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실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여행의 이유

by try everything

시커먼 바다가 보이고 주황빛 조명이 일렁일 때,

바람에 거대한 야자수 잎이 부딪힐 때,

해먹 타임이 시작된다.



야자수 2그루 사이에 걸린 해먹에 딸과 눕는다. 그네처럼 살짝 흔들거리게 해서 누워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 갬성 돋게 하얀 줄로 예쁘게 엮인 것이 집에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딸은 게임을 잘 만들어 내는데 게임명은 '세 글자 게임'이란다. '다섯 글자로 말해요.'라는 게임을 바꾼 건가 싶지만 일단 해보기로 한다. 세 글자씩 번갈아 말하는데 문장을 끝맺으면 지는 거란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은데 얼마 지나지 않아 본인이 만든 게임에서 지는 딸을 보며 어이없어 웃음이 나온다. 딸아이도 멋쩍은지 밤공기를 가르며 깔깔 웃는다.


이번엔 엄마가 만든 게임을 하자고 했더니 기분이 좋은지 알겠다고 한다. 사실 만든 게임이 아니고 낮에 본 글쓰기 방법을 살짝 바꿔 게임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초성 에세이 쓰기
주제에 맞춰 ㄱ부터 ㅎ까지 한 문장씩 쓰기


"주제는 나트랑 여행이야."

명색이 게임이니 순서도 정한다. 아쉽게 내가 진다. 정말 가위바위보는 드럽게 못한다. 이겨서 기분 좋은 딸이 ㄱ부터 시작한다.


"가자, 나트랑으로! 우리의 여행이 시작됐다."

오호, 제법인데. 하길 잘했다.

서로의 문장이 기발해 감탄사를 연발하고, 딸의 재치에 웃음이 가득 찬다. 엇보다도 아이와 나란히 누워 이곳의 공기를 느끼는 시간이 소중하다. 팔베개를 하고 눈이 마주치면 간지럼도 태우고, 뽀뽀도 한다. 약간은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조차 마음에 든다.


일명 '해먹타임'이 딸도 마음에 드는가 보다. 내일 또 하자며 약속을 받아낸다. 응큼한 엄마는 집에 가면 이걸로 매일 글쓰기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한다.


딸이 곯아떨어진 늦은 밤, 침대에 누워 인스타를 보니 김영하 작가의 짧은 영상이 보인다.

출처: 유튜브ㅡ알쓸인잡

그는 부모와의 여행은 아이에게 구체적이진 않지만 좋은 감정을 남긴다고 말한다. 우리가 이름까지 지어준 해먹타임이 훗날 아이가 바다에 가고, 해먹에 누웠을 때 좋은 느낌으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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