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둘 결심, 그만둘 용기

그대에게는 결심을 할 용기가 있는가

by 달하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한 번쯤 “이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게 맞을까?”라는 의문이 찾아오는 시기가 있다.

대게 이런 의문은 작은 불편에서 출발한다.


업무 보고 체계가 불명확하다든지, 일하는 방식이 효율적이지 않다든지, 책임을 회피하는 문화가 보인다든지 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조금씩 각성하게 된다. 처음에는 작은 불편이나 미미한 껄끄러움 정도로 넘어가다가 곧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에 퍼져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 불편한 감정이 점점 일상의 전부가 되어버릴 때 우리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조직문화가 기형적으로 흘러갈 때 가장 먼저 드러나는 것은 일하는 방식과 분위기에서 시작된다.

누군가 앞장서서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눈치만 보며 정치적으로 움직인다거나, 잘못은 숨기고 성과는 과장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출근 후 회사에서 하루를 버티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버리면서 더 이상은 성장도 발전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 안에 있는 구성원은 점점 무기력해지고 개인의 시간과 에너지는 의미 없이 소모될 뿐이다.


여기에 더하여 회사의 경영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하는 경영진이 있다면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본금이 줄어들고 퇴직연금 납입조차 지연되며, 정보 보안과 같은 크리티컬한 이슈가 발생해도 서로 덮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급기야 월급까지 제때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미 회사는 ‘붕괴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직장인이 회사를 떠나지 못하는 경우를 보았다.

매일 불만을 쏟아내고 퇴근 후 술자리에서 회사 욕을 하면서도 정작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단순했다. 나를 더 나은 곳으로 옮기려는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익숙한 자리를 벗어나 새로운 환경으로 뛰어드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혹시 더 나빠지면 어쩌나, 조금 더 버티는 게 낫지 않나, 밖은 더 춥다는데 어떻게든 붙어 있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발목을 잡는다.


때로는 떠나는 게 맞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단순히 직장을 옮기는 행위가 아니라,

나 자신을 조금 더 나은 환경에 두겠다는 용기 있는 결심이자 나를 지키고 사랑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나 역시 그런 결단을 내려야 했던 때가 있었다. 사내 정치가 일상처럼 스며든 조직, 부서 간의 벽이 너무 높아 협력보다는 갈등이 먼저 찾아오던 환경, 그리고 부정적인 기운이 공기처럼 무겁게 내려앉아 있던 회사였다.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내가 무언가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에너지를 쓰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루를 버텨내기 위해 생존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일하며 성장하고 싶었지만 그 조직 안에서 그런 바람은 어느덧 사치처럼 느꼈었다.


결국 다음 행선지를 정하지 않은 채 사직서를 냈다. 남들의 눈에는 무모해 보일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곳에 계속 머무는 것이 나를 더 빠르게 무너뜨릴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잃어가고 있었던 것은 단순히 일에 대한 의욕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나다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나다운 속도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의 동력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정을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갈 곳을 정해두지 않고 회사 밖으로 나왔을 때의 불안함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나를 갉아먹는 자리에 나를 방치하지 않은 것은 지금 돌아봐도 참 잘한 선택이었다. 나를 소진시키는 곳에서 용기 있게 걸어 나온 그 걸음이 결국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가 되어주었다.


불합리한 구조 속에서 불평만 늘어놓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자기 위안에 불과하다.

스스로의 불만을 행동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만 흘러가고 커리어는 정체될 뿐이다. 결국 내가 나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왜 아직 이 회사에 남아 있는가?” 그 질문에 합리적인 답을 내놓을 수 없다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대, 떠나고자 하는 용기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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