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를 만큼 바쁜 탓에 달이 바뀌는 것도 모를 때가 있다.
그렇게 새로운 달이 시작된 것을 담임 선생님이 놓치게 되면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가만있지 않는다.
"선생님, 급식 식단표가 없어요."
"아, 그렇구나. 선생님이 뽑아줄게."
그렇게 달이 바뀐 것을 알아차린다.
그러나 이번 달처럼 첫날이 주말인 경우에는 또다시 모르고 넘어갈 것이 분명한데 학교에 있던 것처럼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음을 명쾌하게 알리는 알림이 떴다.
정리 동아리가 6월로 자동연장된다는 사실과 함께 다시 오늘부터 시작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각인시켜 준 강력한 한마디였다. 다른 일을 못할 만큼 부담되는 일도 아니었고, 미션을 완수한다는 마음 덕에 '정리'도 기분 좋게 할 수 있으니 오히려 좋았다.
1. 정리동아리는 6월에도 계속된다
2. 오늘이 6월 첫날이다.
라는 사실을 정리하고 나니 눈앞에 보이는 어제 그냥 둔 빨래더미와 아침을 먹고 미련 없이 미뤄둔 설거지가 예뻐 보였다.
'오, 인증할게 2가지나 있어서 선택하면 되다니! 정말 좋아!'
생각의 흐름이 조금 유치하긴 했지만 인증할 거리가 생겼다는 것은 글을 쓸 건데 에피소드가 있는 것처럼 든든한 일이다.
이렇게 인증거리가 2개나 있는 나도 아직 인증을 못했는데 어느새 한 멤버가 식재료를 손질해서 정리한 사진을 단톡방에 인증했다. 감자와 양파를 깨끗하게 손질하여 지퍼백에 담아 냉동실에 정리했다는 것은 식재료를 썩히지 않고 보관도 잘하고 요리할 때 편리하게 쓰도록 준비하는 살림꾼임이 분명했다.
살림꾼이라는 칭찬의 댓글에 그녀의 답이 곧바로 달렸다.
"요리는 제가 안 해요."
이미 청소도 잘한다고 알려진 그녀의 남편이 요리까지 잘하신다니!
전조증상이나 빌드업도 없이 펼쳐진 자랑에 마음속 부러움 감지 경고등이 바쁘게 돌아갔다.
자랑을 아낀다는 그 말 또한 자랑이 되어 마음에 날아들었다.
그녀는 자랑의 고수가 분명하다. 블로그도 잘 운영하고, 센스 있는 댓글도 잘 달고, 게다가 책도 출간한 작가라 그런지 그녀의 말은 거를 것이 없다. 게다가 내게 하트까지 날리며 점심도 맛있게 먹으라고 하는 저 예쁜 마음씨!
계속 부러웠다.
되받아칠 자랑거리가 없었는데 다행히 비슷한 처지의 멤버가 댓글을 달아주었다. 내 상황과 꼭 닮은, 정리인증할 게 많은 게 자랑이라는 또 다른 그녀. 그녀가 없었으면 남편만 잡을 뻔했다.
"어떤 집 남편은 청소도 잘하는데 요리까지 잘한대."로 시작되었을 대화는 아마
"어떤 집 부인은.... 잘한대."로 끝나며 본전도 못 찾을 뻔했는데 참으로 다행이다. 책을 출간했던 또 다른 그녀는 지혜롭게 댓글 하나로 우리 집의 평화를 지켜냈다.
그렇게 부러움으로 가득 찬 상태로 점심을 준비하는데 딸이 거든다.
"엄마, 내가 라면 끓일까?"
"완전 좋지."
유부초밥과 라면을 동시에 만들기에는 손이 애매했는데 어찌 그 마음을 알았을까 기특하기만 하다.
딸에게 고마운 마음과 함께 '나는 요리해 주는 딸 있지롱.'하며 혼자만의 자랑을 해본다.
아까보다 더 유치한 의식의 흐름으로 괜히 신이 난다. 자랑할 거리가 생겨서 기분이 좋다.
라면에 계란까지 넣어 끓여주는 딸이 있어 정말 정말 정말 좋다.
p.s - 부러운 그녀님, 진짜 부러워요. 그렇지만 선생님도 진짜 멋진 분일 것 같아 남편분도 진짜 진짜 진짜 부럽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 남편도 부럽네요. 저 같은 부인이 있어서요. (믿거나 말거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