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해♡

50번째 내 생일

by 하늘 예쁨

봄비가 내리는 월요일 아침. 오늘은 50번째 내 생일이다.

불혹을 지나면서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가 불혹이 맞나 싶게 좌충우돌 살았지만 이제 지천명에 들어가니 조금 하늘의 뜻을 알게 될지 기대해 봐야겠다. 하늘의 뜻을 알기 전 '어쩜 나에게 이럴 수 있냐'라고 원망하는 일이나 안 생겼으면 좋겠다.

벌써 50이라는 것이 내 나이가 아닌 것처럼 어색하기만 하다. 되돌아보면 30이 되었을 때 이제 청춘은 끝났다면서 '점점 더 멀어져 간다.' '서른 즈음에' 노래를 부르며 꽤나 오래 산 어른인 척을 했었다. 40이 되었을 때는 진짜 뭐라도 된 것처럼 중년 대열에 들어갔다며 '이제 늙어가는구나.' 했었다. 50에 와서 보니 30은 어린이고 40도 청춘이다. 지금의 50도 60이 돼서 생각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늦지 않은 나이임에 분명할 것이다.


몇 년 전 친정엄마가 칠순잔치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가 나이만 70살이지 마음은 너랑 다르지 않아.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은 거냐."

그 말을 내가 그대로 해본다. 나이만 50이지 마음은 어릴 때랑 똑같다고. 14살에 만난 중학교 친구, 17살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 그들을 만나면 정말 더 그렇다.

"넌 어쩜 하나도 안 변하냐. 완전 동안이야. 예전이랑 똑같아."

"누가 50살로 보겠냐?"

옆테이블에서 들으면 '저 아줌마들 왜 저래' 할 이야기들을 거리낌 없이 그것도 큰소리로 말하며 서로를 칭찬한다. 나이 들수록 칭찬받을 일이 적어지는데 이래서 친구가 있어야 하나보다.

철없던 꼬맹이 시절을 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바람을 맞으며 30년 이상 흘러 분명 외모는 세월만큼 변했을 텐데도 마음은 그 시절 그때 그 청춘에 머물러있다. 아직도 자율학습 시간 땡땡이치고 분식집 갔던 그때 그 마음인데 세월이 많이도 지났다. 내가 남편을 만난 게 24살이었고 이제 내 딸이 23살이 되었으니 당연한 건데도 다른 이들 시간에는 해마다 더하기를 잘도 하면서 내 나이 더하기는 아직도 서툴고 어색하다.


"엄마, 생일 선물 뭐 갖고 싶어?"

"여보, 생일 선물 뭐 해줄까?" 살면서 가장 듣기 좋은 질문이다.

"생일은 무슨. 괜찮아. 선물 안 해줘도 돼" 이런 대답은 절대 하지 않는다. 엄마치고는 반전인가?

친정엄마가 늘 '난 됐어. 필요한 거 없어. 난 괜찮아.' 하는 게 너무 싫었다. 괜찮지 않은 거 다 보이는데 입으로만 괜찮다고 하는 그 모습이 싫었다. 그래서 난 괜찮지 않은 건 안 괜찮다고 말하고 서운한 건 말하는 엄마다. 사양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쁘게 받고 더 예쁘게 갚아주면 된다.


다정한 딸은 구두를 사줬다. 딸은 생일 한참 전부터 갖고 싶은 걸 물어왔고 난 구두를 사달라고 했다. 꽃피는 봄이 오면 예쁘게 차려입고 소풍 가고 싶어서 구두를 선택했다. 과감히 7센티짜리로. 50살이 되니 7센티도 과감해야 신을 수 있는 구두가 되었다.

아. 왕년에로 시작하는 말 하기 시작하면 11센티 구두부터 별의별 얘기 다 써야 하는데 이쯤에서 왕년얘기는 덮자.


남편은 기념일과 생일을 잘 챙겨주는 다정한 사람이다. 결혼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생일 미역국을 끓여줬다. 서툴렀지만 늘 맛있었고 매년 감동하고 감사했다.


그런데! 오늘은 미역국이 없다!.


의사 선생님 말 때문이다. 갑상선에 문제가 있는 경우 개인마다 다를 수는 있겠으나 나는 미역이나 해조류를 삼가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기 때문이다. 갑상선 기능저하증과 피검사 수치로 봐서는 안 먹는 게 좋다는 얘기다.

뭐 일 년에 한 번 먹는데 큰 문제가 되겠냐며 '뭐 어때!' 할 수도 있었지만 그 말을 듣고도 굳이 미역국을 끓여야 하나 싶기도 했을 것이다. 남편은 내 건강에 지나칠 만큼 진지하다. 그 진지함과 고지식함이 미역국을 버렸다. 이놈의 갑상선! 덕분에 결혼하고 처음으로 미역국 없는 생일이 되었다. 무언가 허전하고 아쉬웠다.

내 평생 생일 미역국을 끓여준다고 했는데 더 이상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남편은 이제부터 미역국을 끓이지 않겠다고 말해놓고선 막상 생일 아침이 되니 괜한 아쉬움과 미안함이 있나 보다.

"미역국 안 먹어도 괜찮아. 샤넬 백 사주면 돼." 미역국 없어도 괜찮다는 말을 안 괜찮게 했다.

미역국이 없어서라기보다 건강상의 이유로 무언가를 삼가야 하는 게 어쩌면 속상할 수 있지만 괜찮다.

더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그거 먹으면 되지 뭐. 세상은 넓고 먹을 것은 넘쳐난다.


이쯤 되면 생일에 무척이나 집착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5분의 4쯤 맞다.

46살에 유방암 진단을 받고 어쩌면 내가 일반적인 평균수명까지 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평균이라는 함정에 빠져 내 일이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채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오만했다.

누구나 할머니가 돼서 이 세상을 떠나는 건 아니라는 말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충격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얘기지만 체감하지 못했으니 와닿지 않았던 것이다. 그만큼 철딱서니도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 철이 든 건 아닐 테지만 조금은 인간의 유한함을 깊이 생각해서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해마다 생일을 맞이할 수 있다는 건 당연함이 아닌 감사한 일이구나.
어쩌면 기적이구나.

기적이 일어난 오늘 아침에 감사하며 나의 생일을 축하한다.





따뜻한 마음 전해준 많은 사람들 덕분에 올해 생일도 잘 보낼 수 있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내년 생일도 잘 챙겨주세요. 좀 뻔뻔하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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