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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하 Nov 01. 2023

#22. 싱가포르 병원 방문기

싱가포르 한 달 살기

2023년 1월 26일 목요일
싱가포르 한 달 살기 20일차 


구글과 싱가포르 여행 카페를 샅샅이 뒤져보며 후기를 하나하나 읽어보며 어느 병원을 갈지 검색해 보았다.

시내에 있는 클리닉은 혹시라도 필요한 검사가 제대로 안될 것 같아서 대형 병원(3차 병원) 위주로 찾았고

후기와 추천으로 종합해 보니 KK Hospital과 래플스 병원 두 곳이 많이 선호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두 병원의 장단점이 너무 극명하여 선뜻 내키지 않았다.


KK 병원은 공립병원으로 여성/어린이 전문 종합병원이라 아이 데리고 가기에 좋다고 하지만 공립병원인 만큼 대기 시간이 많이 길어서 기다리기 힘들다는 후기가 다수를 차지하였다. 아픈 아이 데리고 병원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일은 굳이 경험해 보지 않아도 얼마나 힘들지 예상할 수 있다.


아이가 더 어렸을 때 대학병원 응급실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적이 있었다. 

24시간 동안 3번 방문한 적도 있었으니... 

돌이켜 생각을 해보면 그때 아이가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로 쳐져 있을 때 아픈 것만으로도 힘들었는지만

더 힘들게 했던 건 응급실 복도에서 무한정 기다려야 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대기 시간이 길다는 후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KK 병원의 패스하기로 했다. 


래플스 병원은 숙소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지만 진료의 수준이 낮다는 평가와

최근에는 의료 사고도 있었는지 환자 보호자의 컴플레인들이 구글 리뷰에 무척 많이 있었다. 

낯선 나라에서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선택해야 하는 엄마 입장에서는 이런 리뷰를 본 이상 선뜻 갈 용기는 나지 않았다. 


좀 더 찾다 보니 Thomson Medical Centre라는 사립 병원이 있는데 숙소에서는 좀 멀지만 최근에 응급 진료를 본 사람들의 후기가 다 좋았다. 간호사의 친절, 의사 선생님의 상세한 설명, 병원 시설 등...

그래서 이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사립이라 병원비는 비싸지만 대신 대기는 길지 않아서 시간과 편의를 생각하면 이 병원으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어차피 응급 진료 시간에 가야 하니 좀 더 잠을 재운 후 아침 일찍 Thomson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그 사이 아들은 열이 내리는 듯싶더니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또 응아가 마렵다며 화장실을 다녀왔다. 

밤을 꼴딱 새다시피 한 나는 새벽 5시가 넘어가자 졸리기 시작했다. 

8시엔 병원으로 출발할 거니까 조금만 눈을 붙이기로 하고 아들 옆에서 잠을 청했으나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으나 머릿속은 열이 왜 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고 있었고, 

병원에 가서 어떤 검사를 요청할지, 그리고 결과에 따른 대처 방안에 대해 온갖 시뮬레이션이 돌아가느라 잠을 들 수가 없었다. 




8시가 되어 나갈 채비를 하고 택시를 불러서 병원으로 향했다. 

새벽부터 주르륵 내리던 비는 빗줄기가 약해졌지만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닷새 동안 해 한 번 안 뜨고 비만 오다니...

싱가포르도 장마가 있네...?


택시 타고 병원으로 향하다 보니 처음 가보는 길이다. 

에초 계획하고 원했던 일정은 아니지만, 이렇게 처음 가보는 동네를 지나치며 바깥 구경을 하니

아주 나쁘지만은 않았다. 

한 달 살기 하면 이런저런 일을 겪을 확률이 많아지는 게 당연한 거고,

이러면서 이곳 병원 시스템을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정말 열심히 자기 위안을...)


아침 일찍 병원 가는 게 무섭고 겁이 난 듯한 아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을 가리키며 말을 걸어보았지만,

본인이 아픈 게 슬픈 아들은 내내 저기압이다....-_-



병원에 도착하여 택시에서 내리니 주차장 직원분이 친절하게 24-7 Family Clinic 위치를 알려주었다. 

들어가는 입구를 안내받고 로비에 들어서니 Info Desk 직원이 또 한 번 더 안내를 해준다.

와... 정말 친절하네...


24-7 Family Clinic 카운터에 가서 진료 접수를 하려 하니 

우린 외국인이라 전산 접수가 QR로 되지 않아서 간호사가 직접 수기로 접수를 해주었다. 


접수를 하고 여권으로 신상정보를 기입하고 체온을 재고 (38.4) 몸무게를 재고,

코로나 검사 여부와 진료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간호사분이 차분하게 또박똑박 설명해 주는데 외국에 놀러 와서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온 나를

최대한 침착하게 대해주려는 듯한 모습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의사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코로나 검사를 다시 한번 했고 다행히 음성으로 나왔다. 

이어서 진료실에 들어가 의사 선생님의 진료(consultation)이 시작되었다. 

아침 일찍 와서 그런지 조용하던 병원... 그리고 로봇... 여기도 배송 로봇이...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직업병인가...



싱가포르에는 언제 왔고, 그동안 신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열은 언제부터 나기 시작했으며 다른 증상은 없는지,

하나하나 증상과 경우를 들어가며 질문을 하셨고 나는 열심히(?) 대답을 했다. 

코로나는 아직 한 번도 걸린 적이 없고, 금방도 검사했는데 음성으로 나왔으니 

혹시 독감이 아닐까 걱정된다 하니,

원하면 독감 검사를 해주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두드러기나 발진도 없고, 목이 붓거나 귀에 염증도 안 보이고,

폐 소리도 심장소리도 괜찮아서 바이러스성 열감기일 것 같다고 진단을 하시면서 

일단 처방 약을 먹고 푹 쉬어 보라고 하여 일단 알겠다고 했다. 

3~4일 동안 어디 놀러 가지 말고 (네??? ㅠㅠ) 집에서 푹 쉬고 밥 잘 챙겨 먹이고 잘 자고 

물도 많이 마시면 열이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나중에는 괜찮아질 거라고 안심도 시켜주셨다.

해열제를 여분으로 더 처방받고 진료를 마쳤다. 

어찌 되었든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고 나니 마음이 많이 놓였다. 

열이 왜 오르는지, 해열제로 열이 안 잡혀서 불안했는데,

그래도 의사 선생님의 진찰을 받으니 한시름 마음이 놓였다. 

병원비는 정말 정말 비쌌지만 다행히 여행자 보험을 들어놔서 괜찮았다. 




다시 택시를 타고 숙소로 와서 미역국에 늦은 아침을 먹고 약을 먹고 났더니 

열도 내리기 시작하고 나아지는 것 같았다. 


숙소로 와서 밥 먹고, 약 먹고, 게임하고... 그래, 그냥 푹~ 쉬자~


그런데 이때부터 밥 먹다가 화장실을 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수시로 화장실을 가더니 설사를 하기 시작한다.

열이 내리고 나면 그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들었는데

너무 자주 가니까 슬금슬금 걱정이 시작되었다. 


배가 아픈지, 콕콕 찌르는지, 묵직한지, 꼬집는 것 같은지, 메스꺼운지, 토할 것 같은지..

계속 물어봤는데 그런 건 업다고 한다. 그냥 응아가 마려운 것뿐이라고.. 


이것도 우선 지켜보기로 하고 물을 자주 먹이고 밥은 먹기 편안한 걸로 준비해 주고 하루 종일 침대에서 아이패드로 유튜브를 보며 말 그대로 푹 쉬게 해주었다. 



여행 와서 아프면 속상하긴 한데 이것도 경험이니까..

나중에 오늘을 돌아보며 이런 일도 있었구나 하며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기를 바라며...

이틀간의 병수발이 끝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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