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기 어렵지만, 지울 수 없는 나의 버킷리스트

당신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인가요?

by 임필명

이루기 어렵지만, 지울 수 없는 나의 버킷리스트

몇 년 전 남들 따라, 유행 따라 버킷리스트를 쓴 적이 있다. 언제, 어디에 적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마음 깊이 와 닿지 않았나 보다. 의미 없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생각해봤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놓치고 싶지 않은 일, 죽기 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후회할 일이 무엇인지 말이다.


막연하고 멍한 상태의 내게 던질 질문이 없을까 생각하던 중 전부터 한 번쯤 봐야지 했던 영화 <버킷리스트>가 떠올랐다. 주인공은 피라미드를 바라보는 버킷리스트를 이루며, 이집트에서 사람이 죽으면 사후세계로 가는 문 앞에서 듣는 2가지 질문에 대해 이야기한다.


- 삶의 기쁨을 찾았는가?

- 그 기쁨을 남에게도 주었는가?


두 번째 질문을 듣고는 한동안 장면을 멍하니 흘려보내어 되감기 버튼을 눌렀다. 눈은 화면을 향해있지만 머릿속은 와글와글했다.


학창 시절 봉사활동을 꽤나 열심히 했다. 자발적인 의지는 아니었다. 오빠와 친구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다닐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환경을 만들어 주신 엄마 덕분이었다. 물론 그 시간이 싫었다면 오래 하지는 못했을 거다. 흐릿해진 감정을 떠올려 보면,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를 떠올려 보면 좋은 선물을 받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내 배를 불린 시간보다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부르고, 시간을 나눴던 그 순간임을 기억한다.


가장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고, 자유시간도 많았던 대학생 때는 봉사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일부러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것도, 새로운 것도 많았던 스무 살에게 봉사활동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게 솔직한 표현 같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로 3학년 겨울방학 때 필리핀으로 봉사를 가게 되었다. 2주간 봉사활동을 하며 어릴 때 느낀 뿌듯함, 감사함이라는 감정과는 다르게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을 가장 많이 느꼈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너무 현실적으로 와 닿았다.


나의 시간과 노동력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은 매우 작고 일시적이었다.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자립할 수 있는 구조, 다양한 기회를 접하고, 생활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는 나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지고, 노력 없이 얻은 혜택들에 마냥 감사할 수만은 없었다. 그럼에도 봉사하며 만난 아이들의 모습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그 순간은 절대 잊을 수 없다.


어릴 적 엄마와 얘기했던 고아원을 짓는 꿈이 생각났다. 내 앞가림을 하기에 버거워 심연 아래에 묻어두고, ‘돈 많이 벌면 언젠가'라는 수식어로 꽁꽁 숨겨두었던 꿈이기도 하다. '삶의 기쁨을 찾았는가?', '그 기쁨을 남에게도 주었는가?'는 질문에 그 꿈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이루기 가장 어렵지만, 가장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라고 내 마음이 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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