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륙, 2번째 나라, 로드트립
너무 늦지 않게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캠핑장으로 가기 위해 라스베가스에서 서둘러 장을 보고, 주유를 한 후 바로 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서둘렀음에도 워낙에 넓은 미국인지라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에는 어두워진 후에 도착해서 본격적인 관광은 다음날부터 하기로 하고 캠핑카를 주차하기 위해서 바로 공원 내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캠핑카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미 침대와 시설이 갖춰져 있으니 캠핑카를 아무 빈 공간에 주차하고 숙박비를 절약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이런 내 생각과 달리, 국립공원같이 자연과 숲이 보존되거나 너무 외진 곳에는 동물 등이 나올 수도 있기도 하고 공원 관리 차원에서 아무 곳에나 차를 주차하면 안 됐고, 캠핑카 내 화장실과 샤워를 위한 물을 충전하고 오수를 버리는 건 못해도 이틀에 한 번은 충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시설을 잘 구비된 캠핑장을 이용해야 한다.
호텔 숙박비보다는 저렴하지만 어쨌든 추가 비용이 드니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편도 배달 1달러 캠핑카를 예약하고 다음으로 한 게 서부 로드트립을 하는 동안 이 큰 캠핑카를 어디에 안전하고 가능하면 저렴하게 주차할 것인가를 알아보는 일이었다.
미국 내 캠핑카 여행을 즐겨하는 사람들이 많아 캠핑장은 아니지만 주차할 공간이 있어 무료로 이용가능한 곳, 시설 좋은 캠핑장, 어디 국립공원을 가면 어디서 주차를 해야 한다 하는 등의 정보를 공유한 사이트가 있어서 거기서 정보를 얻었다.
일단 첫 번째 목적지인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의 경우 내부에서 당연히 지정된 장소에 비용을 내고 주차를 해야 해서 공원 내 캠핑장의 RV캠핑 사이트에 예약을 했다. 나라에서 관리하는 시설이라 저렴한 편이고 워낙에 예약하는 사람들이 많아 좌석을 확보해야 했는데 다행히 완전 성수기가 아니라서 우리 자리를 한자리 예약할 수 있었다.
길에 노상 주차를 무료로 할 수 있는 곳들은 월마트 주차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우리의 주차 후보지에서 제외했다. 이미 워싱턴 D.C. 에서 총기사고로 시위하는 학생들도 보고 왔고 여행하는 내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중 하나가 안전이니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 주차했다가 강도를 당하거나 문제가 생기는 일은 피하기로 했다.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캠핑장은 저렴한 대신 주차만 하는 공간이고 그 외 충전이나 오수 처리를 위한 시설은 없어서 다음 주차지는 그런 시설이 있는 곳에 하기로 해서 우리의 경로상 2번째 숙박장소가 될 모뉴먼트 밸리 근처에 풍경 좋고 시설이 잘 갖춰준 캠핑장을 미리 알아봤다.
우리가 여러 관광장소를 둘러보고 구경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예약했다가 못 가게 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성수기가 아니어서 현장에서 이용료를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는 걸 알게 돼서 부담을 덜었고, 그다음 주차위치도 우리의 동선 내에서 대략적인 후보지만 정해놓고 이동하면서 결정하기로 했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첫 숙박지는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캠핑장의 RV캠핑 사이트가 되었다.
캠핑카를 주차해 놓고 바로 캠핑카 주방에 있는 가스레인지와 조리 도구를 이용해서 저녁을 차렸다. 그나마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스테이크를 구워 캠핑카 안 식탁에 앉아서 첫끼를 먹었다.
미국의 넓은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면서 금세 적응했지만 차를 받고 막 달리기 시작했을 땐 우리 캠핑카처럼 큰 차를 운전하는 게 처음이라 긴장하고 피로도가 높아진 남편인데 서부 여행 내내 장롱면허인 나 대신 혼자서 운전을 해야 했기 때문에 식사 후 바로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피곤함에도 본격적인 국립공원 여행을 앞두고 설레기도 하고, 집이 아닌 곳, 차문만 열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공간에서 자려니 정말 안전할까 싶은 생각에 다음날 새벽 일찍 눈이 떠졌다.
일찍 눈이 떠진 김에 문을 열고 나가니 새소리부터 시작해서 숲 속의 모든 소리가 들리는 것이 자연 한가운데 들어온 듯해서 잠을 오래 못 잤음에도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랜드캐년에 우리가, 그것도 캠핑카를 타고 오다니!
그동안 티비로만 봤던 아름다운 경관을 직접 볼 생각을 하니 마음이 들떠서 서둘러 아침을 차려먹고 그랜드캐년 방문자센터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