뜰 수 있음에 감사한다.
학교 가는 길, 차를 타고 안전하게 오갈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아직 복음을 알지 못하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위해,
10월 미국 비전트립을 떠나는 아이들을 위해,
각 가정의 재정 필요를 채워주실 것을 미리 감사드린다.


어느새 거의 비슷한 기도를 반복하고 있지만,
이렇게라도 고백하지 않으면
감사를 잃어버릴 것만 같아서다.


내가 하는 기도는
곧 아이들이 듣고, 그대로 따라 하게 된다.
그래서 더 많이, 더 자주 감사를 고백하는 기도를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아이들이 웃으면 그저 좋았던 그때가,
오늘따라 유난히 그립다.
이런 날엔 아이들과 뒹굴며 이야기하고,
안아주려 노력한다.
이미 나보다 훌쩍 커버린 사춘기 소년은
어색해하면서도 엄마니까 안기지만,
요즘은 자꾸만 피하려 한다.
내년에는 이런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왠지 짠한 마음이 든다.


휴대폰에는 아이들 어릴 적 동영상이 가득하다.
좋아서 보고 또 보는 영상들,
아마 핸드폰을 바꿔도 계속 옮겨가며 볼 것이다.


네가 웃으면, 나도 좋으니까.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나도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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