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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흔한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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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y everything Nov 01. 2024

애호박 버섯볶음은 아니지 않아요?

“선생님, 애호박 버섯볶음은 아니지 않아요?”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켜며 자리에 앉은 내게 아린이가 달려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듯이 묻는다. 이 아침부터 애호박 버섯볶음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니 무슨 일이냐고 물어볼 수밖에.

 

“아니, 선생님. 무슨 생일날에 애호박 버섯볶음을 먹어요?”

“오늘 아린이 생일이었어?”

“아니요. 오늘 급식이 생일상인데 애호박 버섯볶음이 나오잖아요.”

 

그제야 오늘이 11월 1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학교는 매월 1일에 해당월 생일자들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미역국과 함께 생일상처럼 케이크가 함께 나온다. 소고기 미역국, 황태 미역국, 조개 미역국 등에 이어 이번 달은 관자 미역국이 나온다. 케이크는 치즈케이크. 이상할 것 없는 메뉴에서 아린이는 아주 커다란 괴상함을 느낀 것이다.


11월 1일 [생일상]
오곡밥, 관자 미역국, 꽃떡갈비, 애호박 버섯볶음, 깍두기, 치즈케이크

 

애호박 버섯볶음은 생일을 맞은 어린이가 좋아하는 메뉴가 아니라는 것.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럴싸하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반찬은 아니지만 그래도 꽃떡갈비가 있으니 생일상다운 맛있는 메뉴라고 달래본다. 전혀 설득당하지 않은 아이의 뒷모습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난다.

 

아이들의 눈은 항상 새롭다. 작은 것을 바라볼 줄 알고, 보통의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낸다거나 당연한 것에서 요상함을 찾아내는 식이다. 먹이를 찾아 헤매는 독수리의 눈보다 매서운 것은 급식 메뉴를 읽는 아이들의 눈이다. 흑백요리사의 안성재 셰프도 급식에 대한 본인만의 기준이 있는 학생 비평가들을 만나면 그들의 안목과 세심함에 깜짝 놀랄 것이다.

 

뜨끈하고 깊은 맛이 일품인 관자 미역국을 한 숟갈 뜨며 급식을 먹다보니 재차 아이의 애호박 버섯볶음 타령이 생각났다. 아린이는 급식판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을지 한입 먹어보고 그래도 맛있다고 생각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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