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13번째 나라, 1번째 도시
다음날 아침, 전날 저녁에 마트에서 산 빵과 우유를 간단한 아침으로 먹고 페리를 타러 나갔다.
출근시간대였는지 정장 등의 출근 복장으로 자전거에 탄 채 페리를 기다리는 직장인들이 많이 보였는데 네덜란드가 자전거의 나라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수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았다.
페리를 탈 때도 자전거를 탄 채로 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움직이는 게 조심스러웠는데 페리가 중앙역 쪽에 도착해서 문이 열리자마자 보행자가 걸어 나가기 힘들 정도로 자전거 군단이 바로 씽씽 지나가는데 무섭게 느껴졌다.
베트남에서 길을 건널 때 지나가는 오토바이 군단도 무섭긴 해도 거긴 사람이 천천히 차도를 건너가면 오토바이들이 알아서 앞뒤로 잘 피해 가기라도 했는데, 여긴 인도로 가기 위해 짧은 거리의 자전거길을 건너가는 중에도 수차례 클랙션 소리와 불평의 목소리를 들어야 해서 더 주눅이 들어버렸다.
이때만 해도 내가 자전거를 못 타서 우리의 여행은 도보나 대중교통이었는데, 내가 자전거를 잘 탔어도 저 무리와 함께 페리에서 내리면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는 건 못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전부터 네덜란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3가지는 운하, 반고흐, 튤립이었고 안네 프랑크의 집과 함께 암스테르담에 가면 꼭 보고 싶었던 것들이었다.
먼저, 운하의 도시인 암스테르담에서 운하 옆 길을 따라 목적지 없이 마냥 걸어보고 싶었다. 암스테르담 사진 속의 운하와 그 옆에 쭉 이어진 낮은 건물들을 직접 보니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운치 있고 멋있었다.
건물을 높게 지을 수 없어 건물사이를 없애고 붙여서 집을 지었다는데 아파트에 층간소음이 있다면 암스테르담의 집들은 벽간소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운하 옆길을 구석구석 돌아다녀봤다.
운하의 난간 옆에 자전거까지 세워져 있으니 네덜란드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그 장면만으로 하나의 그림이 되어 날 설레게 했다.
그렇게 운하를 걸으며 돌아다니다가 반고흐 미술관에 갔다.
미술은 잘 모르지만 그림을 봤을 때 괜히 마음이 따뜻해지고 정이 가는 그림이 반고흐의 그림이다.
그런 반고흐의 그림이 가득한 반고흐 미술관을 가려니 굉장히 설레었다.
<꽃피는 아몬드나무>와 <해바라기>를 포함해서 내가 보고 싶어 했던 반고흐의 대부분의 작품은 봤는데 <고흐의 방>은 하필이면 우리가 방문했을 때 작품이 일본 전시 중이라 보지 못해 아쉬웠다.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에서 전시한다고 할 때도 진짜 원본이 넘어오긴 하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며 다음에 한국에 들어오면 꼭 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아쉬움을 달래 봤다.
반고흐 미술관에 가깝게 있는 암스테르담 국립 박물관 앞에 세워진 I amsterdam 조형물 앞에서 인증샷도 남겼다.
박물관 앞쪽에 겨울의 우리나라 시청 앞 광장처럼 스케이트장을 만들어놔서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시청 앞 광장은 스케이트 대여비만 받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에 비해서 여기는 그 금액이 저렴하지 않아서 그런지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진 않았다. 스케이트를 타는 거보다 암스테르담을 더 구석구석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잠시 구경만 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운하를 따라 늘어선 꽃시장을 볼 수 있는 싱겔 꽃시장에 가봤다.
튤립의 나라인 네덜란드지만 겨울의 네덜란드, 특히 암스테르담에서는 색색의 튤립이 쭉 펼쳐진 풍경은 볼 수 없어 아쉬운 대로 갔던 건데 꽃시장을 들어가는 입구에 그려진 튤립과 그 앞에 세워진 자전거가 또 한 번 네덜란드스러워 그것마저도 예쁘게 느껴졌다.
추운 날씨라 꽃시장의 모든 가게가 문을 열고 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문을 연 가게에서는 다양한 색의 튤립과 튤립의 구근(알뿌리)뿐 아니라 다른 여러 종류의 꽃들과 모종, 또는 씨앗을 팔고 있었다.
특히 튤립은 네덜란드에서만 모종을 키우고 수출을 할 수 있다더니 우리가 한국으로 바로 돌아갔다면 튤립을 사고 싶게 만들어지는 문구가 가게 앞에 쓰여있었다.
WE SEND YOUR BULBS ALL OVER THE WORLD.
당신의 (튤립) 구근을 전 세계로 보내드립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암스테르담에 오면 꼭 하고 싶었던 3가지(안네 프랑크의 집 가보기, 반고흐미술관 방문, 운하와 주변 거리를 헤매기)를 모두 마쳐서 알차고 아쉬움은 반고흐미술관에서 <고호의 방> 작품 하나 못 본 것만을 남긴 채 다음 도시로 이동할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