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14번째 나라, 1번째 도시
영국, 웨일즈 1편에서 간단하게 언급했듯이, 웨일즈의 라넬리 지역은 청년부 시절 함께 선교를 다녀왔던 교회 언니를 통해 알게 됐다.
태국에서 오랜 시간 선교를 하던 언니가 안식년 겸 한국에 들어왔을 때 같이 탄자니아 선교를 가면서 친해졌는데 그 후에도 언니는 한국에서 처음 순교한 선교사이자 성경책을 전해 한국에 복음의 씨앗을 뿌린 토마스 선교사의 출신지인 웨일즈에서 선교 훈련을 했고 거기에서 만난 사람과 결혼해서 웨일즈에 살게 됐다.
언니에게 신앙훈련단체에 대한 얘기도 많이 들었던 터라 우리도 2주간 이곳에 머물면서 여행 겸 신앙훈련단체 모임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영국은 영어만 쓰는 줄 알았는데 웨일즈어가 있고, 영어론 라넬리(Llaneli)지만 웨일즈어론 클라네클리라고 알파벳과 전혀 다르게 불린다는 게 너무 신기한 이 지역은 관광지나 번화한 곳이 아니다 보니 이곳에서 우리의 일과는 단조로웠다.
아침에 집에서 나와 동네를 천천히 걸어 신앙훈련단체 모임 장소로 이동해서 함께 성경말씀을 읽고 묵상 후 나누는 시간을 보내고, 점심은 그날의 일정에 따라 다 같이 먹거나 각자 먹었다.
언니부부와 식사를 하는 날도 종종 있었는데 언니가 데려가 준 브루어즈 페이어 샌드파이퍼(Brewers Fayre Sandpiper)는 영국 전통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인데 평일 점심시간 3시간 동안에는 피시 앤 칩스, 라자냐 등의 메인메뉴를 1+1으로, 무한리필음료와 함께 8.99파운드에 판매하고 있어 가격 부담 없이 맛있는 외식을 할 수 있었다.
오후에는 라넬리도서관에서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바닷가 옆을 산책하면서 오리를 구경하기도 했다. 하루는 분명히 날이 맑아서 산책을 시작했는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금세 다시 해가 쨍하다가 또다시 비와 우박이 내리는 웨일즈의 전형적인 날씨를 경험하기도 했다.
농구를 좋아하는 남편은 언니 남편이 동네 사람들이랑 농구를 하러 간다는 말에 함께 가기로 했고, 그 사이 난 언니랑 기독서점을 운영하는 데이비드 할아버지를 만나 기도도 받고, 티타임 시간도 가졌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한건 신앙훈련단체 사람들이랑 보드게임을 한 건데, 아무래도 국제결혼을 한 커플이 두 커플이 있고, 이 공동체의 주요 소통 언어는 영어다 보니 설명이 필요한 복잡한 게임보다는 도블처럼 간단한 단어만 말하거나 행동을 하는 보드게임을 했다. 쉽고 단순한 보드게임인데도 한번 하다 보면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곤 했다.
웨일즈의 집이 모두 그런진 모르겠지만 머무는 집과 신앙훈련단체 모임을 위해서 제공하고 있는 집 안에 벽난로가 있어서 묵상 모임 후 그냥 집에서 쉬고 싶을 때는 운치가 넘치는 벽난로 앞에 앉아 멍 때리는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영국의 작은 집에도 꼭 있다는 뒷마당을 괜히 한 바퀴 둘러보기도 했다.
기차 지나가는 철도길을 지나서 집에 가는 길에는 마트와 동네 빵집에 들러서 저녁거리와 다음날 아침거리를 샀다.
웨일즈의 물가는 런던에 비하면 저렴하지만 어쨌든 영국이라 인건비를 무시할 수 없어 마트 물가가 훨씬 싼데 유럽 내에서도 저렴한 마트 브랜드인 알디(ALDI)가 근처에 있어서 쌀, 불고기용 소고기, 삼겹살용 돼지고기, 닭볶음탕용 닭고기와 야채, 계란, 파스타 등 식재료 외에도 과일, 요거트, 과자, 마트판매 초코빵 등 간식도 같이 장바구니에 담아왔다.
집 근처에 우리나라의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처럼 남부 웨일즈 지역에 지점이 많지만 홈메이드 제품 같은 빵을 판매하는 만큼 오래되고 맛있는 빵집인 젠킨스 베이커리(Jenkins Bakery)가 있어서 빵을 좋아하는 남편이 참새 방앗간을 들리는 참새처럼 한 번씩 들려서 도넛과 타르트 등의 빵을 사 오곤 했다.
겨울이라 해도 짧고 춥다 보니 집에 도착하면 바로 저녁을 준비하고, 벽난로 앞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며 그날 하루가 어땠는지, 다음날은 어떻게 보낼지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집에 TV도 없고 웨일즈에 있는 동안엔 성경을 읽거나 필요한 연락을 할 때 외에는 핸드폰을 보지 않는 디지털 디톡스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매일 일찍 잠자리에 들곤 했다.
웨일즈에 있는 동안 맞이한 2번의 일요일에는 신앙훈련단체 모임에서 만난 영국현지인을 따라 교회를 가서 예배를 드렸다.
그중에 교회 건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학교를 빌려서 예배하는 곳이 기억에 남는데 교회 안에서의 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교인들이 평일에는 그 학교의 아이들에게 방과 후 수업을 하면서 복음을 전하고 있었다.
웨일즈 교회의 성도들은 그 지역에 살면서 동네 교회를 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 선교를 하다가 안식년에 웨일즈에서 선교 훈련을 받거나, 잠시 쉬다가 다시 선교지로 가는 경우도 많아서 처음 교회를 간 사람들, 특히 우리 같은 외국인에 대해서도 굉장히 열린 마음으로 환영을 해주고 신앙을 나눔에 거침이 없어서 인상 깊었다.
평일에는 서로 일정이 달라 같은 집에 있으면서도 저녁 식사는 따로 하던 팜 선교사님과도 일요일에는 돌아가면서 저녁을 준비해서 같이 먹었다
첫 번째 일요일엔 팜선교사님이 오븐에 구운 닭요리를 저녁으로 준비해 주셨고, 두 번째 일요일엔 우리가 튀르키예에서 오머에게 대접을 했다가 호평을 받았던 닭곰탕(튀르키예, 이스탄불 5편)을 준비했다.
팜선교사님이 워낙 요리 솜씨가 좋고 한식을 많이 드셔보지 않았다 해서 우리가 한 음식이 입에 맞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입맛에 맞아하며 잘 드셔서 음식을 준비한 보람을 느꼈다.
같이 식사하면서 어떻게 웨일즈에서 만나지게 됐는지 서로의 과거 이야기도 듣고, 현재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앞으로의 계획과 바라는 것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이 시간을 통해서 선교사님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이스라엘을 어떤 마음으로 품으며 기도하고 있는지, 그곳 사람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그리워하는지 알 수 있었고 내 나라, 내 민족이 아님에도 마음과 사랑을 쏟는 그 마음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매일 루틴에 따라서 보낸 웨일즈에서의 시간은 비슷한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기보다 잔잔한 시간에 평온함을 느끼고, 신앙 선배들과의 나눔을 통해 우리의 신앙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는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