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캠핑카 여행 4

북미대륙, 2번째 나라, 로드트립

by 해피썬


모뉴먼트 밸리에서 다음 목적지로 요세미티를 생각하고 이동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많은 비가 오기 시작했다.

낯선 땅, 큰 차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해서 이동하기보다 일단 가까운 데서 일박을 하고 다음날 어디로 갈지를 정해야 할 거 같아 원래 이동하던 길에서 잠시 멈춰 캠핑카 주차정보를 공유한 사이트에 나와있는 대로 가까운 동네의 월마트 주차장을 검색했다.


미국에서 갈거라 생각도 못했던, 더 정확히는 이런 도시가 있는지도 몰랐던 허리케인시티가 우리가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였고 대각선으로 달려도 될 정도로 넓은 월마트 주차장의 한편에 캠핑카를 주차했다.

마침 월마트에 주차한 김에 스테이크용 소고기와 물 등 필요한 식재료를 보충하고 월마트 내 화장실도 이용했다.


캠핑카에 화장실이 있는데 왜 굳이 월마트의 화장실을 이용하냐면 캠핑카의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도, 그 오수를 처리해야 하는 것도 우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남편과 나는 따로 말하지 않았음에도 약속한 것처럼 국립공원을 가거나 깨끗한 화장실이 있으면 캠핑카로 돌아가기 전에 그 화장실을 이용하곤 했다 :)


어쨌든 그렇게 월마트 주차장에 캠핑카를 세워놓고 우리의 다음 목적지를 의논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요세미티에는 스노우스톰 경고가 내려져있어서 안전한 선택을 하자는 생각으로 서부의 또 다른 국립공원 중 하나인 자이언캐년(Zion Canyon)으로 행선지를 변경했다.



다음날 아침, 전날 비가 쏟아지던 게 꿈같은 정도로 맑고 해가 쨍한 날씨로 바뀌어서 아주 잠시 요세미티를 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그러기엔 더 가까운 자이언캐년에 갈 시간에 맞춰 일어났고, 허리케인시티는 날이 맑아도 요세미티는 날씨가 어떨지 모르니 안전하게 가자 싶어서 행선지를 다시 바꾸지 않았다.

계획에 없다가 간 자이언캐년도 우리가 계속 봐왔던 서부 국립공원들의 아름다운 자연을 갖고 있었고 1시간 이내로 산책하기도 좋아 요세미티는 안 가봐서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이곳에 온 것만은 잘했다고 만족하며 감탄하는 시간을 보냈다.


자이언캐년에서 나와선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길이기하고 캠핑카를 픽업할 때 제대로 못 본 호텔거리의 야경을 보기 위해 다시 라스베가스로 향했다.

서커스서커스호텔의 넓은 주차장에 캠핑카를 주차해놓고 전 세계 유명한 건축물 모양을 활용한 화려한 카지노 호텔들이 모여있는 거리를 걸어서 돌아다녔다.

우리가 이미 본 바르셀로나 몬주익 분수쇼(스페인, 바르셀로나 1편), 두바이 분수쇼와 함께 세계 3대 분수쇼 중 하나인 벨라지오 분수쇼를 보고 라스베가스 하이롤러 대관람차를 바라보며 미국의 3대 버거 중 마지막인 인앤아웃 버거를 저녁으로 먹었다.

화려한 야경이 멋지면서도 동시에 과한 인공적인 네온사인들 때문에 자연으로 정화됐던 눈이 다시 피로짐을 느껴서 웰컴 투 라스베가스(Welcome to Las Vegas) 표지판까지 본 후 다시 캠핑카로 돌아갔다.



그렇게 돌아가니 캠핑카 앞에 종이가 붙어있었는데 캠핑카는 유료 캠핑카 지역에 주차를 해야 하니 몇 시까지 나가라, 그렇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겠다는 안내문이었다.

우리는 이미 허리케인시티에서의 안락한 월마트 주차장 경험이 있으니 바로 근처의 월마트 주차장을 검색해서 이동해서 주차를 해 놓고 다음날 샌프란시스코로 장시간을 가야 하니 씻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12시쯤 누군가 우리 차문을 두드렸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보니 월마트 관리인이 자기네 주차장에선 숙박이 안되니 다른 곳으로 이동하라는 거였다.

지난번 주차는 문제가 없었던 터라 당황하면서도 라스베가스는 월마트도 박하네 하면서 투덜거렸는데 알고 보니 라스베가스는 워낙 유료 캠핑카 주차장이 많아서 그들의 사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인지 노숙을 막기 위해서인지 웬만한 호텔과 월마트 등에서 무료 주차를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밤 12시가 넘어 주차장을 찾아 나오다 보니 다른 유료 주차장 체크인 시간도 이미 지나버려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며 검색의 검색을 계속하다가 30분 정도 거리에 트럭 휴게 시설을 찾아냈다.

휴게 시설에서 물을 사면서 직원에게 캠핑카를 세워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고 해서 대형 트럭들 사이에 우리 캠핑카를 세웠다.

새벽 1시가 다돼서 자려니 너무 피곤한데 막상 눈을 감으면 몇몇 영화에서 본듯한 거친 트러커들이 생각났고 큰 트럭들만 가득한 외진 주차장에서 혹시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일이 생길까 긴장하느라 깊은 잠에 들지 못했다.


무사히 안전하게 맞이한 다음날 아침, 여전히 피곤함에 눈을 떴음에도 새벽에 피곤한 몸과 긴장 상태로 계속 주차장소를 찾지 않아도 됐고 잠깐이라도 눈을 붙일 수 있었던 건 정말 하나님의 보호하심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감사기도가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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