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남편에게 반할 뻔.

심쿵

by try everything

이른 아침부터 물놀이를 가기 위해 서둘러 나왔다. 아침에 화장실을 들렀어야 했는데 신호와는 달리 감감무소식인 탓에 개운하지 않은 마음으로 차에 탔다. 평소에도 여행을 갈 때나 뭔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온 날에는 배가 탈이 난다. 전반적으로 예민한 편은 아닌데, 이럴 때는 참 별로다.


곧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IC 표시판을 보니 마음이 불안하다. 혹시 급한 용무가 생기는 건 아닐지, 화장실을 찾느라고 식은땀을 흘리는 건 아닌지 내심 조마조마하다. 남편도 나의 평소 습관을 알고, 오늘도 불편해하는 나를 눈치채고는 괜찮냐고 물었다.


"아직은 괜찮은데, 괜히 걱정되네. "


결국 아직은 배가 아프지 않지만 미리 준비해 볼 겸 첫 번째로 보이는 휴게소로 진입해 달라고 부탁한다.


"자기야, 미안한데 나 화장실 가고 싶어. 휴게소 가주라."

"알겠어. 많이 아파?"

"아니, 아직은 아닌데 혹시 중간에 배 아플까 봐 미리 가보려고."


별 소득이 없었던 휴게소 화장실행 덕분에 시간이 10분이 지체되었다. 개운하지도 않고, 시간도 늦어져서 기분이 좋지 않다.


출발하는데

"또 배 아프면 말해."

'어머, 웬일이래. 평소에는 화장실 간다고 하면 짜증 내던 사람이.'

어리둥절하며 머리를 굴려보지만 그래도 괜히 기분이 좋다.


"자기야, 심쿵."

"엄마 왜 심쿵이야?"

"아빠가 배 아프면 또 말하라고 해서 심쿵했어. 고마워."


남편도 멋쩍은지 허허 웃는다.

"기품 있게 말했지."


가끔 하루 한 장 좋은 글을 아침에 읽어주는데 요즘 자주 나오는 기품 있는 사람에 대해 기억하고 있었는지 대답을 저렇게 말한다.

'오호, 내 이야기도 꽤 잘 듣고 있었네.'


2번의 심쿵 포인트로 남편에게 반할 뻔했다.

이래서 살아가나 보다. 아니다, 소소한 것이라도 찾아 내야만 같이 살 수 있는 것일수도.

아무튼, 우리 백년해로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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