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농부의 꿈

내 꿈은 부농

by try everything

우리 집 작은 베란다에는 상추와 토마토, 허브, 강낭콩이 자라고 있다. 이렇게 말하니 전원주택이나 큰 테라스라고 오해하실 수 있으나 우리 집 베란다는 평범한 아파트의 안방에 딸린 조그마한 베란다다. 그리고 수량은 상추 3, 토마토 1, 허브 2, 강낭콩 3이다. 아주 작은 텃밭이다. 농사가 아닌 관상용, 체험용으로 보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유리에 한번 걸러진 햇빛과 방충망을 지나며 한층 약해진 바람 때문에 식물들은 야외의 식물처럼 자라지 못한다. 줄기도 얇고, 비실비실하게 웃자란다. 분명 상추인데 쌈을 싸 먹을 수 없는 새싹 채소의 모습으로 자랐지만 한 잎 한 잎 귀하게 여기며 잘라다가 샐러드를 해 먹었다. 바질이나 레몬밤은 그나마 모습이 그럴듯하여 2-3 잎을 잘라 볶음밥 위에도 얹고, 음료 위에도 얹어 카페 분위기도 내본다.


"엄마, 내가 잎 따올게. 기다려."


얼른 베란다로 달려가 잎을 따온다. 딸이 직접 만든 레몬청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먹는데 엄마 아빠를 따라 카페를 따라다닌 경력으로 그 위에 허브를 한 두 잎 올리는 것을 좋아한다. 초록잎 몇 장이 만들어내는 싱그러움은 베란다 농부만이 가질 수 있는 특혜다.



요즘은 시들해진 상추와 토마토 옆에서 토마토가 자라고 있다. 키가 작은 편인 딸에게 물을 좀 많이 마셔보라고 할까 생각이 들 만큼 물만 먹고도 쑥쑥 자란다. 튼튼한 줄기를 갖지 못하고 위로만 커서 앙상해 보이긴 하지만 노란 꽃도 폈고, 열매도 맺었다. 혹시 꽃가루받이가 안될까 봐 수채화 붓으로 꽃을 문질문질 해준 덕인지 다행히도 토마토가 열렸다. 야외에서 키우는 식물은 이런 과정 없이도 자연스레 열매를 맺지만 베란다에서는 혹시나 하여 이런 과정도 빼놓지 않는다.



이런 관심과 애정과 노력으로 우리 토마토는 무려 2개의 열매를 맺었다. 차마 따먹을 수도 없을 만큼 귀여운 수확이다. 한 알은 빨갛게 익었고, 아직 한 알은 초록색이다. 한 번에 익었다면 의기양양하게 2알을 씻어 한꺼번에 나누어 먹을 수 있는데 한 알만 따기에는 아쉽다. 토마토를 먹지 않는 나이기에 한 알은 남편에게, 한 알은 딸에게 줄 수 있어 2알의 토마토도 행복하다.



우리 집 토마토는 아쉽게도 끝물이라 이제는 딸이 학교에서 받아온 강낭콩의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강낭콩의 한살이를 배우기 위해 직접 키우고 있는 중이다. 토마토처럼 길쭉하게 크고 있지만 얼마 전부터 연분홍빛 꽃도 폈다. 매일 달라지는 모습을 보는 것도 딸과 나의 행복이다. 사진을 찍어 담임 선생님이 안내해 주신 패들렛에 올리는 것으로 찰나의 모습을 기록한다.





조그마한 1평의 베란다 텃밭에서도 시간마다 농작물이 달라진다. 3월부터 상추로 시작한 우리의 농장이 이제는 콩의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휴식기가 없는 농부의 삶이다.


내년에는 2년째 탈락하고 있는 아파트 텃밭에 꼭 당첨되어 10배의 수확을 거두고 싶다. 그때에는 딸기, 오이, 고추, 배추, 무, 비트도 키울 생각이다. 아쉽게 또 탈락하더라도 토마토 2알이 20알이 될 때까지 베란다 텃밭을 계속 가꿀 것이다. 지금은 토마토 수확량 2알이지만 나중에는 한 소쿠리를 따기를 희망하는 내 꿈은 부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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