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한 달 살기
2023년 1월 27일 금요일
싱가포르 한 달 살기 21일차
와~~~~~~~
아침에 일어났는데 오랜만에 해가 쨍하고 떴다. 거의 일주일 만에 보는 것 같은...
이틀 동안 아파서 힘들어했던 우리 모자에게 이제 힘내라며 기운을 전해 주는 것 같은 아침이다.
매일 우중충 흐리다가 맑은 하늘을 보니 기분도 덩달아 좋아지는 것 같았다.
아들의 열은 좀 잡혔고 어제 새벽처럼 급격하게 열이 오르지는 않아서 전날보다 잠도 잘 잤다.
(물론 나는 그러지 못했지만... 혹시 몰라서 열 보초를 계속 설 수밖에 없었다.)
열은 잡혔는데 이제 설사를 하기 시작한다. ㅠㅠ
그제부터 밥 먹다 말고 자꾸 화장실을 가서 유심히 보고 있었는데
오늘 새벽에는 2번이나 깨서 화장실을 갔다.
고열 후에 설사하는 경우도 있긴 한데 아들은 횟수가 많아서 좀 걱정이 되었다.
혹시 몰라 아침 메뉴는 흰죽으로 준비를 했다.
따뜻한 흰죽에 멸치볶음으로 반찬 해서 간단히 먹이니 잘 받아먹는다.
한 그릇을 다 못 먹고 반은 남겼지만 그래도 먹는 건 곧잘 먹어 다행이다 싶다.
근데 역시 먹다가 화장실을 간다.
혹시... 장염인가...
비상약으로 챙겨온 설사 약을 먹이려 하는데 극구 거부한다.
약을 먹고 토하거나 설사를 더 하면 어떡하냐고 걱정과 불안이 한가득이다.
그래서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오후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다.
(며칠 동안 열 때문에 약을 계속 먹어서 그런가... 거부감이 꽤 심했다.)
아직 완전히 컨디션이 회복된 것 같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맑은 날씨라서 숙소에만 있기 답답하기도 하고,
좀 걸으면서 바깥공기도 마시며 리프레시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숙소 바로 앞 스벅에라도 다녀오자고 했다.
흔쾌히 같이 나서주는 아들. 고맙~
스벅에서 시간을 잘 보내고 바로 옆 푸드코트에 들러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숙소에 들어갔다.
숙소로 와서 설사 약을 먹자고 했는데도 계속 안 먹겠다고 버티는 아들.
하는 수없이 남편 찬스를 빌려서 영상통화 시도.
아빠와 통화한 아들은 아빠의 말이 많이 위로가 되었다며 약을 먹기로 했다..
(엄마는...? 엄마의 말은 위로가 안된 거야? ㅠㅠ)
멀리 여행 와서 물도 다르고 공기도 다르고,
그리고 엄마 따라 이리저리 열심히 다니다 보니 체력이 다한 건지..
아들이 아프니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아이가 아픈 게 다 내 탓 같고 내 잘못 같다.
조금만 더 여유롭게 다닐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조금만 더 잘 챙기면서 다녀야 했나..라는 자책도 들었다.
아이가 아프니까 한 달 살기의 이유가 조금 희미해지는 것 같아서
다시 마음을 잡아보기로 했다.
그래야 남은 기간들을 즐겁게 보낼 수 있을 테니까.
설 연휴가 끝난 듯 안 끝난 듯...
숙소 로비에서 사자탈춤 공연을 한다는 안내문이.
다른 호텔에서 하는 걸 봤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정신없었는데..
내일 이 시간에는 숙소를 벗어나있어야겠다고 아들과 약속했다. ㅎㅎㅎ
싱가포르에 와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쓴 일기.
분홍색 일기장을 다 써서 갈색 다이어리로 넘어갔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라는 말을 나는 믿는다.
그래서 '기억을 믿지 말고 기록을 하자'라는 모토를 지니고 산다.
한 달 살기는 이미 10개월도 전에 끝난 과거지만
나는 그때의 기록을 꺼내어 이렇게 블로그로 옮기고 있으니...
그때의 일기를 꺼내어 읽으며 이렇게 다시 회고를 하니 정말 기록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