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캠핑카 여행 3

북미대륙, 2번째 나라, 로드트립

by 해피썬

캠핑장에서 캠핑카를 타고 그랜드캐년 방문자 센터 앞 주차장까지 이동했다.

그리고 방문자센터에서 추천하는 반나절 코스와, 1-2시간 코스를 비교하다가 모뉴먼트 밸리로 이동하기 전까지 반나절의 시간이 있긴 한데 반나절 코스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대신, 1-2시간 코스를 천천히 여유 있게 둘러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그랜드캐년하면 떠오르는 겹겹이 이어지는 절벽의 끝없는 수평 단층을 볼 수 있는 매더포인트(Mather Point)로 걸어갔다.

태국, 빠이의 자연협곡이 그랜드캐년과 흡사하다해서 빠이캐년(태국, 빠이 4편)이라고 불려 우리가 빠이에서 봤던 모습이랑 어느 정도 비슷하겠지라는 생각을 했다가 실제 그 풍경을 눈으로 보는 순간 광대한 자연의 모습에 압도되고 말았다. 그랜드캐년과 빠이캐년 모두 자연이 만든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그 규모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래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으로 그랜드캐년이 있는 거구나 싶었고, 모든 게 큰 미국이라는 말도 이해가 됐다.

한참을 그 풍경을 바라보면서 주변에 돌아다니는 청설모와도 교감을 하다가 방문자센터에서 추천한 1-2시간 코스대로 직접 협곡을 걸어볼 수 있는 포인트에도 가보면서 한참을 걷고 바라보며 그랜드캐년에서의 시간을 충분히 보냈다.



엔텔로프 캐년도 다녀왔는데 이곳은 나바호 원주민 가이드만이 투어를 이끌 자격이 있고 지형적인 이유 때문에 한 타임에 정해진 소수의 인원만 받아서 투어를 하는 거라 꼭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해서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일정을 얘기할 때 투어 예약을 해놨다.

협곡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만나 더욱 신비로워지는 엔텔로프 캐년은 윈도우 화면으로도 이미 유명한 곳인데 협곡틈 사이로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을 볼 수 있어 아름다운 어퍼 엔텔로프 캐년(Upper Antelope Canyon)과 철제 사다리를 통해서 협곡 밑으로 들어가 협곡의 곡선과 색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로어 엔텔로프 캐년(Lower Antelope Canyon)으로 나뉜다.

그래서 둘 중 어떤 투어를 할까 고민을 하다가 협곡을 좀 더 가까이 보면서 직접 오래 걸어볼 수 있는 로어를 골랐는데 예약할 때 보니 어퍼는 우리 일정에 이미 예약이 다 차버려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


신기하고 기형학적인 구조들을 잘 구경한 후 다음 장소로 가기 전에 세워놓은 캠핑카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우리가 생각한 캠핑카의 장점은 숙박은 말할 것도 없고 식사를 차에서 바로 준비해서 먹을 수 있다는 점인 거 같다. 서부 로드트립을 하다 보면 식사할 곳이 특히나 더 마땅치 않은데 미리 장 봐온 것으로 상황에 따라 간단하게, 아니면 푸짐하게 차려놓고 식사를 해결하니 식당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고 시간도 절약되니 너무 좋았다.


식사를 한 후 바로 말발굽 모양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호스슈밴드(Horseshoe Bend)를 갔다.

이곳은 정식 국립공원이 아니었지만 이미 유명한 곳이라 낙하 위험 표지판이 붙어있고 주차장 쪽에는 간이 화장실도 놓여있었다.

아무 안전조치가 없는 지형이다 보니 언제든 부서지고 떨어질 수 있는 길 끝에서 위험하게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다 아찔해졌다.

우리는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부부답게 비교적 안전한 장소도 거의 눕다시피 해서 이동 후 자리를 잡고 인증샷만 찍은 후 뒤쪽으로 물러나 지형을 감상했다.



호스슈밴드까지 구경한 후에는 남편이 미리 알아본, 다음 목적지인 모뉴먼트 밸리의 풍경 속에서 캠핑을 할 수 있는 RV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저녁에 도착해 불빛 하나 없는 주변 풍경은 잘 볼 수 없어 캠핑카에 물을 채우고 오수를 버리는 시설에 대한 안내를 받고 저녁을 먹은 후 캠핑장의 샤워시설, 화장실 등 부가시설을 구경하고 아침 풍경은 다음날 보기로 했다.


모뉴먼트 밸리의 캠핑장에서 일어나 일출과 함께 광활한 사막 같은 땅에 거대한 사암덩어리가 중간중간에 세워져 있는 모습을 보는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마침 이날이 내 생일이라 남편이 미역국을 구하지 못해서 대신 구한 미소된장국과 마트표 조각케이크로 생일상을 차려 축하해 주는 가운데 감탄할 만한 자연의 아름다움이 마치 하나님께서 주시는 생일선물을 받은 거 같아서 행복했다.


잠시나마 캠핑장 주변을 산책하며 모뉴먼트 밸리의 풍경을 감상하다가 짐을 정리해서 모뉴먼트 밸리 안내소로 이동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검프가 열심히 뛰던 도로를 배경으로 우리도 검프가 되어 달려봤다.


런 포레스트, 런!

나름 유명한 포인트임에도 우리가 거기 차를 세워 넣고 사암덩어리가 세워진 넓은 대자연의 풍경을 구경하는 동안 열 대도 안 되는 차만 지나갔을 분이고 우리는 마치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을 꽤 오래 만끽할 수 있었다.




keyword
이전 10화미국, 서부 캠핑카 여행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