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2

북미대륙, 2번째 나라, 6번째 도시

by 해피썬

샌프란시스코의 좋은 날씨와 많은 볼거리도 우리가 이곳을 찾은 이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NBA 팀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홈경기장인 오라클 아레나(지금은 새로 지어진 체이스 센터로 바뀌었다.)가 이곳 샌프란시스코에 있어서였다.


NBA 직관은 필수 코스인 만큼 우리의 샌프란시스코 체류 기간도 홈경기 일정에 맞춰서 정했고, 우리가 도착하는 날과 떠나기 전날 홈경기가 하나씩 있었다.

우리 생각에 도착하는 날엔 캠핑카 여행을 마친 직후라 피곤할 수 있고 샌프란시스코가 밤에 다니기 위험하다는데 우리 숙소 주변이 어떤지 모르니 동네에 좀 익숙해지고 떠나기 전날 경기를 보고 바로 우버를 타고 공항에 가서 다음 여행지로 이동하자 해서 티켓을 예매했는데 이게 악수가 됐다.


첫날 숙소에서 쉬면서 우리가 예약하지 않은 NBA 경기를 보는데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 스테픈 커리가 경기 중 부상을 당했다.

그 시즌에 이미 부상을 당해서 한동안 경기를 못하다가 오랜만에 복귀한 날이었는데 그날 바로 다시 부상을 당했고 부상의 정도가 우리가 경기를 보러 가는 날뛸 수 없을 정도로 보여 아직 경기를 보지 못했음에도 이미 남편의 실망감이 커졌다.


오라클 아레나 경기장에 도착해서도 입구에서부터 철저한 보안검색을 통해서 외부에선 물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면서 그 안에서 판매하는 물은 500ml 한 병에 7달러나 하고, 앞서갔던 토론토나 오클라호마시티의 경기장에서 경기 시작 전부터 치어리더들과 사진을 찍거나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이벤트가 있던데 반해서 여기는 선수들 전신사진조차 없어서 가장 컸던 기대감이 가장 큰 실망감으로 다가왔다.


스테픈 커리가 부상으로 출전을 못 하게 된 것뿐 아니라 그 당시 주전이었던 클레이 톰슨, 케빈 듀란트 등 대부분이 부상으로 미 출전하면서 팀의 2군이 나가서 경기를 하다 보니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보다 약팀인 인디애나 페이서스를 상대로도 졌다. 그리고 NBA 선수들이 부상으로 경기를 못할 때도 팀을 응원하기 위해서 정장을 입고 팀석에 앉아 있는데 이 날은 주전 선수들의 완전한 회복을 위해서인지 아무도 경기장에 오지 않아 우리가 기대한 어느 선수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나마 이날 여성인권과 관련된 행사로 모든 자리에 무료로 배부된 워리어스팀과 콜라보한 티셔츠를 받은 걸로 위안을 삼고 이것 때문에라도 나중에 다시 샌프란시스코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로스앤젤레스(LA)이고 새벽 비행기라서 농구 경기가 끝나면 바로 숙소에 들려서 체크아웃하면서 맡겨놨던 짐을 찾아 공항에 가는 일정이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1편에서 샌프란시스코의 좋은 날씨 덕분에(?) 노숙자가 많다고 했는데 우리가 시내를 돌아다니는 동안에도 길모퉁이마다 많은 노숙자, 특히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노숙자들도 본 터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동안 해가 진 후에는 외출을 삼가 왔었다.

그런데 평일 농구 경기는 저녁에 시작하고 끝나는 시간도 9시라 밤 이동이 불가피했고 그래서 농구장을 가기 전부터 최대한 안전하게 귀가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사람마다 여행 스타일은 다르겠지만 무엇보다 안전에 대해서 최대한 조심을 하는 것이 아무 사건사고 없이 여행을 잘 마치고 좋은 추억을 남기며 귀국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농구가 끝나자마자 경기장에서 역까지는 다행히 현지인들도 전철을 타고 경기장에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들 무리에 함께 껴서 전철을 탔고, 우리 숙소가 있는 역에서는 내리는 사람이 많지 않고 숙소까지 가는 길에도 사람이 별로 없어 역에서부터 숙소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거의 뛰다시피 해서 5분 만에 도착했다.


공항에 갈 때도 역으로 이동해서 대중교통을 타는 방법이 더 저렴하지만 경기장에 왔다 갈 때의 큰 배낭 없는 가벼운 차림과 달리 이번에는 배낭을 메고 나가야 하는데 누군가 쫓아왔을 때 빠르게 뛰는 게 어려워서 돈을 더 주더라도 안전하게 우버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그래서 숙소에서 짐을 찾은 후 건물 안에서 공항행 우버를 부르고 우버 기사의 연락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도착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차에 탑승했다.


그렇게 공항에 도착해서 안심하면서 새벽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공항 내 의자에 앉아서 공항 노숙을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웬 남자가 넓은 자리를 두고 우리 옆에 앉더니 계속 우리를 향해 욕설을 뱉기 시작했다.

공항 보안 직원한테 가서 얘기했는데도 딱히 별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우리가 자리를 옮기면서 든 생각이 미국보다 치안이 불안한 나라에서도 공항만큼은 사람들을 통제하고 위험한 사람의 출입을 막거나 관리하는데 여기서 왜 그러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었다.



낮에는 한없이 따뜻하고 밝고 관광객들을 환영하는 샌프란시스코가 밤만 되면 무법지대처럼 변해서 이 도시에서의 여행을 밤에 마무리한 우리의 이곳에 대한 마지막 기억은 긴장과 떨림이 돼버렸다.

원하는 경기를 보지 못했으니 언젠가는 이곳을 다시 찾을 일이 있겠지 싶지만 다른 나라와 도시를 여행할 때처럼 이 도시 자체가 그립고 좋아서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역시 어디든 직접 가봐야 사람들이 다 좋아해도 나한텐 안 맞는 도시, 다 싫어해도 나한텐 맞는 도시를 알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 목적지로 향해갔다.



이전 14화미국, 샌프란시스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