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겨울일 땐 봄동 비빔밥

곧 봄이 올 거야

by 하늘 예쁨

수술 날짜를 받아놓고 기분이 왔다 갔다를 반복한다. 어디로 가고 어디로 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울과 불안이 찾아와 나를 저쪽 끝으로 몰고 가려한다.

안 끌려갈 재간은 없으니 잠시 끌려갔다가 애를 써 다시 원상태로 끌고 온다. 왔다 갔다 하면서도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제자리로 돌아오려고 한다.

'회복탄력성' 비슷한 '불안, 우울탄력성' 같은 게 생긴 것 같다.

저쪽 어둠 속에 쭈그리고 있는 나를 이쪽 빛으로 끌고 나오는 힘은 가족이다.


"엄마. 봄동 비빔밥 알아?" 이 질문 하나가 멍하니 생각에 잠긴 나를 깨웠다.

매년 이맘때쯤 봄동 겉절이를 해줬는데 딸은 엄마가 해준 겉절이가 제일 맛있다고 엄지를 지켜 세웠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봄동 비빔밥을 아냐고 묻는다.

"봄동 겉절이 넣고 비벼 먹는 거야?"

"그게 요새 완전 인기야. 예능프로에 나왔는데 그거 해서 먹고 sns 올리는 게 대유행이야. 우리도 해보자."

"그래! 해보지 뭐."

어려운 것도 아니고 대세까지 합류한다니. 더더군다나 따님이 드시고 싶다는데.


갈 곳 많고 할 일 많아 바빴던 그때 그 시절엔 뭘 해달라는 가족들의 요구에 짜증 나고 지치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뭘 해달라는 말에서 나의 효용가치를 느낀다. '나도 필요한 사람이구나. 쓸모가 아직 남아있구나.' 뭐 그런 느낌이랄까. 게다가 뭐든지 잘 먹는 우리 가족들 덕분에 난 꽤나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되어있다.


그럼 요리 좀 하는 내가 알려주는 봄동비빔밥! 레츠고!


하나. 봄동을 씻기 전에 양념장부터 준비한다. 고춧가루가 숙성돼야 더 맛있는 양념장이 된다.

(양념장 : 고춧가루 4, 멸치액젓 2, 참치액젓 2, 마늘 1, 대파 약간, 소금 약간, 설탕 1, 매실액 2, 참기름 1, 통깨 넉넉히)

밥을 넣고 비벼 먹을 생각으로 약간 간간하게 했다.

둘. 봄동은 밑동을 잘라 깨끗하게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식감과 색을 더해줄 당근도 반 개 정도 채를 썰어 준비한다. 씻어서 물기를 잘 빼는 게 포인트. 야채탈수기를 이용했다.

셋. 잘라둔 봄동과 당근에 미리 불려둔 양념을 넣고 조물조물 양념이 고루 묻도록 버무려준다. 센 압력으로 오래 비비면 풋내가 날 수 있으니 빠른 시간에 버무려낸다.

넷. 자,이제 비벼보자. 양념된 봄동에 밥 넣고 달걀프라이 턱! 올리고 참기름 한 바퀴 휘릭~ 슥슥 비벼준다.

다섯. 비비면서 침 나오면 성공이다. 요 녀석, 별거 아닌데 별거 같은 맛이 난다. 기분이 좋아졌다.

마음이 겨울일 땐 봄동 비빔밥을 먹어야겠다.

여섯. 여기에 된찌(된장찌개, 된찌라고 해야 더 어울리는 느낌이다.) 하나만 곁들이면 최고의 한 끼 밥상이 된다.

양념은 작은 봄동 2 포기 정도에 맞는 양이며 계량은 밥숟가락 기준이다. 하면서 맛을 보고 취향에 따라 가감해도 된다. 뭐 흑백요리사 결승전도 아니고 먹어보면서 "어때? 짜? 괜찮아? 뭘 좀 더 넣을까?" 하면서 맞춰가는 것도 재미다.

정확한 레시피가 없다는 걸 재미로 덮는 중이다. 엄마가 양념하면서 한 번씩 입 안에 넣어주던 완성 전의 음식들이 맛있게 기억되는 걸 보면 그 풍경이 주는 맛이 있는 듯하다.




잘 먹었으니 잠깐 봄동에 관한 개똥철학 시간을 가져보자.

봄동은 이맘때 놓치지 않고 찾는 애정하는 채소다. 이름부터 매력적이다. '봄동!' 봄이 오는 소리가 날 것 같다. 시장에 봄동이 보이기 시작하면 곧 봄이 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봄을 좋아하는 나는 봄소식이 반갑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겨울도 결국 봄에 밀려나게 되어 있다.

예쁘게 그러데이션 되어있는 고운 옷을 입은 꽃 같은 자태가 매력적이다.

그 꽃 같음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몸부림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니. 기특하여라. 추위와 겨울바람을 이겨내려고 바닥에 바짝 붙어 견디고 버텨냈다. 기어이 살아내 예뻐지고 달큼해졌다.





잘 버텨낸 모든 것들은 아름답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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