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륙, 4번째 나라, 3번째 도시
우리가 빠이에서 8일 내내 베짱이 같이만 지낸 건 아니고 나름 유명하다고 하는 곳들은 한 번씩 찾아다녔다.
먼저, 빠이의 꽤 높은 위치에 하얀 불상이 있는 사원이 있는데, 거기서 보는 빠이 시내 전경이 멋지다고 해서 다녀왔다.
하얀 계단이 꽤 높게 이어진 길이었는데 시내 풍경 한 번 보려다가 내가 쓰러질 뻔 한 날로 기억에 남는다.
일단 계단을 싫어하는 내가 또다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는 것부터가 큰 마음가짐이 필요한 도전이었다.
올라가는 동안에도 해를 뒤에서 그대로 받으면서 걷는 거라 더워서 더 힘들었는데 도착한 맨 꼭대기에는 지붕 하나 없었다.
한낮의 더위를 피해서 갔음에도, 힘들어 바닥에 털썩 앉자마자
"앗! 뜨거워!!!!"
소리를 치며, 바로 다시 일어나야 했다.
반바지로 가려지지 않은 맨살이 그대로 익을 뻔했고, 해를 정면으로 보게 돼서 가져간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야했다.
이 정도까지 덥고 힘들면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빠이의 그랜드캐니언이라 해서 빠이 캐니언으로 불리는 자연 협곡도 다녀왔다.
이곳도 "아주 사적인 동남아"에 나왔을 때 얼마나 반가웠던지!!
이곳은 자연 협곡이라서 그런지 이곳엔 아무 안전장치가 되어있지 않았는데 다들 좋은 위치에서 일몰을 보기 위해서 구석구석 이동해서 자리를 잡는 모습에 보는 내가 다 아찔했다.
특히, 한 사람씩 지나가야 하는 협곡 사이의 연결 통로는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한테는 조금만 잘못 발을 디뎌도 그래도 추락을 할 거 같게 느껴져 무서웠고 건너는걸 결국 포기했다.
남편은 두 번이나 왔다 갔다 하며 좋은 자리가 있다고 날 꼬셨지만 도무지 발이 떼지지 않아서 우리는 그냥 좁은 통로 가기 전 넓은 자리에 앉아서 일몰을 기다렸다.
빠이 캐니언은 그랜드캐니언에 비해서 작았지만 자연히 만든 아름다운 풍경은 같았다.
앉아서 일몰을 기다리는 동안 무는 개미한테 여러 차례 물려서 한 자세로 멍을 때리지는 못했지만 이 공간의 고요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좋아서 그 뒤로도 한 번 더 찾았었다.
두 번째 방문 때 연결 통로 지나기 도전을 다시 했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지나갔다!
일몰을 봤으니 일출도 봐야겠지?
윤라이 뷰 포인트라고 중국인 마을에 위치한 전망대인데 여기서 보는 일출이 멋지다 해서 아침 일찍 스쿠터를 타고 이동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결국 전망대에서 일출을 보지 못했다.
아침에 알람 맞춰놓은 시간에 일어나지 못하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며 늦게 출발했는데 결국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중간에 해가 떴다.
그래도 일출을 지나고 가서인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모토인 빠이의 유명 여행지라고 해봐야 엄청 붐비지 않는 건지 사람이 우리밖에 없어서 좋았다.
전세 내듯이 사진도 찍고 한참을 멍하니 시내 경치를 봤다.
이날 날이 유난히 좋아서 맑고 파란 하늘에, 녹색의 잔디가 있는 공간이 어우러져서 풍경이 멋졌다.
일출은 못 봤지만 이건 이거대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이에서 실컷 먹고, 실컷 베짱이 놀음도 하고, 스쿠터 타고 여기저기 열심히 구경도 다니다가 방콕을 가기 위한 슬리핑기차를 타러 치앙마이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