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륙, 4번째 나라, 3번째 도시
우리는 빠이에서 마음껏 여유를 누렸다.
아침이 되면 스쿠터를 타고 시내에 가서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고 낮에는 숙소로 돌아와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뒹굴 거리거나, 숙소에서 키우고 있던 강아지들이랑 시간을 보냈다.
음식을 하기에 덥고 워낙 저렴해서 음식을 할 필요 없이 외식을 했고, 카페에 가서 시원한 음료도 마시고 카페에 있는 책도 읽었다. 남편은 카페에 아무나 연주할 수 있도록 비치된 기타를 치기도 했다
"기타 치면서 띵까띵까 하니까 남편 진짜 베짱이 같아ㅋㅋ"
하루는 낮에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숙소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남편이 갑자기 나갔다 오겠다더니 스쿠터로 동네를 돌다가 근처에 태국 돈 60밧, 원화로 2천 원 정도 내고 놀 수 있는 수영장을 발견하고 왔다.
빠이에서 딱 한 가지 아쉬웠던 게 온천을 갔을 때 말고는 물놀이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인데 수영장을 발견했으니 안 가볼 수 없지!
수영장에는 이미 많은 외국인 여행자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다들 물놀이를 하거나, 옆의 침상에서 쉬면서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가 본인이 데려온 엄청 큰 개를 물에 던지고 물놀이를 시켜 주변 모두가 당황해했지만 관리인의 제지로 금방 개는 물에서 나올 수 있었고 우리는 마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 번은 남편이 여행 기간 내내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취미생활인 농구를 해볼 기회도 있었다.
여행 짐이 이미 가득한데 배낭에 농구공을 들고 다닐 수도, 들고 다닌다고 해도 혼자서 농구를 할 수도 없으니 남편이 세계 일주를 하면서 아쉬워했던 한 가지가 농구인데 기회가 온 것이다.
저녁을 먹고 어두워질 때쯤, 빠이 동네를 산책하다가 한 초등학교 계단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태국 현지인들이 농구 골대 앞으로 모이더니 농구를 시작한 것이었다.
원래 길거리농구란 것이 그런 것이 아닌가?
누군가 농구를 하고 있으면 가서 조인해도 되냐고 묻고, 그럼 너와 나는 농구 친구가 되는 그런 거!
(평소 내가 남편을 통해 보고 들은 걸로 다른 사람들한테 농구에 대해서 아는 척을 하면 남편은 어이없어하면서 웃지만, 난 꿋꿋하게 한다. ㅋ)
다시 얘기로 돌아와서, 농구하는 현지인들 주변을 맴돌면서 농구에 관심이 있음을 온몸으로 티 내다가 그 사람들이 같이 하잔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슬리퍼를 신은 채로 농구 골대로 달려갔다. :)
태국 현지인들의 농구 실력이 좋은 건지, 남편이 슬리퍼를 신어서인지 평소보다 실력 발휘를 못했지만 남편은 꽤 시간을 들여서 그들과 함께 즐겁게 농구를 하고 왔다.
이 작은 동네에서 농구를 하게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는데 빠이가 더 좋아진 순간이었다.
"남편, 소원 풀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