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두쫀쿠

당도초과

by 하늘 예쁨

그야말로 두바이 쫀득 쿠키 일명 두쫀쿠 열풍 시대다. 비싼 가격에도 오픈런을 해야 한 입 맛볼 수 있다는 그 간식. 나도 맛보고 만들 기회가 생겼다.

두쫀쿠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 카카오톡으로 이벤트 알림이 와서 기대 없이 신청했는데 당첨이 되었다.

두쫀쿠 당첨되고 갑상선암 당첨도 같이 될까 봐 잔뜩 긴장하고 있는 바람에 가지 말까도 살짝 고민했다.

'이 와중에 두쫀쿠는 무슨. '

걱정이 무기력을 달고 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죽고 싶어도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고 백세희 작가님처럼 암일지라도 두쫀쿠는 먹고 싶었다. 그냥 호기심이랄까. 궁금했다. 그 궁금의 정도가 내 지갑을 열어 발품을 팔아 돌아다닐 정도는 아니었지만 무료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기회라면 해보고 싶어졌다.

나와 동반자 한 명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였다. 누구에게도 연락하고 싶지 않은 요즘이라 혼자 갈까 생각하다 30년 지기 '와. 이제는 30년도 넘었구나.'고등학교 친구 S에게 카톡을 보냈다.

"친구! 다음 주 금요일 1시에 뭐 하시나?"

"아무것도 없는데 왜?"

"두쫀쿠 원데이 클래스 가자" 캡처해 놓은 행사 리플릿 사진을 첨부해서 보냈다.

"올해 너 운이 좋은가보다. 당첨도 잘 되고."


어? 어. 어. 그 말에서 멈칫했다. 올해 운이 좋다? 당첨운이라니. 친구에게 내 사정을 말하지 않았다. 또 아프다고 말하기도 이젠 염치없을 지경이다. 우리 가족의 대소사에 늘 함께하는 친구라 의지를 하면서도 걱정만 끼치는 것 같아 미안했다.


"가기 전에 일찍 만나서 밥 먹고 같이 가자."

"어. 그래. 암튼 그날 만나~" 친구의 제안에 얼렁뚱땅 대답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결국 수업이 있는 날 나는 행사장에서 바로 만나기를 제안했다.

같이 밥 먹으면서 "나 또 암일지도 몰라" 이 말을 하고 달달한 두쫀쿠를 만들러 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때가 되면 말할 날이 오겠지만 오늘은 기분 좋게 두쫀쿠에 양보하고 싶었다.


앞치마에 셰프모자까지 쓰니 그럴싸한 파티시에가 된 것 같았다. 설명해 준 대로 열심히 따라서 모양을 만들었다. 비록 모양은 내 마음만큼이나 찌그러져서 예쁘지는 않았지만 나도 이제 두쫀쿠 먹어본 여자가 되었다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행사장에는 홍보에 사용하려는 듯 여러 대의 카메라가 돌아다녔고 난 카메라를 보고 잘도 웃었다.


여섯 알씩 예쁘게 포장해서 행사장을 나섰다. 두쫀쿠 여섯 알이라니. 괜한 뿌듯함이 우스웠다.

'기다려라 아들, 엄마가 두쫀쿠 들고 간다.' 초코범벅 대세 쿠키는 나를 기세등등한 엄마로 만들어주었다.


행사장은 1층. 내 차는 지하 2층. 친구 차는 지하 3층. 수업하느라 나누지 못했던 우리들 수다는 고작 엘리베이터 두 층을 내려가면서 끝이 났다. 일정이 있어 오늘은 헤어지고 다음 주에 다시 만나자 했다.

친구는 정말 일정이 있었고 난 없었지만 괜한 바쁜 척을 했다. 혹시 커피라도 한잔 마시자 하면 두쫀쿠 끌어안고 눈물을 펑펑 쏟을 것 같아서 부랴부랴 도망치듯 집으로 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휴대폰이 울린다. 방금 헤어진 그 친구다.

"근데 너 왜 기운이 없어 보여?"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이상하다. 난 오늘 예전과 다르지 않았는데. 평소처럼 농담도 했고 행사장에서 들이대는 카메라에 브이도 날리면서 완벽했다고 생각했는데 들키고 말았다.

역시 30년 지기는 속이려 해도 공기마저 감지한다. 세월이 거저 흐른 건 아닐 테니.

"아닌데. 별거 없는데." 또 거짓말을 했다.

'별거 있긴 하지. 아주 큰 별일이지.' 밖으론 거짓을, 속으론 진실을 말했다.

"그럼 다행이고. 다음 주에 만나. 쉬어."


전화를 끊고 노트북을 열었다. 여기에 친구에게 할 말을 적는다.


"친구야. 나 또 조금 아픈가 봐. 아니, 아프지는 않은데 아프대. 그렇다네. 별일 없다고 거짓말해서 미안해.

곧 만나서 커피 마시자."




두쫀쿠를 가만히 바라보다 문득!

맛있는 거를 맛있는 거로 감싸고 단거 위에 또 단거를 묻히는 이 간식처럼 맛있는 당도초과 인생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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