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생 프로젝트

20년 숙성된 일정 관리법

by 임필명

'갱생 프로젝트'

2017년 1월의 어느 날, 어떤 엑셀 파일을 저장하며 붙인 파일명이다. 얼마나 거창하고 비장한 파일명인가.

이 파일을 계기로 다시 태어나야겠다고, 나의 의지가 그만큼 굳건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첫 회사를 다니며, 여러 회사가 협업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알게 된 분이 있다. 지금은 나의 멘토가 되어 아직까지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데, 그분이 알려주신 일정 관리법이 이 파일의 시작이다. 20년 가까이 되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만드신 일정 관리법이라고 하니, 지금 이 글을 읽은 당신은 운이 참 좋다. :)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1.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쭉 적어본다.

아래와 같이 쭉쭉 써보면 된다.

- 운동하기

- 가족과 시간 보내기

- 오프라인 강연 참여하기

- 새로운 경험하기

- 취미 활동

- 독서

- 일과 관련된 공부

- 영어 공부 (회화, 듣기, 말하기 등 > 리스트를 쭉 적을 때는 개수가 많아도 상관없다)

- 낯선 곳 가보기, 낯선 사람 만나기

- 이력서 업데이트

- 여행 등


2. 이 항목들을 그룹화해본다.

위의 예시들을 그룹화하면 이 정도로 묶어볼 수 있겠다.

운동: 운동하기

가족: 가족과 시간 보내기

커리어: 일과 관련된 공부, 이력서 업데이트

독서

외국어: 영어 공부 (회화, 듣기, 말하기)

경험/체험/취미: 새로운 경험하기, 취미활동, 낯선 곳 가보기, 여행

모임/만남: 낯선 사람 만나기


(위 예시처럼 꼭 대주제로 분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경우 하다 기록하다 보니 커리어로 묶은 부분을 온라인 강의, 오프라인 교육을 나누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구분했다.)


3. 각 항목들의 중요도를 고려해 실천 주기를 정한다.

운동: 운동하기 ▶ 주 2회

가족: 가족과 시간 보내기 ▶ 주 1회

교육: 온라인 강의 ▶ 주 1회 / 오프라인 교육 ▶ 3개월에 1회 / 이력서 업데이트 ▶ 6개월에 1회

독서: ▶ 주 1권 이상

외국어: 영어 공부 (회화, 듣기, 말하기) ▶ 매일 30분 이상

경험/체험/취미: 새로운 경험하기, 취미활동, 낯선 곳 가보기, 여행 ▶ 월 1회

모임/만남: 낯선 사람 만나기 ▶ 3개월에 1회


4. 엑셀 파일을 연다. 열에 month와 week를 쭉 나눠서 적고, 행에는 실천할 항목들을 적는다.

그리고 주기에 따라 셀들을 병합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 강의는 주 1회였으니 한 주에 하나씩 쓸 수 있도록,

모임은 2개월에 1회였으니 2개월 단위로 셀을 병합하는 형태다.

캡처.PNG 예시가 있어야 이해가 빠를 것 같아서 부끄럽지만 파일의 일부를 첨부하였다.

5. 그리고 이 파일들을 채워나간다.


이 파일을 만들고 4년이 흘렀지만 나는 '갱생'하지 않았다.

다만 매월 내가 뭘 했는지 알 수 있게 되었고, 빼곡했던 기간에는 스스로에게 마구 칭찬해줬다. 빈 공간이 많은 달에는 반성했다. 그 반성이 다음 달을 열심히 보내는 자극제가 되었다. 생각에 그치고 마는 자극제가 아니라 갱생 프로젝트 파일을 채우기 위해서는 행동으로 움직여야 했다. 성격 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내게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여겼기에 의도적으로 노력한 부분도 있었다.


4년 치의 파일을 쭉 넘겨보니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적으로 내용이 빼곡해지지는 않았다. 객관적으로 보면 책을 읽은 권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 정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용이 빼곡해지는 것이 아름다운 결말 같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어디 그런가. 열정 가득한 시기도 있고, 사랑에 빠져 앞뒤 보이지 않을 때도 있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때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빈 공간이 또 생겨서 반성하는 시기가 있어도 앞으로도 이 파일을 계속 채워갈 생각이다. 파일을 열 때마다 갱생하겠다는 그 마음가짐을 떠올리며 말이다. 파일의 용량만 늘어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이 채워지고, 보다 풍성하고 성숙한 어른의 모습으로 익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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