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한 달 살기
2023년 1월 24일 화요일
싱가포르 한 달 살기 18일차
열대 지방이나 동남아 지역에는 스콜성 비가 자주 내린다.
스콜은 잠깐 비가 쏟아지다가 그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우기 시즌인 싱가포르에서는 비가 많이 온다 하더라도 스콜성으로 비가 온다고 했는데,
요며칠 내리는 비를 관찰해보니 스콜이 아니라 우리나라 장마 시즌과도 같다.
새벽부터 밤까지 비가 쉬지 않고 내리는데
쨍쨍하게 파란 하늘만 보다가 울먹울먹 흐린 하늘을 보고 있으니 조금은 답답해진다.
오전에 비가 좀 오더라도 방 청소도 해야하니 (설 연휴로 일요일 월요일 이틀 동안 청소 서비스가 안되다 보니 찝찝하다.) 청소할 시간에 잠깐 외출을 하기로 했다.
페라나칸 전통 하우스로 유명한 Katong 지역의 주치앗로드에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비는 계속해서 내렸지만 한산한 버스에서 아들과 함께 차창 밖을 구경하며
낯선 길을 달리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면서도 즐거웠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은 싱가포르의 관광지와는 반대방향이라 진짜 로컬 분위기가 많이 났고
실제 싱가포르 보통 사람들이 사는 동네 같이 느껴져서 생경하기도 했다.
주치앗 로드에 도착하니 전통가옥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색색이 다르게 칠해져 있는 외관들이 너무 예뻤다.
비까지 내리고 있으니 훨씬 운치 있고 고즈넉한 분위기라 더 사로잡혔던 것 같다.
아쉬웠던 건 설 연휴 마지막 날이라 문을 연 상점들이 많지 않아서 신기하고 예쁜 물건들을 구경하지 못했다는거.
대신 예쁜 카페에 가서 커피와 초코라테, 바스크 치즈 케이크를 시켜 놓고
아들과 함께 그림도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특별한 계획없이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우리에게 필요했기에,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즐겨보고자 했다.
한참을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구글 지도로 점심 먹을 만한 곳을 찾아 봤더니
카페 근처에 유명한 로컬 새우국수집이 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관광객보다는 현지 사람들이 많았고, 분위기도 동네 식당 같은 느낌이라 더 마음에 들었다.
pawn noodle이 유명하다 하여 시켜보았는데 우리 입맛에 딱 맞았다.
새우와 돼지고기 육수로 국물을 낸 것 같은데 새우탕면의 맛에 가까운 것 같기도 했다.
라면 좋아하는 아들, 싱가포르식 라면이라며 후루룩 맛있게 먹고,
평소에도 라면에 밥 말아 먹길 좋아하는 나는 공기밥을 같이 시켜서 먹었더니 넘 맛있었다.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어디 다른 데를 더 가기에는 무리 일 것 같아서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계속 내리는 비에 싱가포르의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마치 우리나라 초가을 같은 날씨인 듯.
반팔로는 으슬으슬 추워서 긴팔 가디건을 꺼내 입고,
아들에게도 가디건을 건내었는데 자기는 춥지 않다며 쌩쌩하다던 아들.
(이게 복선이 될 줄은 이때는 몰랐다...)
숙소로 돌아와서 아들은 만화, 나는 책..
이렇게 오후 시간을 느~긋하게 보내며 하루를 마무리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