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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산책 Nov 02. 2023

치킨을 튀겼다.

치킨을 튀기며 알게 된 기다림의 미학.

대안학교를 보낸 지 이제 꽉 찬 3년 차.

급식을 도와주던 분이 계셨는데 병원에 입원하시는 바람에 이번주에 엄마들이 몇 분씩 돌아가면서 도와주게 되었다. 오늘의 메뉴는 아욱된장국, 얼갈이무침, 두부두루치기, 치킨 카라아케, 오이, 김치, 감이었다.

이 학교를 다닌뒤로 아이들이 살이 포동포동하게 올랐다. 식사는 정말 잘해주셔서 매번 감사하다.

오늘 나의 담당은 치킨 튀기기.

반조리된 것이라서 오래 걸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난 생 처음으로 튀김기에 튀겨보는 것이었다.

퇴김냄비에 6-7분을 튀기면 된다는 설명을 보고는 미리 데워진 기름에 치킨을 부어 넣었다.


촤~~~~ 악, 지글지글 지글 , 맛있게 익어가는 소리에 군침이 돈다.

7분이 되어 꺼냈는데 갈색을 띤 것이 조금 탄 느낌이었다. 그래서 7분은 너무 탄 것 같으니 시간을 좀 줄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분으로 줄였다. 노릇노릇한 갈색을 띤 정말 맛있어보는 치킨이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치킨을 반 잘라보았다. 어! 이런, 속까지 익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튀기고

너무 타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에 기다리지 못하고 몇 번을 꺼내서 타나 안타나 확인을 했다.


결국 치킨은 처음처럼 약간의 타기 전! 연한 갈색빛이 도는 상태가 되어야 치킨이 골고루 익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치킨 가라아케 4 봉지를 튀기면서 마지막 봉지를 튀길 때 알게 되었다.

설명서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지, 뭐든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따라 하면 될 텐데 괜히 나의 생각대로 하려고 했다가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린 것은 아니지만 일을 몇 번씩 더 하게 되는 사태가 생긴 것이다.


치킨을 튀겼는데 갑자기 인생의 한 부분을 깨달은 느낌

뭐든 그렇다. 빠르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느리다고 나쁜 것은 아니다.

빨리 뺐더니 덜 익었고, 늦게 빼서 탄 줄 알았는데 속까지 골고루 잘 익은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도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빠른 길, 느린 길, 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

비교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뱁새가 황새 쫓아가는 격이 되어버렸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속도보단 방향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요즘 정말 많이 느끼고 있다. 빨리 가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를 키우면서 또 한 번 느낀다.


나의 삶을 채찍질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스스로 당근을 줄 때도 필요한 것 같다.

지금이 그때인 걸까.

오늘은  치킨이 나의 선생님이 되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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