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륙, 2번째 나라, 로드트립
우리가 미국 서부 캠핑카 여행을 하면서 위기를 느낀 건 라스베가스의 캠핑카 주차장건(미국, 서부 캠핑카 여행 4편) 말고도 또 있었다.
제일 먼저 당황했던 건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을 향해 한참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통신사 신호가 없어졌을 때다.
우리나라도 너무 시골 구석에선 신호가 약해지는 경우가 있으니 도시도 아닌 미 서부의 드넓은 자연 속에서 인터넷이 잘 안 될걸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중간에 갑자기 신호가 끊길 줄은 몰랐다.
이 낯선 땅에서 네비가 안되면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데 어쩌지 걱정을 했는데 미리 구글로 길 찾기를 해놓은 길은 그대로 안내가 돼서 목적지까지 잘 도착할 수 있었다.
캠핑장, 월마트 주유소, 트럭 휴게시설 등 데이터 사용이 되는 곳에서 국립공원 안쪽이나 외진 곳으로 이동을 할 때는 꼭 중간 경유지와 최종 목적지까지 길 찾기를 해놓고 출발을 했다.
그다음은 주유문제였다.
처음에 캠핑카를 받을 때부터 엄청난 크기에 분명 기름을 많이 먹을 건 예상을 했지만 우리 생각보다 더 많은 양을 더 빠르게 사용했고, 여행하는 5일 동안 기름값만 600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어쨌든 기름이 생각보다 빨리 닳아서 서부의 광활한 땅에서 낙오되지 않게 주유소가 보일 때마다 일단 들어가 주유를 하면서 기름을 되도록 50% 이상 유지하려고 노력했는데 한 번은 50% 이하로 떨어지는 거뿐 아니라 거의 다 떨어져 가는데 아무리 달려도 주유소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어두워졌고 차가 도로에서 멈추면 보험사를 불러도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어 엄청 걱정하면서 주유소를 검색하다가 드디어 한 곳이 보였을 때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반가워 바로 들어갔는데 우리가 간과한 게 있었다.
미국의 외진 곳에 있는 주유소는 미국의 시내나 우리나라의 주유소처럼 쉽게 기름 충전을 위한 주유차가 올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주유차가 오기 전에 기름이 모두 떨어지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곳도 기름이 모두 소진되어 주유구가 모두 잠겨있었고, 오아시스가 아니라 신기루인걸 알게 되자 그 허무함과 걱정이 더욱 커졌다.
워낙에 기름을 쭉쭉 먹는 캠핑카다 보니 기름이 거의 바닥까지 떨어져 이러다가 진짜 차 멈추는 거 아냐 싶을 때 이번에야 말로 진짜로 문을 연 주유소를 발견해서 기름을 꽉꽉 채워 넣었다.
매번 위기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을 겪지 않고 문제가 해결돼서 안전하게 여행을 마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왔다.
비교적 가깝게 붙어있는 서부 국립공원들을 계획대로 돌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라스베가스에서의 화려한 야경까지 즐기다 보니 약속된 시간 안에 캠핑카를 샌프란시스코에 반납하기 위해서 8시간을 달려야 하는 날이 됐다.
캠핑카 반납 후 청소에 대한 추가 비용을 청구받지 않기 위해서 캠핑카 오수를 모두 비우고 반납해야 해서 미리 알아본 샌프란시스코에서 2시간 떨어진 시설이 모두 완비된 풀훅업(full hookup) 캠핑장을 사전 예약했고, 이곳에서 캠핑카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로 했다.
지난번에 자동차로 시카고에서 오클라호마시티까지 16시간을 운전해서 이동한 경험(미국, 오클라호마시티 1편)이 있어서 8시간은 금방이라 생각이 돼서 한껏 여유를 부렸다.
달리다가 중간에 보고 싶은 풍경이 나오면 차를 세워놓고 잠시 구경을 하고, 캠핑카 안에서 밥을 차려 먹고 나선 전날 못 자서 피곤한 눈을 약간 붙이기도 하면서 여유를 부리느라 3월은 아직 해가 짧은 데다가 숲 속에 있는 캠핑장 쪽은 더 어두울 수 있다는 걸 간과했다.
불빛 하나 없는 꼬불꼬불한 길을 오직 차 라이트에만 의지해서 캠핑장에 도착했는데 아직 8시밖에 안 됐음에도 캠핑장 안내소에 사람이 없어 우리 차를 어디에 정차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안내소 문을 두드려 그 안에서 쉬고 있던 관리인이 나와서 우리의 정차 위치와 캠핑장에 대한 간단한 안내를 듣고 나서야 안도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샌프란시스코로 가기 위해서 캠핑장을 나서는데 우리가 왔던 꼬불꼬불한 길 바로 옆은 절벽이란 걸 알게 됐다. 작은 승용차도 아니고 큰 캠핑카가 코너를 자칫 삐끗했으면 대형사고가 날 수 있었는데 어찌 보면 원효대사의 해골물처럼 안 보이는 채로 지나가니 오히려 그냥 길이다 생각하고 긴장 없이 평소처럼 운전을 해서 더 안전하게 지나간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엘몬테 캠핑카 샌프란시스코점에 도착해 반납 절차를 밟았다.
차 내부에서 우리 짐을 빼고 사무실 직원과 차키 반납을 위한 절차를 밟는 동안 다른 직원이 캠핑카에 추가 손상여부가 없는지를 확인 후 문제가 없자 절차가 마무리 됐다.
반납을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샌프란시스코 숙소로 가기 위해서 남편이 모자를 쓰려고 하다가 모자를 캠핑카 안에 두고 내린 걸 기억해 냈다.
급하게 모자를 찾으러 우리가 탔던 캠핑카로 가봤는데 이미 모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캠핑카 여행의 마무리가 남편의 모자 분실 엔딩, 우리 차를 점검했던 직원이 가져간 게 분명해 보이지만 따질 수 없는 상황으로 끝나버려서 아쉽지만 5일간 우리의 집이 되어주기도 하고 발이 되어주기도 했던 캠핑카 여행이 무사히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