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고 싶지만 자꾸 채우는 마음
비움: 비유다, 여백.
언제였을까, 비우지 못하게 된 때가.
잘은 모르겠다.
어릴적에는 물건들이 별로 없기도 했고,
혼자 자취를 하던 때에도
마찬가지로 물건이 많지 않았다.
따로 할 일이 없어서
집에 도착하면 청소를 하고 책을 읽곤 했다.
마침 TV도 고장이 나는 바람에
그 시절 마이마이로
TV수신 채널을 맞춰 소리로만 들으며 지냈다.
옥탑방에 살면서 굳이
뭘 사려는 욕심을 내지 않았었다.
일을 하고, 소소한 기쁨을 누릴 여유가 생기면서부터
상황이 조금씩 달라졋다.
좋아하는 색의 펜, 예쁜 노트, 한입 간식거리들.
그런것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펜은 왜 그렇게 자꾸만 없어지는지,
또 사게 되고,
정리를 한 뒤 텅 비어 있떤 자리는
어느새 다른 것들로 채워져
원래 있었던 것보다
더 넘쳐나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청소,정리의 기본은
비움, 버림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막상
버리려고 정리를 시작하다 보면
추억여행에 빠지기 십상이다.
"어, 이건 누가 준 선물이네."
"맞다, 그땐 참 그랬지"
그러다보면
두어 시간만 투자해도 끝날 일들이
하루가 걸리기도 하고,
어쩌다가는
며칠동안 손도 못대고 방치되기도 한다.
그렇게
물건들이 자꾸만 쌓여 간다.
'왜 버리질 못하지?'
당장에 필요한것도 아닌데,
머릿속에서는
"언젠가 쓸 것 같아서."
버리기가 아까워서, 추억이 담겨있어서.
어느 순간부터
모든 물건에 '이유'를 붙이기 시작하니
비우질 못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한번,
큰마음 먹고 버려 본 적이 있다.
버린 물건을 찾아 헤매는 일도 없었다.
'아, 버려도 되는거구나'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마음을 먹는 일이 또 쉽지는 않다.
그리고 어느날,
버린 물건과 비슷한 물건을 또 사 들고 오는 나를 발견한다..
“비슷한 게 집에 있긴 한데…”
“아, 이건 또 여기가 조금 다르잖아.”
이렇게 욕심이 살짝 섞이고 나면,
결국 비운다고 해도 새로운 것들로 다시 채우게 된다.
진정한 비움이 되지 못하는 일들이
또 비일비재하다.
욕심을 버리는 것.
이 또한 비움의 한 종류라는 걸
이제서야
조금씩 배워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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