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의 이름을 지을 때부터 싸한 느낌이 있었지만 유명한 프로그램이고, 이름에 재미도 담고 그 안에 새로운 의미를 담아 만든 이름일 뿐이었다. 프로그램 속의 금쪽이가 되지 말자는 당부는 온데간데없이 우리 반은 우리 학년의 금쪽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6학년은 2학기가 찐이라는 말이 우리 반에는 직격타로 다가왔다.
학급 내에서 보다는 다른 학급과 엮인 일들이 점차 많아지고, 급기야 다른 반에서 8반 아이들이 무섭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지경이었다. 학급에는 매해 몇 명의 힘든 아이들이 있다. 그러나 올해 우리 아이들이 교실 밖이나 SNS상에서 행하는 행동, 담임의 눈 밖에서 행하는 일들은 올해 6학년 다른 반 보다 수위가 높았다.
"선생님, 8반 ○○이랑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 8반 □□이가 인스타 스토리에 저격글을 올렸다는데 상담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 8반 아이가 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대요."
"선생님, 8반...."
동학년 선생님들도 8반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대화는 이해도 못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단 인스타나 SNS에 나오는 용어부터 섭렵해야 할 판이었다. 상황 설명을 듣다 보면 나오는 인스타스토리, 메모, 무물, 잼이벵과 같은 용어에 말을 멈추고, "이게 뭐야?"라고 묻는 일이 많았다. 게다가 학급 내에서는 전혀 사고를 치지 않는 아이들도 간간히 이름이 불렸다. 몇 명의 아이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아이들이 많아지니 신뢰가 깨지고,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중이다.
우리 반 아이들이 학부모도 인정한 사춘기가 쎄게 온 아이들이 많고, 친구 관계가 중요한 시기에다가, 공부보다는 춤에 더 빠진 아이들이 많고, 다른 반에는 없는 학생 운동선수가 3명이나 있고, 예중을 목표로 하는 아이도 여럿 있는 개성 넘치고 조금은 독특한 반이기 때문인 걸까?
아니면 작년에도 이 교실을 썼던 6학년 한 학급이 다사다난했다던데 교실의 기운이 안 좋은 걸까?
아니면 올해 지은 이름 때문인 걸까?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봐도 아이들 개개인이 변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는 노릇이지만 학교폭력까지 번지지는 않아도 때론 배상요구까지 이야기가 나오니 뭐라도 해야 하나 싶다. 아이들이 수십 번 했던 다짐과 사과와 반성이 지켜지지 않으니 개명이라도 해야 하나 싶은 거다. 학기 초부터 수백 번 되뇌었던 무사히 졸업하기가 이리도 어려운 것인지 오랜만에 6학년 담임을 하며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