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집을 나서며 만나는 사람들과 :
소소한 하루에서 거룩한 일상을 누리는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잠에서 깨어나 하나님이 불어넣어 주신 숨으로 호흡하고, 세면대 거울에서 하나님의 따뜻한 시선을 발견하고, 선물로 주신 몸을 돌보며 운동과 식사를 했습니다. 청소와 정리를 마치고, 잠시 차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는 여유도 가졌습니다.
이렇게 오전에 집에서 할 일들을 챙겼으니, 이제 집 밖으로 나서봅니다. 옷을 조금 신경 써서 입으셨다면,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이겠지요. 혹시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다면, 분명 좋아하는 사람과 약속이 있는 날일 겁니다. 요즘 날씨가 추우니 옷을 단단히 입고 외출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우리 얼굴 한 번 보자”
사람들은 “얼굴 한번 보자,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을 자주 하지요. 오랜 인연이 있는 사람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쉽게 건네는 말입니다.
실제로 만나게 되기도 하지만, 인사치례로 그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사람들은 기회가 닿는다면 영향력 있고 유명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그런 만남이 찾아오면, 삶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내가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해법을 그가 제시해주리라 상상합니다.
하지만 그런 만남이 항상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지는 않습니다. 삶에 대한 실제적인 조언과 꼭 필요한 위로와 격려는 가까이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더 의미 있는 사람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다양한 경험을 나누는, 가까이 있는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런 소중한 사람을 만나지 못할 날도 언젠가는 오겠지요. 오늘이 그의 얼굴을 보는 마지막 날일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소중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하다보니, 구약성경에서 다윗과 요나단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요나단은 아버지 이스라엘 왕 사울이 다윗을 죽이려고 할 때, 그를 숨겨 주며 도왔습니다. 겉옷을 벗어 주고, 군복과 칼과 활과 띠도 다 주었습니다.
어느 날, 두 사람이 들에서 만났을 때 요나단은 아버지가 다윗을 해치려 할 때 알려 주겠다고 약속하고, 하나님이 다윗과 함께 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요나단은 자기 생명을 사랑하는 것 같이 다윗을 사랑했고, 둘은 언약을 맺습니다.
“너는 내가 사는 날 동안에 여호와의 인자하심을 내게 베풀어서 나를 죽지 않게 할 뿐 아니라 여호와께서 너 다윗의 대적들을 지면에서 다 끊어 버리신 때에도 너는 네 인자함을 내 집에서 영원히 끊어 버리지 말라 하고”(삼상 20:14-15).
다윗과 요나단은 서로 지켜 주겠다고 약속하며, 생명을 함께하는 우정을 나누었습니다. 이 약속은 요나단이 죽은 후에도 이어졌습니다.
우연한 만남이 주는 선물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대문 밖에만 나가도 골목에서, 또 가게나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이웃 어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느 집 할 것 없이 아이들은 같이 뛰놀고, 어른들은 길에 서서 한참을 이야기했습니다.
어린아이로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삶을 공유했습니다. 그때는 서로 다른 집 아이를 돌봐 주었기에, 아이들에게는 수많은 이모와 삼촌. 그리고 부모와 조부모가 있었습니다. 부모가 늦게 오는 날이면 이웃집에서 밥을 먹어도 어색하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겠지요. 집 앞이나 동네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나 고함치는 소리, 어른들이 가던 길에 멈춰 서서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기 어렵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려면 먼저 시간과 장소를 정해야 합니다. 손주를 만나려고 해도 학원 일정을 피해 미리 약속을 잡아야 합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에 계획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시대입니다.
집만 나서면 어른들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던 때와 달리, 이제는 다른 세대와의 만남이 점점 낯설기만 합니다.
인생에서 만나는 소중한 사람들
교회 어르신에게서 스마트에 저장된 친구 수가 점점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80세가 훌쩍 넘으신 지금, 주변 어른들뿐 아니라 오랜 친구들, 때로는 후배들의 부고를 듣고는 자연스럽게 이름을 하나씩 지워가는 경험을 하신 것입니다.
또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던 친구들 모임에 하나둘씩 빠지는 친구가 생긴다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몸이 많이 아프거나, 먼저 세상을 떠나서라는 설명을 들으니 누군가와의 만남이 영원할 수 없음을 다시금 명확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가 아는 사람이 한 사람씩 줄어든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한 사람이 한 사람이 소중하고, 오늘의 만남이 얼마나 귀한지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시간을 설명할 때 흔히 ‘크로노스의 시간’과 ‘카이로스의 시간’을 말합니다. 크로노스의 시간은 물리적인 시간으로 1초, 1분, 1년과 같이 흘러가는 시간을 말합니다.
반면 카이로스의 시간은 의미의 시간을 뜻합니다. 특별한 경험의 시간, 예상하지 못한 일을 만나는 시간, 희생과 대가를 치르고 얻은 시간이 바로 카이로스의 시간입니다.
우리의 인생은 단순히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의미 있는 카이로스의 시간과 그때 만나는 사람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때로는 인생에서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시간을 지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변함없습니다. 그 때도 나와 함께한 누군가를 통해 길을 여시고, 내 인격을 빚으시며 성숙한 삶을 이루어가십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오늘이 소중한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면, 여러분은 누구를 만나고 싶고, 그와 함께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으신가요?
아직 누군가와 마무리하지 못한 일이나, 나누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원하시나요?
감사를 포현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바로 서둘러야 할 일입니다. 이것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오롯이 나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오늘 꼭 만나야 할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면, 지금 전화해 보세요. 그리고 바로 집을 나서 그 사람을 만나 따뜻한 미소로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눠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