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내가 한 일을 정리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11월부터 12월까지 한 해 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이 마무리되거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재정비를 하고,
회사는 내년 사업을 위한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직장인은 승진과 인사고과가 정해지는 연말 평가를 앞둔 시기이기도 하지요.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원 페이지 레쥬메(One Page Resume)', 말 그대로 나의 이력을 한 장으로 정리해 보는 것입니다.
WHY
한 장 짜리 레쥬메가 왜 필요한가?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이직을 준비할 때 이력서를 새로 작성하거나 업데이트를 합니다. 흔히 생각하는 이력서는 요구하는 항목들도 많고 써야 할 내용도 많습니다. 경력으로 이직하더라도 회사에서 요구하면 그 회사의 양식에 맞춰서 이력서를 써야 하는데요, 이 부분이 매우 힘들게 다가옵니다.
(이력서 쓰는 게 싫고 귀찮아서 이직할 마음을 접는다..라는 말도 여러 번 들어봤으니까요...)
하지만 이직을 위해서만 이력서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연말 평가를 앞두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올 한 해 내가 해왔던 일들을 정리하며 성과를 뽑아내고 그로 인해 나의 역량이 얼마만큼 성장했는지를 스스로 판단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기대보다 성과가 작았고 중간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더라도 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분석해야 합니다. 이 작업이 선행되어야 연말 평가 면담 시 잘한 것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고 또는 평가절하가 되는 억울한 상황을 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력서'라는 단어에서 오는 압박감이 있으니 '레쥬메(resume)'라고 바꿔서 생각을 해볼게요.
우리는 보통 resume를 '이력서(지금까지 거쳐 온 학업, 직업, 경험 등의 내력을 서술한 문서)'라고 생각하지만,
resume의 원뜻은 '멈추고 다시 시작하다'라는 의미와 '중요한 내용에 대한 요약'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내년을 맞이하기에 앞서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을 돌아보고 중요한 성과와 업무 활동, 나만의 역량들을 명확하게 요약하여 한 장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작성하는 것이 레쥬메의 진짜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력서가 아니라 '내가 해온 일들'에만 포커스를 두고 작성하는 것이죠. 아래 샘플처럼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원페이지 레쥬메' 포맷, [출처: https://resumegenius.com]
덤으로, 이렇게 한 장으로 잘 작성되어 있는 레쥬메는 이직할 때도 효과적으로 잘 쓰일 수 있습니다. 이직 플랫폼이나 링크드인 같은 소셜 서비스에 업로드를 하여 내가 어떤 역량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인지 한 번에 쉽고 깔끔하게 드러내기에 좋으며, 때문에 헤드헌터나 기업의 인사 담당자의 눈에 잘 띄어 이직의 기회를 보다 쉽게 잡을 수도 있습니다.
HOW
키워드와 숫자를 잊지 말자
보통 레쥬메를 업데이트할 때 구글에서 검색하여 참조를 하는데요, 그중 resumegenius(https://resumegenius.com)라는 곳에서 여러 템플릿을 워드 파일로 무료 다운로드할 수 있어서 편리하고 좋은 것 같습니다. 영어로 되어 있지만 워드 파일이니 한글로 바꿔서 작성하기에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아래는 제가 주로 사용하는 템플릿이고 각 항목별로 어떻게 작성하면 좋을지 간략하게 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출처: https://resumegenius.com] RESUME SUMMARY
제일 처음 작성하는 부분은 나의 전문성에 대한 요약입니다. 전체 경력이 몇 년이며 그동안 어떤 분야에서 주력으로 업무를 해왔는지를 설명하고 (혹은 현 직장에서 어떤 주요 업무를 맡았는지) 주요 프로젝트명을 적어도 좋습니다.
CORE COMPETENCIES
본인의 핵심 역량이나 경쟁력을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로 채우는 것이 좋습니다.
PROFESSIONAL EXPERIENCE
레쥬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반 페이지 정도 되는 공간에 한 해의 성과를 채워 넣어야 하기 때문에 총체적이면서도 집약적이고 성과가 잘 드러나게 작성이 되어야 합니다. 업무 성격에 따라서 작성하는 방법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영업이나 마케팅, 사업개발/기획과 같이 타임라인이 있고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업무라면 시간 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상반기/하반기 또는 분기별로 구분하여 각 단계별로 어떤 업무를 했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를 작성하면 됩니다. 디자인이나 개발, 서비스 기획과 같이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라면 프로젝트명을 중심으로 본인이 맡은 역할과 기여한 바에 대해 기술하면 효과적일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과를 표현할 때 수치화하는 것입니다. 숫자를 다루는 직군이 아니더라도 본인의 성과를 숫자로 표현할 수 있으면, 정성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성과를 보다 객관적으로 보이게 하여 업무 평가 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비용을 절감했다거나 당초 계획했던 기간보다 빨리 업무를 마무리했다거나 등으로 표현을 할 수 있으면 좋은데 저 역시 이 부분은 늘 고민이 되고 어렵다고 느껴지는 터라 해마다 머리를 뜯어가며 작성하고 있습니다.
EDUCATION
원문에는 학력으로 되어 있지만 재직자나 경력직의 경우에는 현재 맡고 있는 업무와 관련된 교육 내용을 기입하는 게 좋습니다. 회사 업무를 하다 보면 필요한 역량을 추가로 습득하거나 새롭게 배워야 하는 경우들이 생기므로 자기개발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일 년 동안 내가 한 일을 되돌아본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매일매일 바쁘게 일을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막상 이를 글로 정리해 보려 하니 시작하기가 막막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나의 가치를 높이고 나의 성장을 기대하고 싶다면 지난 일 년을 짧게라도 한 번 기록으로 남겨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이제 슬 한 해를 돌아보며 원페이지 레쥬메를 작성해 봐야겠습니다.
레쥬메의 원뜻처럼
잠시 멈추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쉼의 시간을 가지며
중요한 일들을 기록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