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 1

유럽대륙, 9번째 나라, 1번째 도시

by 해피썬

프랑스 니스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지는 야간버스를 이용했다.

니스 공항에서 출발하는 버스였고 우리가 묵은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공항행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니스 공항은 24시간 운행하는 공항이 아니어서 공항의 불이 꺼지고 나서는 버스 정류장 앞쪽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원래 도착하기로 한 시간보다 1시간이나 딜레이가 돼서 기다리다가 탄 야간버스는 우리가 탄 최악의 버스 1위가 되었는데 그 이유는 버스의 컨디션과 더불어 이기적인 탑승객들 때문이었다.

니스공항 옆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인원이 우리밖에 없어서 우리가 탈 버스가 출발지는 따로 있고, 니스를 경유해서 바르셀로나를 가는 버스겠다는 추측과 함께 아마 버스에 탑승객이 차서 와서 안 좋은 자리만 남았거나, 우리가 따로 앉아야 하는 상황이 있을 거란 각오는 하고 있었다.

버스에 탑승해 보니 예상대로 앞자리는 모두 차 있었고, 맨 뒷줄 2자리와, 그 앞 2줄 정도는 각 한 명씩이 두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있어 일단 맨 뒷줄 2자리에 같이 앉기로 했다.

그러고 앉는 순간 왜 그곳이 비워져 있었는지 알 수 있었는데 의자가 고장이 나서 시트는 덜렁거렸고, 안 되겠다 싶어서 그 앞 한 명씩 앉은자리에 앉으려 하니 다들 여전히 누운 상태로 우리를 모른 척하면서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


늦은 밤이라 대부분의 승객들이 자고 있어서 그런 거면 어쩔 수 없지만, 이들은 자는 것도 아니고 부부인지 커플인지 각자 버스 양쪽의 의자를 2개씩 차지하고 시끄럽게 핸드폰을 하거나 대화를 하면서도 우리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은 상황이었다.


말도, 상식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싸울 수 없어 다시 맨 뒷줄에 앉아 덜렁거리는 의자, 졸려서 잘만 하면 옆으로 빠져나가는 의자를 엉덩이로 억지로 눌러 고정시키면서, 거기에 예의 없는 승객의 핸드폰 소리까지 계속 들으며 9시간을 이동하니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를 갈 때 버스 내 줄담배로 고생했던 것(루마니아, 부쿠레슈티 편)은 양반이란 생각까지 들었다.



이렇게 고생 끝에 겨우 도착한 바르셀로나, 피곤해서 다른 곳을 구경할 힘도 없었고 숙소 체크인까지는 시간이 남아 일단은 맥도날드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여행 중에 만난 맥도날드는 여느 유럽의 식당들보다 일찍 열고, 늦게 닫거나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곳에서 메뉴 고민을 할 필요 없이 이미 다 아는 메뉴인 데다 와이파이도 쓸 수 있어서 야간 이동 후 아침을 먹거나 유심이 없을 때 종종 이용했는데 이번에도 우리에게 편안한 휴식 공간이 되어줬다.

우리나라 3대 프랜차이즈인 맥날, 버거킹, 롯데리아 중 맥날과 버거킹이 비슷한 순위였는데 세계 일주 이후로 맥날이 남편의 1순위가 되었다.


맥도날드에서의 휴식으로 기운을 차린 우리는 체크인하고 좀 더 쉬다가 저녁에 나가서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쇼, 두바이몰 분수쇼와 함께 세계 3대 분수 쇼로 유명한 몬주익 매직 분수쇼를 보러 가기로 했다.

사람이 많이 몰리고 앉는 자리를 잡으려면 일찍 가야 한다는 후기를 봤기 때문에 서둘러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니 그 앞에 젊은 청년들이 비보잉을 시작했다.

매일 저녁마다 하는 분수쇼 앞에서 이 청년들도 매일 비보잉을 하는지 잘 짜인 시나리오대로 음악에 맞춘 춤이 이어졌고, 많은 사람들의 박수가 터질 때 자연스럽게 팁 주머니를 들고 관중석을 돌았다.

그들 덕분에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아 감사의 마음으로 우리도 팁을 넣었다.


드디어 시작된 분수쇼는 생각보다 더 화려하고 더 아름다웠다.

물을 최대 높이인 55m까지 뿜어서 모양을 만들고 조명으로 색을 입혀서 음악과 함께 보여주는 이 퍼포먼스가 1929년에 이미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매일 저녁 저렇게 물을 써도 괜찮나 하는 걱정이 됐었는데 검색을 해보니 가뭄의 이유로 가동이 무기한 중단되어 현재는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물 걱정은 나만 한 게 아니었나 보다 :)

분수쇼가 끝날 때쯤이 되니 다시 피로가 밀려와서 서둘러 숙소로 돌아갔다.

야간 버스에서의 불쾌했던 경험이 좋은 추억으로 덧입게 됨에 감사하며 바르셀로나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keyword
이전 17화프랑스, 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