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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하 Nov 01. 2023

#21. 아픈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엄마의 내공

싱가포르 한 달 살기


2023년 1월 25일 수요일
싱가포르 한 달 살기 19일차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일어난 채로 설을 보내러 본가에 내려가 있는 남편과 어머님과 영상통화를 하며 

싱가포르의 열아홉 번째 날을 시작했다. 

절반 이상이 지난 싱가포르 여행의 아쉬움을 벌써부터 표현하면서도

반대로 빨리 집에 가서 아빠와 놀고 싶다는 아들.

싱가포르에서 편히 지내는 게 좋으면서도 집에 가고 싶은 양가적인 마음이 드나 보다.

(나도 살짝 그런 마음이 들기도...? 여기가 좋은데 집에 가고 싶은 이상 야릇한 마음.. ㅋ)



아쉬움으로 가득한 영상 통화를 끝내고 간단히 아침밥을 먹는데 아들이 영 입맛이 없다고 한다.

육아 경력 10년 차. 

자연스럽게 아이 이마를 만져보고 목덜미를 만져보는데 

손바닥으로 뜨끈함이 느껴지면서 동시에 내 목덜미로는 쎄함이 몰려왔다. 

바로 체온계로 열을 재보니 38.7도. 열이 있네..

일단은 비상약으로 챙겨 온 해열제를 먹이고 몇 시간 지켜보기로 했다. 

열만 있을 뿐 다른 증상은 보이지 않으니 일단은 점심때까지 좀 지켜보기로 하고 

수시로 아이의 얼굴과 표정, 몸 상태 등 컨디션을 체크했다. 



열이 난다는 건, 몸 어딘가에서 균들끼리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는 건데

싸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야 해결할 수 있으니 가만히 생각을 되짚어보며 원인을 찾아보려 했다. 

열의 원인으로 짚어지는 몇 가지는 Covid-19, 독감, 냉방병(24시간 에어컨이 켜져 있는 환경이다 보니.), 단순 열감기 정도?

내 생각엔 어제 외출 후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 느꼈던 추위를 아들도 느꼈을 것 같은데

긴팔을 입지 않고 찬 공기에 오래 노출이 되어서 감가기 온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무튼 해열제를 먹으니 열이 떨어져서 계속 지켜보기로 하고 

점심으로는 며칠 전부터 먹고 싶다던 스테이크를 먹으러 나가기로 했다. 

괜찮은 스테이크 집이 있는지 찾아보다가 클라키 센트럴에 후기가 좋은 곳이 있어서 택시 타고 후다닥 다녀오기로 했다. 



비 오는 클라키.. 야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ㅠㅠ
스테이크가 나오자 슥슥.. 칼질하는 아들.
맛있는 고기 먹고 기분이 좋아졌음. ♡




비가 계속 내려서 밥만 먹고 들어왔는데 그새 열이 다시 오르고 있었다. 

해열제를 다시 먹이고 오후에 외출하기로 했던 곳은 취소하고 숙소에서 쉬기로 일정을 변경했다. 

열만 있을 뿐 밥도 잘 먹고 잘 놀아서 크게 걱정은 안 하려 했지만

타지, 그것도 외국에서 아프면 힘드니까 

이때부터 내 머릿속은 갖가지 경우에 대비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느라 바빠지기 시작했다. 



두 번째 해열제를 먹은 후에는 열이 떨어지지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코로나 자가 진단 키트로 검사를 했다. 

다행히 음성으로 나와서 코로나 가능성은 배제.

아무래도 냉방병 같은 확신을 마음에 두고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열이 계속 올라 아픈 와중에도 저녁으로는 참치김치찌개가 먹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아픈데도 먹고 싶은 걸 말하는 게 기특하고 마음 한편으로는 안도가 되어 

그랩으로 한식당에서 저녁을 시켰다. 

밥 한 그릇 뚝딱한 아들은 일찍 잠이 들었다. 

열 때문에 컨디션이 안 좋지만 그래도 밥을 잘 먹어주니 마음이 놓이는 어미 마음...



잠들기 전에도 열이 38.7도라 부루펜을 한 번 더 먹였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열 보초를 서야 할 것 같아서 같이 일찍 잠을 청하고

나는 1시간 반 뒤에 일어나 그때부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역시나 해열제 먹은 지 4시간이 지나자 열이 훅 오르기 시작했고

밤이다 보니 열이 걷잡을 수 없이 더 오르기 시작했다. 

원래 밤에 열이 잘 오르는 게 아이들이긴 한데 새벽 3시 40분경엔 40도를 찍으니 나도 마음이 다급해졌다. 

다시 해열제를 먹이고 옷을 벗긴 후 미온수로 마사지를 시작했다. 


밤새 열 보초 서는 중..집이 아닌 곳에서 아프면 정말 고생이다...쌩고생...


해열제도 듣지 않고, 그렇다고 투약 양을 오버해서 먹이면 안 되니

이때부터 할 수 있는 건 미온수로 마사지하는 것 밖에 없다. 

자는 아이의 몸을 미온수로 적신 물수건으로 닦으면서 아이가 고열일 때 대처법을 인터넷 검색을 해보는데,

아이를 키우며 이런 경험은 숱하게 겪었기에 나름 대범하게 대처할 수 있을 법도 한데,

아이가 고열로 힘들어할까 봐 애타는 엄마의 마음은 여전히 그대로다.

미온수 마사지가 효과가 있었는지 그제야 체온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제서야 나도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아들이 갑자기 잠에서 깨더니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했다. 

열이 내리면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는데 

몸 안의 나쁜 바이러스를 쫓아내는 방법 중 하나가 원활한 용변이니 긍정의 시그널로 생각했다. 

아이는 이내 다시 잠이 들었고 나는 날이 밝으면 혹시 모르니 진료를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근처 병원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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