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수세미를 심어볼까?

by try everything

"엄마, 나도 설거지해볼래."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아이 또래들이 설거지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나 또한 어릴 적 그랬으니까. 가위나 칼은 위험하고 유리는 깨질 수 있다고 만류를 하니 그럼 숟가락이랑 안 깨지는 것만 하겠다니 어쩔 수가 없다. 시켜보진 않았지만 뒷 일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바닥은 물로 흥건해지고 옷이 홀딱 젖을 테고, 설거지는 내가 다시 해야 할지도 모른다.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란다.'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설거지를 하겠다는 따님을 위한 물건을 준비하는 일이다.



1. 키를 커버할 수 있는 디딤대(이미 있으니 주방으로 옮겨왔다.)

2. 어린이용 고무장갑(설거지에 대한 욕망 중에 하나가 엄마처럼 고무장갑을 끼는 것이기도 하고, 피부는 소중하니까요.)

3. 친환경 세제(혹시 맨손으로 할 수도 있으니 자극이 덜한 세제도 준비한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싱크대에 선 딸에겐 엄마가 요령껏 남겨놓은 설거지 거리가 있다. 수술실의 의사처럼 비장한 뒷모습을 보이며 설거지를 시작한다. 옷소매를 걷어달라, 머리를 묶어달라 등의 요구를 들어주느라 덩달아 나도 바쁘다.


생각보다 설거지는 별로였는지 계속한다는 말은 없지만 가끔씩 하고 싶어 할 때가 있어 준비를 더 해본다. 일찍이 환경을 위해 설거지바를 쓰고 있는데 이 기회에 수세미도 바꿔 보기로 했다. 진짜 수세미(식물)를 건조하여 자른 천연수세미를 주문했다. 물을 적시니 부드러워지며 거품이 잘난다. 맨 손으로 설거지 체험을 하고 싶을 때 아이도 생각하고 환경도 생각해서 준비해 다.


천연 수세미가 생각보다 빨리 닳는 것 같아 올해는 수세미를 직접 키워볼까도 생각한다. 잠시 검색해 보니 오이처럼 지지대도 세워 줘야 하고 생각보다 손이 가는 것 같다. 그래도 혹시나 기회가 되면 심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주변 지인들에게도 나눠주면 사소한 일상에서도 조금이나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요즘 설거지바, 샴푸바, 린스바 등의 고체비누는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고, 식물 유래 성분의 원료로 제작하여 친환경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