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걱정하지 말거라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4박 5일의 일정이 13일의 금요일과 함께 저물고 있다. 13일의 금요일이라는 말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요즘 사람은 아닌 것 같다. '13일의 금요일이 뭐 어때서?' 그저 돌고 돌아 지나가는 숫자에 요일이 덧붙여진 아무 의미 없는 순서일 뿐인데 한 번 각인된 기억은 선명하다. 근거 없는 숫자와 요일의 조합에 무탈하기를 바라는 과한 마음이 들어온다. 병원 신세를 많이 지면서 불안이 자주 나를 찾아온다. 현재까지는 찾아올 때마다 나름 잘 싸우고 있다. 그 과정이 좀 짜증 날 뿐이다.
행운의 7. 7은 왜 행운이며 죽음의 4, 4는 왜 죽음인가? 개연성과 합리성이 전혀 없는 미신들임을 알면서도 이왕이면 4보다는 7에 손이 더 간다. 이를테면 병원 락카는 절대 4번이 들어간 자리를 쓰지 않는다던가. 자동차 주유는 7만 원씩 하는 버릇도 있다. 마음이 약해져 두려움이 커지는 날엔 그 숫자에 의미를 더해 매달리는 나를 발견한다. 특히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작은 것에도 의미를 두고 모든 것들에 조심스러워진다. 최고의 야구선수 오타니가 쓰레기를 줍는 심정이라고 할까? 좋은 일을 하면 조금이라도 행운이 나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절실함이 나를 변화시킨다.
제주에 있는 동안은 불안과 싸우지도 않고 잘 지냈는데 어느새 시계침은 빠르게 흘러 이제 내일이면 집으로 가야 한다.
4일 동안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남이 차려주는 밥을 먹고, 남이 타주는 커피를 마신 나는 이제 슬슬 집 앞에 놓인 택배도 걱정되고 물을 줘야 하는 화초 생각도 난다. 집에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흐릿했던 현실은 선명해진다. 병원 일정들과 수술을 앞둔 피할 수 없는 나의 상황들이 잠시 잊혔을 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애초부터 잠시 잊히기를 바라고 온 여행이었으니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셈이다.
누군가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데 차마 즐기기까지 할 자신은 없고 잘 이겨내고 버텨는 봐야겠다. 잘 견디고 이겨내면 또 이렇게 푸른 바다를 보러 올 수 있겠지.
13일의 금요일은 그 어느 날보다 맑고 푸르른 바다와 청명한 하늘을 보여주며 무사히 지나갔다. 안타까운 게 있다면 고기국수 맛집을 열심히 찾았는데 일찍 문을 닫는 바람에 먹지 못했다는 아쉬움정도. 살면서 가장 안 풀린 일이 딱 요 정도면 얼마나 좋을까?
변수 없이 예상한 대로 흘러가는 평범한 삶을 기원하며 마음에 두려움이 일 때 되뇌어본다.
미리 걱정하지 말거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