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이쁜이

첫 하프 마라톤

by 하늘 예쁨
이쁜이 3.1절 마라톤 대회 출전

(여기서 이쁜이는 나다. 하하하. 남편이 나를 이렇게 불러주니 적어도 한 사람에게는 맞는 말이다.)

하찮은 런린이(러닝 초보를 부르는 말) 아무도 중계해주지 않으니 셀프중계하기로 했다.


자, 마라톤 중계 스튜디오 연결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곳은 제75회 3.1절 마라톤 대회 현장 중계 스튜디오입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워밍업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직은 아침 기온이 쌀쌀한데도 현장 열기는 굉장히 뜨거워 보입니다. 우리가 오늘 주목하는 선수는 바로 이쁜이 선수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출전한 이쁜이 선수. 이번 대회 나오기까지 사연이 많았다죠.


네. 그렇다네요. 연습하는 도중 갑상선암 의심을 받아서 상심이 매우 컸다고 하네요.


전에 유방암으로 한동안 힘들 때도 잘 버텨내고 10킬로 마라톤에 도전했을 때 다른 선수들이 많은 감동을 받았었죠. 그때 보는 저희도 울컥했었죠.


아직 갑상선 결과가 다 나온 게 아니라 마음이 복잡할 텐데도 도전해 준 게 훌륭하네요. 좀 전에 만나봤는데 컨디션은 좋다고 하면서 환하게 웃더라고요. 연습을 많이 못해서 걱정이라고는 하는데 잘 해낼 거라 믿습니다.


저력이 있고 긍정적인 선수니까 이번에도 완주할 있기를 응원하면서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하프코스 출발선에 선수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네요. 저기 노란색 모자 쓰고 제자리 뛰기하고 있는 이쁜이 선수가 보이네요. 그때는 아주 짧은 커트머리였는데 몇 년 새 많이 자랐네요. 더 예뻐졌어요.

응원합니다. 파이팅!


자.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5.4.3.2.1. 출발!

힘찬 함성과 함께 선수들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바람이 약간 불긴 하는데 기온은 5~6도 정도로 달리기에 좋은 날씨네요. 선두그룹들은 벌써 앞으로 치고 나가고 있습니다.

이쁜이 선수 빠르지는 않지만 페이스 잘 유지하고 있어요. 남들이 앞서간다고 의식하면 안 됩니다. 자기 페이스대로 가야 됩니다. 출전인 만큼 페이스조절을 잘해야 합니다. 무리하면 완주가 어려울 수도 있어요.


아직까지는 괜찮아요. 이대로 쭉쭉 가면 됩니다.

10킬로 구간 여유롭게 통과하네요. 음수대에서 물 한잔 마시며 숨을 고르고 다시 달리네요.


14킬로 구간을 지나면서 급격히 느려지는 게 느껴지네요. 다리가 무거워 보여요. 포기하지 않고 힘을 내주면 좋겠습니다. 속도가 느려지기는 하지만 계속 뛰고 있네요. 대단해요.


17킬로 구간에서 멈춰 서네요. 아. 안타깝네요. 이대로 걸어가면 2시간 반 컷오프 시간 안에 들어오기 어려울 수도 있겠는데요. 첫 하프 출전자들에게 이 구간이 제일 힘든 지점인 것 같아요. 이쁜이님 다시 힘을 내면 좋겠습니다.


조금 걷는 듯하더니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다 와 갑니다. 조금만 더 마지막까지 힘을 내주시길 바랍니다. 하나, 둘, 하나, 둘.


드디어 결승점이 보이네요. 이쁜이 선수 양팔을 높이 들고 골인하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2시간 30분 컷오프 시간 안에 들어왔네요.

첫 도전인 데다 마음적으로도 쉽지 않았을 텐데 완주해 낸 이쁜이 선수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잠시 후 이쁜이 선수와 인터뷰해보겠습니다.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일단 완주 축하드립니다. 언제부터 마라톤에 관심을 가졌나요?


작년 9월부터 꾸준히 연습했고 틈나는 대로 달렸어요.

11월은 한 달 동안 250킬로를 달렸으니 10킬로씩 거의 매일 달린 셈이죠.

처음에 1킬로도 못 뛰었어요. 하다 보니 하게 되고 하게 되니 욕심도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연습하신 거 보니 2026년에 특별한 달리기 계획이 있으셨나 봐요?


네. 10킬로만 두 번 해봤으니 2026년 상반기에 하프 몇 차례하고 11월에 풀코스 나가려고 연습 열심히 했죠.


특별히 풀코스를 11월로 잡으신 이유라도 있으실까요?


아~ 음. 제가 그때 되면 유방암 진단받은 지 딱 5년 되거든요.

중증환자 해제 기념 풀코스 해보려고 했어요. 후훗


아. 그러셨군요. 그런데 이번 대회도 못 나올 뻔했다고 들었는데...


아. 네.

상반기 하프 마라톤 3개를 신청해 놨는데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 수술하게 될 상황이 돼서 전부 취소했어요.

3.1절 마라톤은 취소기한이 지나서 그냥 포기할 생각으로 남겨뒀어요. 그런데 병원일정 변동이 생겨 취소 못했던 이 대회를 나오게 되었죠. 고민 많이 했어요. 나올까 말까.

걱정이 많으니 의욕이 없어지더라고요. 달리면서 걱정을 좀 덜어보고 싶어서 나왔어요.


그런 사연이 있으셨군요. 그래도 잘 이겨내고 참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드리고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달리면서 무슨 생각 주로 하셨나요?


거창한 생각하고 싶었는데 단순하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힘을 내보자!' 계속 그 생각만 반복했어요.

달리기뿐만 아니라 제 삶에 대해서도 해주고 싶은 말이었거든요.


멋지네요. 그 마음으로 모든 것들을 다 이겨낼 수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완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11월에 풀코스 완주 후 다시 인터뷰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 하프도전에 성공했다. 기특한 녀석. 무엇이든 겁먹지 말고 이겨내 보자.

3.1절이니 나도 외쳐본다.


대한 독립 만세!
대한 이쁜이 만세!


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