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 없이는 말이 안 되는 사람들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들 17.

by 소년의 초상

이야기는 평범하게 시작된다.
날씨 얘기, 일정 얘기,
누가 뭘 먹었는지 같은 것들.

그다음부터

톤이 바뀐다.




조금 있었던 일이
꽤 큰 사건이 된다.

“진짜 난리였어.”

“완전 말도 안 됐어.”

내용은 그대로인데
표현만 커진다.


부풀린 말이
사실보다 먼저 앞선다.


그 사람의 하루는 늘 극적이다.

조금 피곤하면
완전히 녹초가 되고
조금 짜증 나면
도저히 못 참을 일이 된다.


주변 사람들은
맞장구를 친다.
정정하지 않는다.
줄여 말하라고 하면
괜히 차갑게 들리니까.


오바는 편하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상대가 이해 안 해도
감정으로 밀고 갈 수 있다.


크게 말하면
대충 맞는 것처럼 보이니까.


나는 말을 고른다.
굳이 덜어낸다.


크게 말하지 않아도
전해질 수 있다는 걸
아는 쪽은 조용해진다.


그 사람은
오늘도 이야기를 한다.
어제와 비슷한 사건을
조금 더 크게.


듣는 쪽은
점점 표정을 관리한다.


사실을 듣는 건지
연출을 보는 건지
구분이 흐려진다.


모든 말을 오바로 쓰면
정작 큰일이 왔을 때
쓸 표현이 없어진다.


그건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한 발 물러서서 듣는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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