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 추워?"
"어, 오늘 영하 10도라니까 옷 따뜻하게 입고 가야 해."
딸이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씩 웃는다.
꿍꿍이를 알 것 같지만 거실과 안방을 오가며 출근 준비에 한창이라 애써 외면한다.
아니다. 안 되겠다. 말해야겠다.
"핫팩 쓰지 마."
기계처럼 파우더를 두드리며 딸의 대답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딸보다 먼저 출근하기에 비가 온다고 하면 우산 챙겨라, 체육 하는 날이면 편한 옷 입고 가라, 더우면 얼음물로 가져가라 살뜰히 챙기려 노력하는 엄마지만 핫팩에서 만큼은 유난이다.
대답 대신 핫팩을 쓰면 안 되냐며 뒤를 쫓아다닌다.
엄마가 핫팩 쓰는 걸 싫어하는 것을 아는지라 눈치를 보며 핫팩을 써야 하는 이유를 몇 가지 대고 있다.
거기에 대응할 나의 이유도 장전 완료.
날씨가 춥다 추운 건 인정. 그렇지만 추위를 견디는 시간은 고작 등하굣길 총 10분밖에 안된다.
학교에 가도 춥다 실내라 그 정도로 춥지 않다. 선생님께서 너무 추우면 히터도 켜주실 것이다.
친구들도 벌써 핫팩을 많이 가지고 다닌다 친구가 가지고 다닌다고 너도 당연한 것은 아니다.
기세에 눌린 딸은 말도 못 하는데 나는 최신 따발총에 잔소리를 장착한 채
... 공부시간에 핫팩 가지고 있다고 계속 손에 들고 나도 모르게 흔든다. 공부에 집중이 안된다. 핫팩에는 철가루가 들어있는데 아마도 계속 흔들면 새어 나와서 어린이들에게 좋지 않다.
... 매일 핫팩을 쓰고 버리면 쓰레기가 많다. 환경오염이다. 환경이 오염되면 온난화로 지구가 아프다. 빙하가 점점 녹으면 북극곰이 살 터전이 없다.
"알겠어. 안 쓰면 되잖아."
순식간에 내 뒤를 강아지마냥 졸졸 따라다니던 딸이 사라졌다.
자신만만하던 나도 딸이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니 후회가 몰려온다. 까짓것 그냥 쓰라고 할 걸 그랬나. 요즘 아이들은 1일 1마스크처럼 1일 1핫팩이다. 라떼는 말이야 핫팩은 영하 10도 이상 추운 날에 눈썰매나 스키장 갈 때나 겨우 쓰던 귀한 것이었단 말이다. 요즘은 100개 정도 사면 200원도 안 되는 가격이니 비싸서 못쓰게 하는 것은 아니다.
시작하는 연인들이 이보다 더 애틋할까.
하루 종일 품고, 얼굴에 부비고, 매 순간을 함께하며 애지중지 하던 핫팩은 제기능을 다하는 순간 이별선고다. 굳어져 차갑게 변해버린 녀석과 헤어질 기회만 노린다. 쓰레기통에라도 버리면 양반이다. 그냥 슬쩍 버리고 갔는지 나뒹구는 핫팩이 많다.
그 꼴은 못 보는 소심한 환경주의자인 나는 애꿎은 딸만 들들 볶는다.
"핫팩은 엄청 추운 날 밖에서 2시간 이상 연속으로 있을 때 쓰자. 북극곰 살려야지."
퇴근하고 돌아오니 인사 대신
"엄마, 나 핫팩 안썼어."하고 나를 꼭 안는다.
핫팩으로 시작해서
나는 왜 그런가,
나는 나쁜 엄마인가,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가,
하루 종일 자책의 시간을 거치며 불편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핫팩보다 따뜻한 건 딸의 마음씨다.
북극곰.
내 딸이 너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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