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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사람에게 받은 상처

누가 위로해주지?

by try everything

걸어서 출근을 한다. 걸어서 출근을 하다 보니 매일 교문 앞을 지키시는 학교안전지킴이 선생님과 조금은 친해졌다. 학교안전지킴이 선생님의 성함, 나이도 모르지만 친해졌다 생각하는 이유는 매일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기분 좋게 짧은 대화를 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덥네요. 너무 더운데 괜찮으세요?"

"어쩔 수 없죠. 그래도 그늘은 괜찮아요."


"비가 오늘도 오네요. 비 오면 많이 힘드시죠?"

"그래도 애들 우산 쓰고 가는 뒷모습 보면 예뻐요. 그쵸?"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학교안전지킴이의 역할]

1. 교문 앞 교통안전지도
2. 학교 내외 순찰
3. 방문자 통제
4. 그 밖의 학교 안전 관련 제반 활동


학교안전지킴이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매일 같은 시간에 교통지도를 하신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너도록 횡단보도 중간까지 나와주시고 아이들과 눈인사도 하신다. 녹색학부모 봉사자에게 정확한 장소를 알려주시기도 한다. 때로는 신호를 무시하고 가는 차 뒤꽁무니를 보며 큰일 날 사람이네, 라며 화도 내신다. 오늘은 횡단보도를 채 건너지 못한 내게 뭐가 급한지 말을 건네셨다.



"내가 너무 오래 했나벼."

"네? 뭘요?"

"아니, 오늘 어떤 사람이 지나가면서 기다리는 사람도 많은데 너무 오래 일하시는 거 아니에요?라고 하더라고."

"...... 너무 속상하셨겠어요."

"아니야. 그런 이야기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젠 괜찮아. 근데 이거 봉사직이고 얼마 받는다고 이야기는 해줬어, 내가. 그러니까 그냥 가더라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죠? 제가 다 속상하네요. 힘내세요."



말을 튼 사이라 그런지 속상한 마음을 한 번은 털어내고 싶으셨는지 내게 속풀이를 하셨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다짜고짜 '그만 두세요'라는 이야기를 하다니 얼마나 황당했을까? 게다가 잘 아는 것처럼 말하더니 속사정을 알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간 그 사람은 도대체 무슨 마음이었을까? 내게 한 말도 아니지만 건네들은 그 이야기와 해탈한듯한 그분의 표정이 하루 종일 맴돌아 문득문득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학생보호인력(학교안전지킴이)은 자원봉사자다. 공고에도 명확하게 자원 봉사자로 모집이 된다. 교통비와 식비 정도의 실비를 봉사비란 이름으로 지급받는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근무 시간도 학생들이 등, 하교 시간에 맞춰져 있어 이것을 직업으로 삼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2타임으로 운영되는 근무시간 중간에 비는 시간도 애매하기에 이 시간에 다른 직업을 구하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편이다.



현재 경기도교육청 모집 공고를 보아도 재공고, 3차 공고도 쉽게 눈에 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학생 등하교 시 교통안전지도를 하다 보니 주차장 차량 통제시에 학부모로부터 막말을 듣고 그만두시는 경우도 많다. 근무지에서도 하교 시간에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를 하고 아이를 기다리는 학부모에게 차를 빼달라고 하자 학교안전지킴에게 심한 말을 하시고는 기분이 안 풀렸는지 교무실로 항의 전화까지 한 경우도 있다. 도대체 누구 잘못인지 정녕 모르는 걸까? 사뭇 궁금해진다.



이렇게 무례한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그분,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위로받을 수 있을까? 치유가 될 수 있을까. 아마 회복이 되더라도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갈수록 이런 일이 많아지다 보니 무례한 사람을 탓하는 것보다 내가 더 강해지는 것이 낫다 생각하는 지금이 괜히 서글프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몸도 내 몸같이 소중히 여기라.
내 몸만 귀한 것이 아니다. 남의 몸도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말라.
그리고 네가 다른 사람에게 바라는 일을 네가 먼저 그에게 베풀어라.
-공자-


당연한 이 말이 귀하게 여겨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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