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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예루살렘 3

아시아대륙, 10번째 나라, 1번째 도시

by 해피썬 Feb 27. 2025

예루살렘이 성지순례로 유명한 곳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여행은 둘이 의논하면서 마음 가는 대로 계획하던 여행이었기 때문에 성경 속에서 묘사된 장소나 그것을 기념하기 위한 장소 외에도 궁금했던 장소들을 방문했다. 


예루살렘에 이스라엘에서 가장 오래됐고, 세계적인 명문 대학 중 하나로 꼽히는 히브리대학이 있다 해서 트램을 타고 가서 교정을 구경했다.

얼마 만에 걸어보는 대학의 예쁜 교정인지 :D

학생 같아 보이진 않겠지만 학생 기분을 만끽하면서 야외 교정과 도서관 등 외부인에게도 허용된 공간들을 구석구석 구경하고 다녔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의 분쟁 때문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하기 전에도 크고 작은 테러가 많은 나라인데 히브리대학에서도 테러가 발생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은 슬픈 사건이 있었다.

다니던 교회의 선교사님께서도 그 당시 이 대학의 교수로 계셨는데 그날도 수업이 있어 교정을 이동하다가 갑자기 터진 폭탄에 피해를 당하시고 여러 차례의 큰 수술 끝에 다행히 건강을 회복하셨다고 하셨다.

그 사건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심어놓은 나무 한그루를 보면서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교정에서 테러라니, 누군가를 다치거나 죽게 하면서 본인의 뜻을 이루는 방식은 너무 많은 사람을 슬프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아픈 사건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다시 활기찬 대학가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교정의 한편에선 결혼식 피로연을 하는지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신랑신부와 예쁜 드레스와 멋진 정장을 입은 들러리들이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고 있었다.

한층 위에서 구경하던 우리까지 괜히 신나고 춤을 추고 싶어 지게 만드는 분위기였다.


대학에서 나와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맡은 고소한 튀김 냄새에 끌려서 가보니 프렌치힐 팔라펠(French Hill Falafel)이라는 팔라펠 샌드위치 집 앞에 꽤 많은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마침 출출했던 차라 바로 검색을 해보니 여기가 히브리대학 학생들뿐 아니라 그 동네 주민들에게 인기 있는 맛집이라 해서 우리도 줄 서는 사람들 무리에 끼기로 했다.

한쪽에서는 팔라펠을 튀기고, 한쪽에서는 그걸 담아서 샌드위치로 만드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어서 기다리면서도 지루하지 않았다. 워낙 빠른 손놀림으로 음식을 만들어주니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 우리 차례가 왔고 대학가여서 그런지 양도 많고 저렴한데 맛있기까지 해서 이게 우리 숙소 앞에 있었으면 매일 우리의 식사를 책임졌을 거 같단 생각을 했다.



메아쉐아림(Me'a She'arim)이라는 유대인 동네도 들렸다.

이 지명의 이름은 메시아를 기다리는 백 개의 문이라는 뜻으로 유대인 중에서도 극보수유대인들이 모여사는 동네이다.

구약 성경의 율법을 모두 지키려고 애쓰며 사는 이들은 남녀 모두 무채색 옷을 입고 다니고, 전화도 통화만 되는 폰을 사용해서 미디어의 유혹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고 뉴스 등의 정보는 벽보를 통해서 얻는다.

이 동네의 입구에는 이방인인 관광객, 특히 여자들에게 호소하는 간판이 붙어있다.


TO WOMEN & GIRLS WHO PASS THROUGH OUR NEIGHBORHOOD
우리 동네를 지나는 여성분들께,
WE BEG YOU WITH ALL OUR HEARTS
우리 마음을 다해서 간청합니다.
PLEASE DO NOT PASS THROUGH OUR NEIGHBORHOOD IN IMMODEST CLOTHES
정숙하지 않은 옷차림으로 우리 동네를 지나지 말아 주세요.
MODEST CLOTHES INLUDE, CLOSED BLOUSE, WITH LONG SLEEVES, LONG SKIRT, NO TIGHT-FITTING CLOTHES
정숙한 옷차림은 긴팔 블라우스와 긴치마, 몸에 달라붙지 않는 옷차림을 포함합니다.


나도 사전에 이 동네에 대해서 검색을 해봤기 때문에 이날은 흰색 긴팔 헐렁한 셔츠와 없던 긴치마를 대신할 통이 넓은 긴 바지를 입고 그들의 요청에 응했다.

물론 옷차림을 조심했다 해도 그들에겐 여전히 그들의 방침에 어긋나는 이방인이어서인지 우리와 마주쳐지는 동네 주민들은 시선을 내리거나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우리, 특히 여자인 나는 보지 않으려 했다.

금요일인 안식일을 준비하느라 빵이 가득 있는 식당들이 많았는데 배가 고팠음에도 그곳에서 빵을 사는 게 그들에게 실례인지 아닌지를 물어볼 가이드가 없다 보니 차마 상점에 들어가지 못하고 지나왔다.



분명 예루살렘은 성경으로 많이 접해서 익숙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 여러 종교를, 그것도 굉장히 신실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여느 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삶의 형태를 많이 보게 되는구나 싶었다.

IT와 첨단 무기, 잘 사는 사람들 등 굉장히 현대적인데 동시에 과거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어 굉장히 전통적인 나라, 이스라엘이 그 어느 나라보다 이국적으로 느껴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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