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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산책 Nov 09. 2023

외로울 것 같아요.

누군가 그렇게 말을 했다.

어, 바쁜 것은 좋지만 그러면 외로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랬을까?

혼자만의 시간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척 즐기는 것 또한 아닌 것 같다.




청주에서 사는 나는, 청년시절 저녁약속을 서울로 가서 밥을 먹고 온 적이 있었다.

청주에서 서울은 1시간 30분 거리,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사 보조로 일했던 나는 4시 반이면 퇴근을 하니까

터미널에서 멀지 않았기에 5시 차를 타고 6시 30분에 도착하니 7시에 밥을 먹고 9시나 10시 차를 타고

혹은 막차를 타고 내려오면 된다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실행으로 옮겼었다.

그걸 본 내 친구는 "넌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야! E 야 E " 라면서.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좋은 사람들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으면 길게 생각하지 않고

바로 실행하는 성격이었으니까

그걸 본 사람들은 거침없이 행동하며 추진력이 좋다,라고 이야기하곤 하지만

그 역시 어떤 특정한 부분에서 그렇지 모든 일상생활에서 그렇지는 않기 때문이다.




바쁘니까, 그것이 익숙해져 버려서 나는 내가 외로운지 몰랐다.

그런데 

"그러면 아내가 외로울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정말일까? 그래서일까? 혼자 있기도 하지만, 약속을 잡거나 어떤 일정을 잡고는 했었다.


가만히 보니 내가 외로웠을 수 도 있겠구나, 라며 내 감정을 보고 나니 오히려 괜찮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받아들이니까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당신도 외로울 수 있겠다. 힘든데 힘들다는 표현도 제대로 못하고

그런 표현을 배운 적도 없을 뿐더러 우리의 부모님들은 양가 부모님들 다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었으니,

보고 배운 것이 그렇지 않을까. 당연한 거라 생각이 되니까.

어쩌면 사치라고 느껴질까?

이런 시간 들을 조금만 견디고 나면 우리는 여유가 생길 수 있을까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일하느라, 시간을 내는 것이 어려운 시간.

무엇이 중요한지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알지만 , 알고 있지만, 그렇지만, 

말로 꺼내기가 표현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나도 그런데 당신은 어떨까, 싶은 생각에 마음이 짠하다.

그저 토닥여주며, 오늘도 수고했다고 힘들지는 않았냐며 말하는 것이 전부인 것 같다.


그래도 요즘은 퇴근하고 들어오면

얘들아 우리 서로 안아주자, 우리 아빠 안아주자 라며 서로를 안아주는 시간을 만들었다.

더 자주 안아줘야겠다.

외로움도 안아줘야겠다.

나도, 당신도.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외로움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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