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륙, 4번째 나라, 4번째 도시
방콕에서는 또 다른 지인 찬스가 예정되어 있었다.
내 태국 친구 옴에게 초대를 받아 그 집에서 묵게 된 것이다.
옴은 호주 어학연수 시절 속한 반이 다름에도 친구가 된 외국인 친구 1호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굉장히 사교적이었던 옴은, 수업 중간 쉬는 시간에 어학원 안에서 처음 보는 나에게 먼저 말을 걸며 취미 수업반은 미스터리 투어가 재밌다던가, 멜버른 시내에 1달러 커피를 판매하는 라운지 카페가 있다는 팁을 알려줬었다.
빠이편(태국, 빠이 1편)에서도 잠깐 얘기했는데, 탱과 옴은 같은 시기에 어학원에서 어울리던 친구였다.
탱은 이번 여행을 통해서 13년 만에 만날 수 있었던 반면에 옴은 내가 방콕을 놀러 갔을 때와 옴이 한국에 놀러 왔을 때, 그리고 도쿄 여행 중 시기가 맞아서 중간중간 한 번씩 얼굴을 볼 기회가 있었다.
옴과 나는 서로 다른 국적에, 사는 곳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좋은 친구 관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내가 남편과 세계일주를 할 것이고 방콕에도 간다는 소식에 옴은 숙소를 여행자들이 많이 머무는 지역에 구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자기 집 남는 방에서 지내도 된다고 먼저 제안을 해줬다.
현지인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일부러도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한다는데 친구네 집에서 지낼 수 있게 되니 당연히 예스, 땡큐였다!
방콕 기차역에서 옴네 집까지 찾아가는 길이 초행길엔 헷갈릴 수 있다며 옴이 기차역에 우리를 픽업 와줬고
덕분에 편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옴네 집은 4층 집이었다.
건물의 출입문이 하나이고, 집 안에서 계단으로 층을 이동하는 형태였는데 1층은 옴 아버지의 사무실로 사용하고, 2층은 집 청소해 주시는 분의 방과 주방으로 사용, 3층은 옴이 혼자 사용하는 공간이었다.
우리에겐 4층의 방을 줬는데 각 층마다 욕실과 방이 따로 있어서 우리만의 방과 욕실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옴은 호주에 있는 동안에 아르바이트를 계속했고 맨날 본인은 중산층이고 탱이 진짜 부자라고 말을 해왔어서 그냥 평범하게 한 층으로 된 적당한 크기의 집에 남는 방 하나정도를 빌려주는 건 줄 알았는데 4층 건물의 한 층을 통째로 빌려주니 빈부격차가 큰 태국의 중산층 개념이 우리랑 다르다고 느꼈다.
어쨌든 이렇게 또 한 번의 고마운 지인 찬스를 쓰면서 방콕에서의 일정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