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쿵
곧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IC 표시판을 보니 마음이 불안하다. 혹시 급한 용무가 생기는 건 아닐지, 화장실을 찾느라고 식은땀을 흘리는 건 아닌지 내심 조마조마하다. 남편도 나의 평소 습관을 알고, 오늘도 불편해하는 나를 눈치채고는 괜찮냐고 물었다.
"아직은 괜찮은데, 괜히 걱정되네. "
결국 아직은 배가 아프지 않지만 미리 준비해 볼 겸 첫 번째로 보이는 휴게소로 진입해 달라고 부탁한다.
"자기야, 미안한데 나 화장실 가고 싶어. 휴게소 가주라."
"알겠어. 많이 아파?"
"아니, 아직은 아닌데 혹시 중간에 배 아플까 봐 미리 가보려고."
별 소득이 없었던 휴게소 화장실행 덕분에 시간이 10분이 지체되었다. 개운하지도 않고, 시간도 늦어져서 기분이 좋지 않다.
출발하는데
"또 배 아프면 말해."
'어머, 웬일이래. 평소에는 화장실 간다고 하면 짜증 내던 사람이.'
어리둥절하며 머리를 굴려보지만 그래도 괜히 기분이 좋다.
"자기야, 심쿵."
"엄마 왜 심쿵이야?"
"아빠가 배 아프면 또 말하라고 해서 심쿵했어. 고마워."
남편도 멋쩍은지 허허 웃는다.
"기품 있게 말했지."
가끔 하루 한 장 좋은 글을 아침에 읽어주는데 요즘 자주 나오는 기품 있는 사람에 대해 기억하고 있었는지 대답을 저렇게 말한다.
'오호, 내 이야기도 꽤 잘 듣고 있었네.'
2번의 심쿵 포인트로 남편에게 반할 뻔했다.
이래서 살아가나 보다. 아니다, 소소한 것이라도 찾아 내야만 같이 살 수 있는 것일수도.
아무튼, 우리 백년해로 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