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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산책 Sep 15. 2023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남이섬에서 만난 기억

dslr 카메라를 처음 접하고 한참을 동호회 활동을 했었다.

사진은 잘 찍고 싶고, 모르는 것은 많으니 배우고 싶기도 했고 사람들과 만남의 시간도 갖고 싶었었다.

필름카메라 그리고 디지털카메라, 각기 매력이 다른 사진기를 둘 다 써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사진에 대한 열정이 넘쳐 보이자 이것저것 알려주면서 니콘 f4s를 잠시 빌려주셨었다. 

필름카메라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내가 대견해서였을까. 무튼 정말 감사했었던 순간들.


이날은 모처럼 남이섬으로 나들이를 갔었는데,

커다란 가방에 dslr d70s와 F4s를 두 개다 가지고 다녔었다. 무거웠었지만, 사진 찍는 기쁨이!

그리고 빌려주신 사진기를 마음껏 누리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다.


현상을 하진 않았지만 필름스캔을 해서 보니까 색감이 정말 예쁘다.

봄여서 여름으로 넘어갔던 시기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초록색의 잎들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조리개값이니 뭐니 지금도 잘은 모르지만 그때는 더 몰랐던 거 같은데 그럼에도 사진이 참 예쁘다.

정말 내 마음 한가득 초록이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찍을 때도 기분이 좋았지만, 이 사진은 두고두고 다시 꺼내봐도 마음속이 온통 초록색으로 물들어

더불어 피톤치드가 내 마음속에 가득 물드는 느낌이랄까, 결혼하고는 한 번 도 가본 적이 없는데,

이런저런 구설수가 있어서 가지 않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사진을 보니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더 커버리기 전에 메타쉐콰이어 숲에 가족사진 한 장, 

두 아이들의 사진 한 장씩 남기고 싶어 진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남이섬의 어디선가에서 만난 타조. 울타리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뛰어다니다가 마주치기도 하고

걷기도 했던 거 같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놓칠세라 찍은 사진, 어떤 분은 나에게 과감해 보인다고 했다.

잘 찍힌 사진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타조의 솜털 하나하나가 잘 찍혀서 기분 좋은 사진.


그때는 마냥 솜털이 더 눈에 들어왔는데, 지금은 타조의 시선에 눈이 간다.


우리는 타조를 바라보지만, 타조는 무엇을, 누구를 보고 있었을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람들 구경을 했을까. 

'또 왔네. 오늘은 왜 이리 많지? 오늘은 어제보도 적네', 이런 생각을 했을까?

'사육사 아빠가 간식 줄 때가 되었는데 언제 오지? 오늘의 밥은 뭔가, 같은 사료일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나는 이때 무슨 생각을 하면서 찍었을까,

사진 찍는 게 좋았고, 찰칵하는 셔터음이 좋았고, 어떻게 나올까 기대하면서 기다리는 설렘이 있는

필름카메라의 그 기다림이 좋았던 그때,

지금은 기다림에 익숙하지 못하다.


사춘기인 아이의 마음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헤아려주지 못하는 내 모습이 꼭 타조 같다.

솜털처럼 보송보송한 것이 아직은 어린 타조 같아 보이는데,

엄마나이 13살인 나도 아직은 솜털이 보송보송한 것 같은데, 엄마인 나도 처음이고 사춘기를 겪는 너도 처음이고 모두 다 처음인 우리가 

함께 겪어 나가야 하는 모든 일들 속에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기를, 

수많은 생각에 빠져 보이는 타조의 시선 속에 나의 마음도 함께 바라본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남이섬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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