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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하 Feb 12. 2024

프롤로그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올해 마흔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작년부터 나이 세는 법이 달라져서 많으면 두 살, 적어도 한 살은 더 깎을 수 있지만 아직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먹어온 나이 셈법이 더 익숙합니다.

그래서 나이를 깎지 않고 원래대로 마흔다섯이라고 말하고 다니는데요. 지혜, 경험, 연륜, 철학, 사유 등으로 점철된 내가 된다면 숫자로 대변되는 나이 따위야 아무렴, 어떨까 싶습니다.



한편으로 마흔다섯이라는 숫자는 안정감, 중후함, 노련함, 관대함 등과 같은 무게감 있는 단어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을 합니다.

젊음과 늙음의 가운데서 균형을 잡고 잘 서 있는 탄탄한 나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백세 시대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백 살까지 살기에는 삶이 묘연하고 막연합니다.

하지만 아흔은 왠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에 아흔의 반을 지나가는 이 시점이 더 귀하게 생각되고 애정이 가기도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무 살이 되던 해에는 어서 빨리 서른 살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어른을 흉내내기에는 서툰 스무 살이었지만 제가 살고 있는 삶과 원하는 삶 사이의 거리를 깨우치기에는 충분한 나이였습니다.

이십 대를 열심히 부지런히 보낸다면 서른 즈음에는 원하는 삶 가까이 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온전히 독립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었지요.



서른이 되어 보니 스무 살에 기대했던 모습과 사뭇 달랐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모자라고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였고 사회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였습니다.

여전히 미래는 불안했고 때로는 삶의 기반이 흔들리기도 하여 힘들기도 했습니다.



마흔이 되었을 때는 작은 징검다리 돌을 조심스럽게 디디며 거센 물살을 헤치고 겨우 건너편에 도착했다는 안도감 같은 걸 느꼈습니다.

하마터면 물살에 휩쓸려 갈 뻔한 적도 있었고, 무서워서 건너지 못하겠다고 되돌아갈까 고민하던 적도 있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무사히 삼십 대를 건너왔다는 생각에 일단 안도를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흔이 되어서도 여전히 걱정과 불안은 계속되었습니다.

고민과 걱정거리의 종류가 달라졌을 뿐 오지 않은 미래를 먼저 고민하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섣불리 걱정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 날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불쑥 마흔다섯이 되어보니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직장 걱정, 노후 걱정, 육아 걱정, 부모님 걱정 등 세상 온갖 걱정들을 껴안고 지냈었는데 말입니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크고 작은 번뇌와 걱정거리들은 생기게 마련이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동안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일기와 메모들을 모아서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후회와 반성으로 가득한 일기도 있고 희망과 꿈이 채워진 일기도 있었습니다.

짤막하게 남긴 메모에는 고심 끝에 남긴 문장들과 책에서 읽고 감명받은 문구들이 적혀 있기도 했습니다.

이때의 나는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구나, 이런 문장들에 감명을 받았으며 이런 고민들을 하였구나... 이때의 나는 이랬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과거의 제가 오늘의 저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때 와는 삶의 환경이 많이 바뀌기도 하였고, 수많은 경험들을 통해 달라진 생각들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딱 절반인 삶의 중반부를 지나고 있는 지금, 마흔다섯의 삶이 만들어지기까지 기억에 남는 이벤트들이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런 이벤트들이 저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와도 같은 글들 속에서 삶의 작은 힌트라도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시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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