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일즈 3

유럽대륙, 14번째 나라, 1번째 도시

by 해피썬

매일 루틴에 따라서 보내는 듯한 웨일즈에서도 가끔은 새로운 일정이 생기기도 했다.


한 번은 언니 부부가 시어머니랑 살고 있는 집으로 초대를 받았다.

언니네 부부는 언제든 선교를 하러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결혼도 하고 영국에서 살고 있지만 집을 사거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대신 시댁 식구들과 살거나 신앙공동체 숙소에서 살았는데 우리가 갔을 땐 시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집안 농장일을 돕고 있었다.

가족들이 생활하는 본관 옆으로는 언니 남편이 어릴 때 온갖 공구로 장난감을 직접 만들던 창고와 티타임을 할 수 있는 작은 별관이 있었고 우리는 별관에서 언니가 준비해 준 저녁을 먹고 함께 보드게임을 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날 언니의 시어머니께서 뜨개질로 짠 파우치를 선물로 주시고, 축복기도도 해주셔서 뜻깊은 시간을 보냈는데 특히 더 좋았던 건 이날 언니의 배우자 비자가 승인됐다는 소식을 들어서였다.

영국의 배우자 비자는 승인받기가 굉장히 까다롭고 특히 재정적인 부분이 승인에 큰 비율을 차지하는데 언니네 부부가 주변 농장일을 도우며 받은 수익으로 생활을 하면서 선교를 하다 보니 그동안 비자 승인이 계속 거절당해 함께 기도하고 있었다.

이민국에 부부임을 증명하는 사진들과, 두 사람의 선교를 바탕으로 한 앞으로의 계획과 더불어 웨일즈에서 함께 살고 있는 지인들이 이 두 사람이 정당한 부부임을 증언하는 간청문을 이민국에 계속 보내 문을 두드렸는데 우리가 웨일즈에 있는 동안에 승인이 됐다는 응답을 받으니 기쁨이 두 배가 되는 것 같았다.

배우자 비자 승인이 나올 때까진 여권도 이민국에 제출해야 해서 거의 3년을 영국 밖으로 나가지 못했던 언니가 이제 드디어 한국에 가족들을 보러 갈 수 있다는 사실도 내 일처럼 기쁘게 다가왔다.



밥할아버지의 십자가 농장도 방문을 했다.

영국 노부부가 사는 곳이라 언니 부부가 주기적으로 일손을 도우러 가는데 우리도 함께 밥할아버지의 일을 돕기로 했다.

밥할아버지는 농장에서 재배한 채소를 한 봉지당 6명이 간단히 요리해먹을 수 있도록 소분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했는데 남자들은 당근, 양파를 수확해 오고 여자들은 할아버지를 도와서 이미 수확해 놓은 야채를 씻어 껍질을 벗기고 할아버지가 이미 썰어놓은 채소처럼 일정한 크기로 썰어 분배하는 일을 했다.

우리는 봉사라고 할 것도 없이 하루 잠깐 돕고 온 것이지만 그래도 작은 손길이나마 밥할아버지가 이웃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는데 쓰임 받을 수 있음이 감사했다.


일손 돕기를 마친 후에는 농장 연못가에 나무 십자가를 세워놔서 십자가 농장이라고 부르고 있는 이 공간을 둘러보고, 크리스마스 때 공연을 위해서 나무로 노아의 방주 모형을 만들어놓은 것을 구경했다.

농사 외에도 손재주가 좋아서 나무 십자가, 노아의 방주까지 만든 할아버지는 작은 십자가 모형도 많이 만들어 직접 성경 구절을 적어 선물로 주시곤 했는데 우리 부부에게도 하나를 선물해 주셔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챙겨 왔고, 이건 지금도 우리 침대의 머리맡에 놓여있다.



신앙공동체와는 두 번의 장거리 외출을 했다.

처음엔 웨일즈 고워 반도(Gower Peninsula)에 위치한 옥스위치(Oxwich) 해안가 마을에 다녀왔다.

황금빛 모래 해변과 습지 등의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우리를 데려가줬는데 우리가 간 시기가 겨울이다 보니 바람이 많이 불고 모래 해변도 색이 어두워서 이곳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보여 주지 못해 아쉬워했다.

그래도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해안가 카페에서 벽난로 옆 자리에 앉아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같이 간 사람들과 나름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


두 번째로 간 곳은 우리나라에 성경을 전하고 순교한 토마스 선교사의 아버지가 목회를 했던 하노바교회였다. 교회는 여느 시골 동네 교회와 다르지 않았는데 순교한 선교사가 예배를 드리던 곳이라는 의미 때문에 사람들이 한 번씩 방문하는 곳이라고 했다.

교회 옆에는 사택이 있었는데 이곳은 웨일즈 출신이지만 미국시민권을 갖고 미국에 살다가 다시 웨일즈로 돌아온 스티븐과 스텔라 부부가 원래 교회 사택이다가 폐허가 된 집을 사서 다시 정비해서 살고 있었다.

북한을 품고 기도 중이고 실제로 북한을 10번도 넘게 다녀왔다는 스티븐 아저씨와 북한에 한번 다녀왔다는 스텔라 아줌마에게 경험담을 듣고 한국과 북한을 위해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일상과 이곳에서의 신앙생활 모두에서 감사의 시간을 보낸 웨일즈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우리가 낮시간에 떠나기 때문에 한집에 묵고 있는 팸, 매기와는 전날 저녁이 우리가 얼굴을 보고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각자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음식을 만들고, 디저트를 사 와서 식탁교제를 하고, 그 후에는 서로의 여정을 위해서 기도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또, 한국인, 영국인, 미국인들이 관광지도 아닌 영국 웨일즈의 라넬리라는 작은 동네의 한 집에서 만나서 서로를 위해서 기도해 주고, 서로의 삶을 나눈 뜻깊은 시간을 갖게 해 주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시간도 가졌다.


마지막 날엔 데이비드 할아버지의 기독교 서점에 들러 떠난다는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축복기도를 받고, 우리를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준 언니 부부와 짧은 티타임을 가졌다.

하나님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귀한 인연들과의 만남으로 가득했던 웨일즈에서의 시간은 언니부부와의 작별 인사와 함께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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