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일즈 1

유럽대륙, 14번째 나라, 1번째 도시

by 해피썬

영국은 섬나라라 굉장히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고 이동을 하는 날이 되었다.

튀르키예에서의 국내선 비행기를 탄 것과, 그리스 산토리니에서 이탈리아 로마로 이동할 때 비행기를 이용한 걸 제외하곤 유럽여행을 하는 3달 동안 버스나 기차로만 이동하다가 비행기를 타는 날이라 오래간만에 공항 라운지를 이용할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암스테르담 공항 라운지의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음식도 먹고 쉬면서 여유를 부리던 것도 잠시, 암스테르담에 바람이 많이 불어서 비행기가 4시간 연착된다는 안내방송을 듣는 순간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영국, 웨일즈(Wales: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4개의 주권 없는 나라들로 나뉜다.)로, 웨일즈의 브리스톨(Bristol) 공항 도착 후 공항에서 카디프(Cardiff) 기차역으로 가는 버스, 카디프 기차역에서 우리 숙소가 있는 라넬리(Llaneli) 기차역으로 가는 기차를 예약해 놨었다.


비행기가 4시간 연착됐으니 시간을 계산해서 예약한 버스와 기차도 모두 시간을 변경해야 하는데 문제는 우리가 예약한 버스와 기차는 모두 가장 저렴한 대신 교환, 환불 불가 티켓이라 제시간에 버스와 기차를 못 타고 놓치면 미리 예약했던 티켓을 모두 버리게 되는 상황이었다.


버스와 기차 티켓을 버리게 되면 다른 교통편 예약을 위해서 비용이 다시 들 텐데 런던만큼은 아니어도 물가가 비싼 영국에서 아껴보려고 교환, 환불이 안 되는 티켓을 샀던 내 선택이 후회가 됐다. 가장 저렴하면서 너무 늦지 않게 웨일즈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지 아니면 공항 근처에서 렌터카를 빌려야 할지, 이런저런 방법을 남편과 고민하고 검색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혹시라도 비행기 연착이 4시간에서 더 길어진다면 또다시 연결 교통편의 티켓을 사용 못 하게 될 수 있으니 일단은 브리스톨 공항에 도착해서 방법을 고민해 보기로 했다.


교회 청년부 시절 함께 탄자니아 선교를 다녀오면서 친해진 교회 언니의 소개로 웨일즈의 라넬리 지역으로 가는 거라서 라넬리 기차역에서 언니의 지인이 우리를 픽업 오기로 한 상황이라 언니에게도 이 소식을 알렸더니 언니가 너무 걱정하지 말고 천천히 오라면서 함께 우리의 여정을 위해서 기도해 주겠다고 하니 마음이 조금 차분해졌다.


그리고 연착된 비행기 안에서 기장이 직접 나와 사과하고 모두에게 음료와 스낵을 제공하니 마음이 좀 더 편안해졌다. 비행기 결함 등의 항공사 잘못이 아닌 기후에 의한 연착이라 대부분의 항공 지연 시 기장들이 그렇듯 방송으로만 형식적인 사과를 해도 됐을 텐데 자기가 운행하는 비행기에 탄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직접 나와 미안함을 표시하는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고 앞으로의 우리 일정도 잘 해결될 거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 생각은 현실이 되었다.

우리가 타려던 버스의 다음 시간대 버스 운전자에게 우리 티켓을 보여주며 비행기 연착으로 버스를 놓쳤는데 탈 수 있을지 물었을 때 마침 만차가 아니니 태워주겠다 해서 추가 버스비가 들지 않았고, 기차도 역무원에서 설명했더니 친절하게 다음 기차는 어느 플랫폼에서 몇 시에 타면 되는지 안내까지 받고 원래의 티켓으로 기차를 탈 수 있게 됐다.


앞서 영국에 도착해서 입국 신고를 할 때, 권위적일 거라 예상했던 출입국 사무소 직원조차 소문으로 들은 악명 높은 런던의 입국 신고와 달리 너무 친절했고 버스 기사님, 기차 역무원 등 만나진 사람들이 다 상냥해서 하루 종일 대기와 이동만 해서 지쳐있던 우리였지만 기분 좋게 영국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를 마중 나와준 교회 언니 지인의 차를 타고 웨일즈에서 2주간 우리의 집이 되어줄 숙소로 이동했다.

웨일즈에서의 우리 집은 이스라엘에서 오랜 시간 선교를 하다가 잠시 본국에 돌아와 안식년을 지내고 있는 영국인 선교사님, 팸의 집이었다.

교회 언니는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고 언니가 속한 신앙공동체의 공간은 이미 와있는 손님들로 방이 없어서 대신 우리가 전기 요금과 수도세 정도의 관리비만 내고 머물 수 있는 저렴한 숙소를 언니가 알아봐 준 덕분에 머물게 된 팸의 집은 내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영국의 전형적인 집의 모습이었다.

2층으로 된 집의 1층에는 거실과 주방이 있고, 주방을 통해서 뒷마당에 나갈 수 있었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2층에는 방 3개와 욕실이 있어서 팸 선교사님, 웨일즈에서 선교 훈련을 받고 있는 20대의 미국인 메기, 그리고 우리 부부가 사용했다.


우여곡절 끝에 안전하게 잘 도착했지만 웨일즈에 도착한 시간 자체가 너무 늦어서 팸 선교사님과만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방을 안내받은 후 다음날 다시 제대로 인사를 나누고 집 이용규칙을 안내받기로 했다.

다음날부터의 웨일즈 생활에 대해서 기대나 걱정 어느 감정을 느낄 새도 없이 피곤함에 바로 잠자리에 들며 첫날이 마무리됐다.

keyword
이전 17화네덜란드, 암스테르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