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캠핑카 여행 1

북미대륙, 2번째 나라, 로드트립

by 해피썬

우리가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약 3주가량 머물게 된 이유는 캠핑카, 그것도 1달러 캠핑카를 빌리기 위해서였다.

여행 시작하고 얼마 후 우연히 보게 된 <어느 날 갑자기 백만 원>이라는 티비 프로그램에서 옥택연씨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항공권을 포함해서 100만 원으로 미국 캠핑카 여행을 도전하는 모습에서 힌트를 얻었다.

워낙에 크고 인건비가 비싼 미국이나 호주 같은 나라에선 편도로 이동한 차를 사람을 고용해서 다시 원래 출발지로 돌리는 대신 반대 방향으로 여행하려는 사람들에게 하루 1달러의 렌트비만 받고 빌려줌으로써 주유비와 인건비를 절약하는 1달러 리로케이션 렌터카가 많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약속된 장소로 반납만 해주면 되는 거라 우리도 이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언니네 머물면서 미국 내 편도배달 렌트를 할 수 있는 사이트 3곳정도를 비교하며 우리가 원하는 경로와 일정, 조건에 맞는 차가 있나 매일 검색을 했는데 언니네 머무는 2주 동안 물량이 나온 캠핑카 자체도 적었다.

서부여행을 시작하기 좋은 위치면서 오클라호마시티에서 가장 가까운 라스베가스에서 출발하는 차도, 라스베가스에서 서부 여행을 한 후 우리의 다음 여행지로 할만한 LA, 또는 샌프란시스코를 가는 차는 거의 없었다. 또 있더라도 제대로 된 캠핑카보단 일반차를 개조만 한 거라 매번 잘 때마다 침대를 펴야 하거나, 오수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는 차량만 검색이 됐다.

편도 리로케이션은 말 그대로 누군가가 캠핑카를 이용해야 그걸 되돌리는 방식인데 아무래도 봄이 되는 3월 중순이 지나야 캠핑카 이용고객도 많아져서 물량이 없다 생각하고 우리 선택지가 더 많아질 때까지 좀 더 기다리기로 하다 보니 3주 정도 오클라호마시티에 머물게 되었다.


3월 중순이 지나자 라스베가스에서 출발하는 캠핑카가 점점 나오기 시작했다. 라스베가스에서 LA는 가까운 편이라서 그런지 이 경로는 거의 없거나 빌릴 수 있는 기간이 1-2일 정도로 짧아서 라스베가스에서 샌프란시스코로 4일 내 배달하는 조건의 차를 빌리기로 했다.

완전 성수기에는 캠핑카 편도 배달 건수가 많아져 1달러 렌트비 외에 기름값도 100불 정도 지원하는 조건도 많이 나온다고 하는데 이미 꽤 오래 기다려온 우리는 원하는 조건의 차가 나온 것만으로 다행이고 여행을 더 늦추고 싶지 않아 바로 캠핑카와 라스베가스행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라스베가스에서 1박을 한 후 아침에 약속한 시간에 맞춰서 엘몬테 캠핑카(El Monte RV) 회사에 가서 사무실 앞에 티비로만 보던 캠핑카가 줄지어서 주차되어 있는 걸 보니 캠핑카 여행이 실감이 나면서 너무 설레었다.

이런 식으로 1달러 캠핑카를 빌려서 여행을 좀 더 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라스베가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의 기본 배달일 4일, 일정 마일의 주행거리 외에 우리가 중간에 여행할 국립공원들을 물은 후 권장하는 연장 기간과 추가할 주행거리를 알려줬다.

우리도 구글지도를 검색해서 대략적인 거리와 이동시간을 확인한 후에 캠핑카 직원이 추천해 준 대로 1일 유료 이용료와 500마일 추가비용을 내고 계약을 마쳤다.


사무실에서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에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며 우리의 여행을 응원해 주던 유쾌한 직원이 차를 보여주러 가기 전에 사무실 한 공간에 있는 물품보관함에서 사람들이 캠핑카에 놓고 내려 남아있는 주방세제, 수세미, 휴지, 커피여과지, 양초라이터 등등 아마 우리가 여행하면서 필요한데 잠깐 쓰자고 사긴 아까울 거 같은 물건들을 막 담아줬다.

우리가 이 무거운 걸 들고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5인승을 둘이 이용하니 짐 넣을 공간도 넘치고, 안 쓰고 그대로 차에 남겨놓으면 다음 이용객에게 또 주면 된다고 쓸지 말지 애매한 것들까지 다 챙겨가라고 하길래 주는 대로 다 받아서 사무실을 나왔다.


캠핑카 중에서도 우리가 원하는 2-3인승 정도의 작은 차는 거의 없고 5인승 이상의 캠핑카만 있어서 그중에서 가장 작은 5인승 캠핑카(5 Berth RV)를 골랐음에도 우리의 캠핑카가 생각보다 훨씬 커서 놀랐다.

직원과 함께 차를 둘러보며 이미 있는 차량의 손상된 부분, 현재 주행거리 등 일반 렌터카를 이용할 때 확인하는 절차를 마친 후 캠핑카 이용 방법을 배웠다.

우리는 필요 없을 거 같지만 이미 있는 2인용 침대 외에 나머지 3인용 침대를 어떻게 만드는지를 보여주고, 욕실의 샤워와 화장실 이용법, 캠핑카 내부에서 난방을 하는 법, 캠핑카 내 주방에 있는 가스레인지의 불을 켜고 평형을 맞춰서 안전하게 이용하는 법, 밥솥, 모카포트, 그릇 등의 위치와 어떻게 놔둬야 차 운전하다가 떨어져서 깨지지 않는지 등 내부의 사용법을 시작으로 캠핑카 자체의 전기충전, 물충전, 오수처리 방법 등을 배웠다.


직원에게 차를 넘겨받아 인사를 한 후 앞으로 4박 5일간 우리의 집이 되어줄 캠핑카를 둘러봤다. 숙소에 도착해서 필요한 물건들을 배낭에서 꺼내 짐을 풀듯 캠핑카 안에서 짐을 푼 후 가까운 월마트로 향했다.

국립공원에서는 이렇게 장 볼만한 곳이나 식사할 만한 곳이 마땅지 않을 거고 차 안에 냉장고까지 있어 음식을 상하지 않게 보관할 수 있으니 나중에 더 필요한 건 보이는 마트에서 사더라도 일단 시작할 때 5일 치 장을 모두 보기로 했다.

장본 물건을 메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숙소까지 들고 갈 필요도 없이 카트를 끌고 차 앞까지 와서 물건을 하나씩 옮기면 되니 쌀과 넉넉한 양의 생수와 고기, 각종 채소, 과일, 계란, 라면, 음료, 간식 등등 여행하는 중 한 번에 가장 많은 양을 장본날로 기록을 세웠다.



주유까지 해서 만반의 준비를 마친 후 우리 서부 캠핑카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인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을 향해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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