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의 맛
프로 시작러의 삶, 327번째쯤 되려나, 요즘은 정리에 조그마한 정성을 쏟고 있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간결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작용한 탓이다.
이현정 작가의 '아들 넷 엄마의 슬기로운 정리 생활'에서는 '잡동사니들 또한 그랬다. 한구석에 잡동사니들이 몇 개 보였는데 점점 살이 붙어 큰 기운을 가진다. 그 기세에 눌려 치울 엄두를 못 내고 오히려 물러서는 내 모습을 보았다'라고 말한다. 아무 생각 없이 둔 잡동사니들이 큰 기운을 가지고 복잡한 마음과 뒤엉켜 나를 숨 막히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숨통을 풀어줘야 하는데 주말에는 그 나름대로의 일로 바빠 정리는 매일 뒷전이니 마음이 어지러웠다.
정리에 대한 의지는 4~5년 전 아파트를 팔아야 했을 때 가장 최고조였다. 아파트를 팔기 위해서는 아파트 자체의 경쟁력도 크겠지만 집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나 깔끔함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인테리어도 하지 않은 생짜 집이라 우리 집의 경쟁력은 깔끔함 밖에 없었다. 부동산에 집을 내놓은 순간부터 청소에 박차를 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구매자를 맞이하게 위해 틈나는 대로 정리했다. 집에서 사는 몇 년 보다 팔 때 더 빛이 났다. 게다가 이사 계획까지 있으니 필요 없는 물건은 가차 없이 버렸다. 그렇게 정리 정돈된 집은 마음에 쏙 들어 이사하지 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과장을 심하게 하자면 매일 집에 오는 것이 아니라 호텔 같았다. 문을 열자마자 은은한 향기가 나고, 물건들은 제자리에 있었으며 침대에는 침구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호텔 같은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바쁜 출근 시간에 이곳저곳을 오가며 숨 가쁘게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바쁨의 효과는 꽤나 컸다.
'아,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구나.'
정리의 위대함을 깨달은 순간부터 마음속에는 '정리'가 자리 잡았다. 정리의 의지가 한 번 타오르기 시작하면 항상 타오르는 활화산일 줄 알았는데 금세 휴화산이 되곤 했지만 정리와 미니멀 라이프는 하나의 점처럼 콕 박혀버렸다.
휴식기를 길게 가진 정리의 불꽃을 다시 타오르게 하는 중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정리, 청소를 하고 단톡방에 인증 사진을 올린다. 보통 때면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것이 귀찮은 일이었지만 요즘에는 무얼 하고 미션을 완수할 수 있을지 매의 눈으로 찾아 나선다. 게으름과 싸우고 용케 정리를 마친다. 뿌듯함과 개운함은 덤으로 주어진다. 오랜만에 바닥을 드러낸 아일랜드 식탁을 사수하느라 일주일간 힘이 부쳤고, 지금은 다시 바닥의 반이 물건에 잠식되었지만 일주일이나 깨끗한 채로 살았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 본다. 숨을 쉬는 것처럼 정리가 자연스러운 것이 되기를 바라본다.
물건은 자리를 찾아가고,
공간은 단정해지며,
마음은 평화로워진다.
이게 정리의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