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시작합니다.

당신의 여름은?

by try everything

여름이다.


내게는 여름을 알리는 몇 가지 신호가 있다. 진짜 여름이구나 하는 순간을 이때 마주한다.


그 해 첫 수박을 먹을 때 여름이 왔음을 느낀다.

"어머, 수박이 나왔네."

무거운 수박을 신나게 사 와서는 먹기 좋게 껍질 해체 작업과 소분 작업을 하면 진짜 여름이 온 것이다. 별책부록쯤으로는 음식물 쓰레기 잘 관리해야겠다는 다짐도 있다.



첫 콩국수를 먹을 때도 그러하다. 내겐 냉면이나 냉소바는 계절에 관계없이 자주 먹는 편이어서 여름을 개시하는 징후로는 탈락이다. 콩국수는 여름철 한정메뉴이거나 집에서도 봄, 가을, 겨울에는 콩국수를 만들어 먹고 싶은 생각은 별로 안 들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주에는 마트에서 파는 콩국물이 눈에 띄어 주말에 오이와 토마토를 넣어 올여름 첫 콩국수를 개시했다.

"엄마, 난 콩국수 싫은데."

"여름이니까 한 번 먹어봐."

딸은 콩국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도 어른이 돼서야 콩국물의 진가를 알아봤으니 이해가 간다.



다음 타자는 소매 없는 옷이다. 반팔이야 봄부터 가디건이랑 입기도 해서 반팔로 여름을 구분 짓기는 애매하다. 진짜 더울 때 꺼내는 그 옷은 민소매 옷이다. 반팔로도 안 가시는 더위와 습기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꺼내 입으면 비로소 여름 한가운데에 있음을 느낀다. 민소매를 입을 쯤에는 에어컨도 많이 틀 때라 가디건도 함께 하지만 내겐 몇 벌 없는 민소매는 여름을 알려주는 표지물건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것을 빼놓을 수 없는 법. 바로 물놀이다.

이번 물놀이를 어제 개시했다. 진짜 여름이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만들어 낸 날씨는 '나 여름이오.'라는 아우라를 하루종일 내뿜었다.


빠지
수상레저를 즐기는 곳이 바지선과 닮았다 하여 이러한 형태의 물놀이 시설을 빠지라고 한다.


아이를 키우느라 입에 붙어버린 '10년 만에 온' 빠지에 아이 친구 가족 4팀이 출동했다. 웨이크 보드를 즐겨 타는 어떤 가족과 달리 아이와 함께 올 일이 없던 우리는 빠지 나들이에 들떴다. 북한강변을 따라 보이는 알록달록한 시설이 설렘을 가져다주었다. 심장을 울리는 신나는 노래까지 곁들여지니 이곳이 바로 여름이었다.


노는 것에 진심인 부모(운동회까지 열어버린) 덕에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즐거웠다. 처음에는 지저분해 보이는 초록빛 물을 보고서는 물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웬걸, 한번 입수 후부터 흥이 올라 제대로 놀고 왔다. 물놀이 기구는 안 타겠다며 몸을 사렸던 우리는 오래간만에 맛본 스피드와 스릴을 잊지 못했다.


"하나만 더 탈까? 내가 티켓 하나 더 사 올게."

결국 6살 막내까지도 2-3개는 탔다.


어른과 어린이가 한데 뭉쳐 서로 물에 빠뜨리겠다고 용을 쓰고 눈빛을 교환한다.

'이모, 우리 삼촌 물에 빠뜨려요.'

'오케이. 하나, 둘, 셋'

"으악, 누가 밀었어?"

"까르르, 저희요."

웃음소리가 하늘에 닿을 만큼 퍼져 나갔다.


'출발 드림팀'을 보던 어른들은 어릴 적 TV에서만 보던 대형 에어바운스에 올라타거나 뒤뚱뒤뚱 건넜다. 그 뒤로 아이들도 해보겠다 도전한다. 안 빠지겠다고 이 악물고 뛰다 물에 빠지고, 거의 다 도착해서 엉덩방아 찧는 부모의 모습이 아이들에겐 배꼽 빠지는 웃음 버튼이다.



새벽 6시 30분에 집에서 나와 시작한 물놀이는 한바탕 소동 후, 한강라면과 핫바, 구운 계란으로 마무리했다.



진짜 여름을 개시한 물놀이가 만족스러워 아이들은 집에 가는 차 안에서 '떡실신'했다. 피곤하긴 하지만 조수석에 앉아 사진으로 오늘을 다시 추억한다. 남편은 운전하면서도 사진과 영상이 궁금해서 힐끗힐끗 쳐다본다.


물놀이를 개시로 진짜 여름을 시작한 우리는 두 번째 물놀이를 계획해 본다. 또 놀고 싶다.

여름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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